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주얼 게임
이정엽이 옮기고 예스퍼 율(Jesper Juul)이 쓴 <<캐주얼 게임(A Casual Revolution: Reinventing Video Games and Their Players)>>
게임에서 나와 게임을 바라보는 시간
가장 단순한, 가장 쉬운 그리고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 짓, 얼마나 지겨울까? 그러나 출퇴근 전철과 버스를 보라. 몰두한 그들의 손바닥 위에 전화기, 그 안에 움직이는 게임, 캐주얼하다.
가을에 읽는 책으로 <<캐주얼 게임>>이 적당한가?
가을은 게임 비수기다. 지금까지 게임에 빠져 있었다면 이 계절엔 게임 밖으로 걸어 나와 게임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기 바란다.
캐주얼 게임이란 어떤 게임인가?
사용자에게 친절한 피드백을 주는 게임이다. 소재가 밝고 건강하며 쉽게 접근하고 중단할 수 있다.
밝고 건강하지 못한, 어둡고 불친절한 게임의 이름은 무엇인가?
하드코어 게임이 그렇다. 소재부터 건조하고 어두운 세계관을 사용한다. 인터페이스나 사용법이 복잡하다. 플레이 시간이 길고 게임 관습과 역사에 상당한 지식을 요구한다. 미션이나 퀘스트를 성공했을 때의 피드백도 매우 건조하다.
율은 캐주얼 게임을 어떻게 다루나?
게임과 사용자를 함께 본다. 이 책은 게임을 즐기지 않는 대다수 논게이머까지 포함하여 사용자를 질적, 양적으로 분석했다. 기존 연구는 게임 자체에만 너무 몰두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캐주얼 게임에 대해 무엇을 알 수 있나?
게임의 소재, 인터랙션 매커니즘, 비슷한 게임이 서로를 모방하는 방식, 게임의 역사와 효과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캐주얼 게임은 언제, 어떻게 등장했나?
2000년대 중반까지는 게임계의 변두리였다. 하드코어 게이머는 이것을 게임으로 취급도 안 했다. 그러나 평범한 대다수는 짧은 시간 부담없이 즐기는 게임을 좋아했다. 그것이 캐주얼 게임이다. 지하철로 출근하는 20분 동안 던전을 탐험하거나 전장에 투입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캐주얼 게임은 대중의 출근길을 장악한 것인가?
그렇다. 자신이 평소 소지한 기기로 짧게 즐길 수 있다. 신문과 책보다 더 가까이 있다. 짧은 시간만에 무언가를 완결할 수 있다. 그것 자체로 이미 혁명이다.
캐주얼 게임의 성공 요인은 무엇인가?
논게이머의 게임에 대한 관심이다. 게임에는 판타지와 에스에프, 살인만이 가득하다고 여긴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캐주얼 게임은 자신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볼링이나 골프를 즐기던 중장년이 게임에서 손쉽게 대리만족을 얻은 것이다.
전성기는 언제였나?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약 5년간이라 생각한다. 모바일 게임 열풍도 일었고, 콘솔은 동작 인식 장치로 직관적인 캐주얼 게임을 내놓았다. 페이스북이나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소셜 게임 열풍도 크게 보면 캐주얼 레볼루션과 같은 맥락이다.
이 게임의 강점은 무엇인가?
캐주얼 게임의 상호작용 방식은 매우 단순하다. 경쟁도 약하다. 하드코어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소박해 보이는 게임 플레이를 유도한다. 이것이 강점이다.
캐주얼 게임의 중독증은 어느 정도인가?
게임은 인류가 만든 어떤 매체보다 중독성이 강하고 대단한 몰입을 유도한다. 캐주얼 게임도 예외는 아니다. 게임 개발자는 자신만의 몰입 기제를 설정하고 유저가 그 굴레에 빠져들기를 바란다.
캐주얼 게임은 어떻게 진화하나?
일반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크게 해치지 않고 일상과 괴리감이 크지 않다. 짧은 시간에 플레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 자체 진화는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사용자를 면밀히 분석해 삶 속으로 파고 든 점이 주효했다. 이것이 캐주얼 게임의 진화 방식이 아닐까.
모바일 게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아직도 열려 있나?
