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희 동화선집
최영희가 짓고 박종순이 해설한 ≪최영희 동화선집≫
별과 별을 잇는 것
별 하나는 외롭다. 그래서 별은 홀로 있지 않는다. 별자리를 만들고 밤하늘을 수놓고 은하수가 되어 우주를 흐른다. 별은 우리 마음에도 있다. 마음과 마음이 우주를 흐른다.
문 앞엔 아주 쪼그맣고 볼품없는 새싹 하나가 서 있었습니다.
“너 웬일이니? 이렇게 늦은 밤중에.”
바람은 언짢은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아저씨, 미안해요. 전 돈이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모자도 못 사고 울고만 있었어요.”
새싹의 뺨 위엔 아직도 마르지 않은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아유, 불쌍하기도 해라. 가만히 여기 서 있거라. 너에게 꼭 맞을 모자가 하나 있을 거다.”
≪최영희 동화선집≫, <봄을 파는 가게>, 최영희 지음, 박종순 해설, 9쪽
봄을 파는 가게에서 바람의 역할은 무엇인가?
봄을 파는 가게 주인이다.
그가 파는 봄은 어떤 물건들인가?
새싹에게는 초록빛 모자, 버들개지에게는 흰 장갑, 시냇물에게는 물빛 비단 목도리다.
돈을 받지 않고 물건을 팔면 가게는 어떻게 운영하는가?
은혜가 되어 돌아온다.
새싹에게 준 초록 모자는 어떤 은혜로 돌아오는가?
어느 날 바람은 해님의 뜰에 초대받는다. 거기서 쪼그맣고 귀여운 보랏빛 꽃을 만난다. 향기 가득 찬 항아리를 선물받는다.
꽃과 향기는 초록 모자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
바람은 알아보지 못하지만 그 꽃은 바람이 초록 모자를 씌워 주었던 새싹이었다.
연기론인가?
그렇게 봐도 좋다. 평론가 박종순은 “작고 볼품없는 존재”에 대한 관심과 실천이 “더 큰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는 순리”를 보여 준다고 했다.
인연에 대한 당신의 믿음은 무엇인가?
악한 끝은 없어도 선한 끝은 있게 마련이다.
연기의 인드라망은 당신의 작품에서 어떻게 나타나는가?
<산으로 간 폰돌이>에서는 시골 할머니가 구두닦이 손자가 사 준 휴대전화를 장에 다녀오는 길에 잃어버린다. 그 휴대전화 소리가 등산 중에 다친 아저씨를 구출한다. <아름다운 기도>에서는 한 청년이 국밥집에 돈을 훔치러 들어간다. 그런데 알고 보니 국밥집 주인은 어린 시절 자신이 아버지를 피해 도망 나오게 도왔던 친할머니였다.
동화에서 연기론의 기능은 무엇인가?
평론가는 “어린이의 빈 마음밭에 진실의 씨앗을 뿌려 주는 농부”가 된다고 했다.
진실의 씨앗은 어떻게 생겼는가?
‘나’의 존재 의미에 대한 깨달음이다. 타인 없는 ‘나’는 존재할 수 없다. 관계와 파장 속에서 ‘나’를 발견한다.
크고 멋진 것이 아니라 작고 볼품없는 것에 천착하는 까닭이 무엇인가?
보잘것없는 존재는 다른 사물이나 인물과 만나면서 생각을 시작하고 성숙해진다. 나눔을 통해 행복을 주고받는다.
어떤 보잘것없는 인물을 작품에 등장시켰나?
<교실을 지키는 허수아비>의 영진이는 신문 배달을 하고 집안일을 한다. 아버지는 술 때문에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공사장에서 일을 하다 허리를 다쳤다. <바다로 소풍 간 부릉이>의 주인아저씨는 사업이 망했다. 차에 탄 채 바다로 돌진한다.
누가 이들과 삶을 나누고 행복을 주고받는가?
가족과 함께 바다로 돌진하려는 아저씨를 있는 힘을 다해 막는 것은 고물차 부릉이다. 어머니 약값을 구하기 위해 돈을 훔치는 아이를 똑바로 바라보며 마음으로 타이르는 화자는 허수아비 벙글이다.
어떤 동화가 좋은 동화인가?
교육성, 예술성, 재미, 이상성이란 내면적 요소와 단순 소박 명쾌한 외형적 구조가 한데 잘 어울려 상승효과를 일으켜야 한다.
당신이 쓰는 동화는 어떤 곳에 쓸모가 있는가?
독자에게 감동과 위안을 줄 수 있다. 젊은 날엔 내 동화가 모든 인간을 구원해 줄 것 같았던 치기도 가졌다. 이제는 고달픈 사람들에게 조그만 위안이라도 되었으면 한다.
언제부터 동화를 쓰는가?
부산 동아대학 국문과에 재학 중 시로 여러 상을 받았다. 초등학교 교사 시절 공재동 시인을 통해 동시를 접하고 동시도 추천 완료했다. 또 1977년에는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되었다. 시 시조 동시가 다 인정을 받았지만 아무것도 제대로 되지 않는 듯해 절망에 빠졌다. 그해 말 절망의 끝에서 밤을 지새워 탄생한 것이 첫 번째 동화 <봄을 파는 가게>다.
신춘문예 당선작의 작가 최리향이 당신이었나?
<봄을 파는 가게>가 ‘최리향’이라는 필명으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했다. 그러고도 갈등은 늘었다. 빛 좋은 개살구처럼 화려한 수상 경력은 하나 더 늘었지만 어느 하나에도 몰입할 수 없었다. 결국 시 동시 시조에 대한 미련을 아련한 첫사랑처럼 접었다. 그리고 먼 길을 돌고 돌아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새끼 같은 너무나도 어여쁜 동화를 만났다.
당신은 누구인가?
최영희다. 동화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