조벽암 시선 초판본
벽암, 오늘도 태풍을 기다리나
벽암 조중흡은 1908년에 와 1985년에 갔다. 경성제일고보,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를 졸업하고 화신백화점에서 일했다. 1933년 시 <새 아침>을 ≪신동아≫에 발표하면서 시를 썼다. 해방 후 ‘조선프롤레타리아문학동맹’, ‘조선문학가동맹’에서 집행위원으로 활동하다가 건설출판사를 설립해 주보 ≪건설≫을 발행했으며1949년 월북해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상무위원이 되었다. 식민지에서는 개인을 찾아 다녔고 해방정국에서는 인간을 찾아다녔는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그가 찾은 것이 무엇이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저기압은 보았는지, 태풍은 만났는지.
저기압아 오너라
저기압아 오너라
보얗게 화장한 메트로폴리스의 얼기설기한 白蛇
수많은 인간의 오고 가는 적은 길 큰길
도시의 혈관 흐르는 상품 교환의 사이에는
기마대 말굽 소래 돌뿌리에 부스러지고
입체적×× 航空勇士는 창공에 떠 前哨한다
화려하다는 이십세기 전반기의 늙어 빠진 도시의 주림살에
가득 차 흐르는 도시인의 물결
꾀지지 흐르는 人造絹— 粉내— 향수내
그들은 하마같이 몰려다니는, 집씨의 무리
세기말 퇴폐의 슯직한 눈물들을 가졌다
(此間一行略)
날마다 혼잡한 매키한 내음새에 호흡하며
굶주린 이리처럼 움집 굴을 드나드노니
찌는 듯한 여름날
남산을 핥어 나리는 赤熱의 태양아
오— 너는 하로바삐 저기압을 가져오너라
이 혼혈아의 도시의 맥박 속에
수많은 박테리아— 遊蕩의 무리들은
벌집 같은 저자를 죽은 듯한 靜肅으로 지켜야 한다
(此間一行略)
北漢을 씻어 나리는 용맹한 旋風아
오! 너는 하로바삐 저기압을 불러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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