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재 동화선집
최영재가 짓고 황혜순이 해설한 ≪최영재 동화선집≫
자수해
흉악범 또는 간첩에게나 권하는 이 단어가 동화에 등장하긴 쉽지 않다. 놀란 상대에게 작가는 이렇게 설명한다. “자수해, 자, 악수하자고.” 웃고 말 이야기라고? 웃기가 쉬운가?
“5백 년이었어요.”
“과학이 무척 발달하여 살기가 편하였지?”
“아니어요.”
달구의 대답에 팽 박사는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그럼, 원시시대가 살기에 더 재미있더냐?”
“그것도 아니어요.”
“그럼, 어디가 좋았단 말이냐?”
달구는 벌떡 일어나더니 큰 소리로 대답하였습니다.
≪최영재 동화선집≫, <지금이 좋아요>, 최영재 지음, 황혜순 해설, 68쪽
시간 여행 이야기인가?
달구는 아버지 팽 박사가 개발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와 미래에 다녀왔다.
그 시간에서 무엇을 보았는가?
미래의 유리성 나라 사람들은 유리로 된 집에 살았고 마음대로 하늘을 날아다녔으며 가장 살기 좋은 기온 속에서 살았다. 그러나 이웃과 이야기하지 않는 무뚝뚝한 사람들이었고 ‘X-1호’, ‘A-10호’처럼 서로를 이름이 아닌 기호로 불렀다. 달구는 하늘에 무지개를 만들어 삭막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마음에 온정을 심어 주었다. 원시시대에 가서는 호랑이와 친구가 되었다.
달구가 선택한 시간은 어디인가?
현재다. 시간 여행의 즐거움보다 부모님과 친구들을 향한 그리움이 컸기 때문이다.
이 동화의 주제는 현재인가?
행복한 가정이다. 재미나게 사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그와 같은 가정을 이루는 어른이 되기를 바랐다.
황혜순은 당신 동화에서 동시의 특성을 발견한다. 동의하나?
‘언어유희와 호흡이 짧은 동시적 특성은 예술성의 지향이요, 예술의 지향은 현실 재설계에 대한 의지의 발현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렇다.
언어유희의 효과는 무엇인가?
생각이나 상황을 180도 바꾼다.
어떻게 바꾸는가?
달구가 미래에 갔을 때 일이다. 유리성 임금은 자신에게 자수를 하라고 달구에게 말한다. 달구는 화를 낸다.
화를 내게 하는 것이 효과인가?
아니다. 자수는 ‘자, 악수’라는 뜻이었다. 이러한 재치야 말로 모국어를 빛나게 하고 힘겨운 우리네 삶의 긴장을 풀어 준다. 기발한 상상력, 창의력을 자극하기도 한다.
현실 재설계의 목적은 무엇인가?
밝고 순박하고 재미있으며 염아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계다.
어떤 세계가 염아한 세계인가?
<숲 속 가족 이야기> 속의 행복한 동물 가족, <탈주범과 이발사> 속의 정직하고 순수한 이발사, <약 오르지?> 속의 자상하고 유쾌한 선생님을 통해 나타난다. 밝고 건강한 사람들을 통해 추구하는 세계를 드러냈다.
1980년대 중반에는 명랑소설을 썼나?
≪별난 국민학교≫, ≪별난 가족≫, ≪축구 국민학교≫ 같은 경쾌한 분위기의 작품을 썼다.
명랑소설의 창작 동기는 무엇이었나?
당시 어린이들은 지식과 교훈을 강조한 교과서적인 동화만을 만나야 했다. 그러나 그들이 원하는 것은 저네들 생활 주변의 살아 있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명랑소설을 썼는데 대단히 잘 팔렸다. 많은 작품이 등장했다. 국내 창작만 20종 이상 쏟아졌다.
점잖은 분들이 참지 못했을 텐데?
‘웃음을 파는 문학이다’ ‘말장난 소설이다’ ‘어린이의 도서 선택이라 독서 활동이 적극적이다’ ‘소재가 친근해서 책과 가까워진다’ 등등 왈가왈부했다.
당신이 명랑소설 붐에서 느낀 것은 무엇인가?
어린 독자의 눈높이, 마음 깊이와 그들의 욕구가 무엇인지 작가로서 늘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종일 근엄한 얼굴에 유머 한마디 없는 삭막한 세상에서 대체 어찌 살란 말인가? 나는 그때부터 경직된 세상을 허무는 힘을 가진 유쾌한 소설을 썼다.
글을 쓸 때 당신의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무한의 시공(時空)에서 볼 때 작은 점 하나조차 안 되는 우리들의 삶을, 되도록 서로 가여워하고, 사랑하고, 배려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유쾌하게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힘껏 한 줄, 한 줄 써 왔다.
당신의 동화를 오디오북으로 녹음했다. 독자들이 좋아할까?
작가가 직접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이 강점이다. 작가의 목소리는 또 하나의 육필이다. 육필보다 더 독자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것이 작가의 숨소리다.
동화를 듣는 것은 읽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온갖 영상 매체로 피곤한 독자의 눈을 쉬게 하면서도 책 읽는 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고요히 귀 기울여야 하므로 몰입도 잘된다. 색다르게 글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당신은 누군가?
동화작가 최영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