이제 포화 상태다. 사용자도 점점 똑같은 인터랙션 방식을 재탕하는 게임에 지쳤다. 카카오톡을 경유한 모바일 게임도 예전만큼 수익을 올리지 못한다. 반대로 하드코어 게이머는 여전히 게임에 많은 돈을 소비한다. 이런 경향은 가속되고 있다.
캐주얼 게임이 계속 인기를 지속할 수 있을까?
몇 년 사이 다시 인기를 끌 수 있을지는 상당히 미지수다. 게임 산업 전반으로 보았을 때, 논게이머는 게임에 지속적으로 투자하지 않는다.
이 게임의 대표작은 무엇인가?
팝캡의 <비주얼드>다. 타일 맞추기 게임이다. 이 분야 원조는 아니지만 인기는 가장 높았다. 이를 변형한 <캔디 크러쉬>도 최근 세계적인 유행이다.
<캔디 크러쉬>의 히트 동력은 무엇인가?
모바일과 페이스북 게임이 서로 연동된다. 매번 업데이트를 통해 더 어려운 난이도의 스테이지를 추가한다. 대단한 마케팅이다.
모방적 인터페이스 게임이란 무엇인가?
플레이어의 동작을 센서로 유추해 게임 속 캐릭터가 행동을 옮기는 게임을 말한다. 동작 모방은 주요한 인터랙션 매커니즘이다. 스포츠나 댄스 게임이 주종을 이룬다.
닌텐도 위도 같은 매커니즘인가?
그렇다. 닌텐도가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보다 빨리 이 시스템을 적용했다. 적용 방식은 조금 다르다.
플레이어의 동작은 어떻게 감지하나?
위는 게임을 조작하는 컨트롤러에 센서를 삽입했다. 현재 거의 모든 스마트폰에 삽입된 자이로스코프나 가속도측정기 같은 센서로 동작을 유추한다.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같이 뒤에 나온 콘솔은 카메라를 사용해 동작을 측정한다.
앞으로 게임 생태계는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하드코어 게이머와 일반 대중이 즐기는 게임이 철저하게 이분되어 진화할 것이다. 하드코어 게임은 플랫폼 변화, 오큘러스 리프트 같은 가상현실 디스플레이 장치와 더불어 더욱 현실적이고, 다양한 소재의 게임을 선보일 것이다.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캐주얼 게임의 전략은 무엇인가?
플랫폼과 인터넷 생태계에 기생하여 논게이머층을 대상으로 게임을 대중화시키는 것이다.
게임 진화는 기술이 주도하나?
기술보다는 사람이다. 사람이 게임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달려 있다.
이번 가을 게임 시장의 이슈는 무엇인가?
소니, 마이크로소프트가 각각 새로운 게임 콘솔 플레이스테이션4와 엑스박스원을 내놓는다. 닌텐도의 위유와 함께 8세대 게임 콘솔이 되는 셈이다.
다운로드 게임 시장을 석권한 스팀의 상품 계획은 무엇인가?
리눅스 기반의 새로운 콘솔 스팀박스를 내놓는다. PC 다운로드와 콘솔 게임은 한국 시장에서 많이 홀대 받았는데, 이번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매우 흥미롭다.
이번 가을에 즐길 만한 캐주얼 게임은 무엇인가?
<월드 오브 구>나 <소드 앤 스워서리> 같은 모바일 인디 게임이다. 콘솔 게임에서는 <저니>를 추천한다. 플레이어를 사막 한가운데 떨어뜨려 놓는다. 한글화된 게임을 원한다면 <역전재판> 시리즈도 좋다.
네 가지나 추천한 이유는 무엇인가?
모두 스토리가 뛰어나다. 발상이 새롭다. 그동안 사용되지 않았던 인터랙션 매커니즘을 사용한다.
당신은 이번 가을에 어떤 게임을 만날 계획인가?
핼러윈데이에 스팀에서 핼러윈 세일을 한다. 많이 기대된다. 핼러윈데이에 어울리는 공포 게임이 세일 대상이다.
이 책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게임 디자이너와 게임 연구자다. 그들에게 예스퍼 율은 꽤 많이 알려져 있다.
그들이 이 책을 읽으면 어떤 즐거움이 생기나?
디자이너는 자신이 만드는 게임을 어떤 방식으로 개선할지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연구자는 시야가 넓어져 사용자에게도 관심을 갖게 된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정엽이다. 서울대학교와 카이스트에서 게임 디자인과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을 가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