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람진 단편집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함께 떠나는 유럽 여행 6.
발트 바다, 덴마크 보른홀름
발트 바다의 진주 또는 덴마크 왕국의 보석. 섬 남쪽 백사장은 놀랍게도, 지중해의 햇살을 선물한다. 그러나 러시아의 감상주의 작가 니콜라이 카람진이 안내하는 보른홀름은 검은 바다, 아찔한 절벽,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자신을 부숴 대는 파도의 운명이다. 해마다 여름이 가까워지면 스칸디나비아, 독일, 폴란드 사람들의 가슴속은 이 마술적인 섬의 이름으로 가득 찬다. 이제 천재 작가의 뒤를 밟아 이 오랜 바이킹의 시간으로 잠입해 보자.
<보른홀름 섬>
맑게 갠 밤이었어. 환한 보름달이 울창하고 길게 이어진 가로수 길에 서 있는 늙은 참나무와 느릅나무들의 짙은 녹음을 은빛으로 뒤덮고 있었지. 멀리 바다에서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사각거리는 소리와 뒤섞였어. 저 멀리에는 톱니 모양의 성벽처럼 보른홀름 섬을 에워싸고 있는 돌산들이 하얗게 보였지. 돌산과 성의 외벽 사이 한편에는 울창하고 큰 숲이 있고, 다른 편에는 드넓은 벌판과 군데군데 작은 수풀들이 보이더군.
방금 전 꾸었던 무서운 악몽 때문에 내 심장은 여전히 쿵쾅거리고 있었고, 피도 여전히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었어. 나는 어두운 가로수 길로 들어섰어. 바람에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는 참나무가 드리워진 길을 걷노라니 일종의 경건한 마음까지 들어 가로수 길의 더 깊은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갔지. 갑자기 드루이드에 관한 생각이 마음에 떠올라서, 그들이 드리는 제례의 모든 비밀과 공포를 간직하고 있는 그들의 사원에 다가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
마침내 긴 가로수 길이 끝나고 로즈메리 관목 숲이 모습을 드러냈지. 숲 너머에는 모래언덕이 불쑥 솟아 있었어. 그 꼭대기에 올라가서 보면 환한 달빛 아래에 있는 바다와 섬 전체의 풍경이 잘 보이겠다 싶어서 모래언덕을 막 올라가려던 참이었지.
<<카람진 단편집>>(니콜라이 카람진 지음, 김정아 옮김) <보른홀름 섬> 98~9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