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한 사람의 생애를 따라가는 일은, 곧 한 시대를 이해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삶의 궤적을 기록한 책들은 개인의 경험을 넘어 그가 속했던 사회와 시대를 비춥니다. 한 사람의 생애를 읽는다는 것은, 그 고유한 감정과 생각, 선택의 결을 따라가는 일입니다. 타인의 시간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의 삶을 더 정직하게 마주하게 해 줍니다. 타인의 삶에 가까이 다가가게 하는 책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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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보다 피에 가까운 시인의 삶 ≪파블로 네루다≫
20세기 대표 시인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파블로 네루다 전기입니다. 저자는 저널리스트 특유의 방대한 자료 조사를 통해 일련의 화려한 수식 어구로 요약되기 힘든 네루다의 파란만장한 생애와 광대한 시 세계를 상세하게 그려 냈습니다. 스페인 내전, 제2차 세계 대전, 피노체트 군부 쿠데타 등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들과 세 번의 결혼을 비롯하여 우여곡절을 거듭한 내밀한 연애사가 교차하는 가운데 네루다의 작품 세계가 어떻게 변화를 거듭했는지 보여 줍니다. 『네루다 시선』을 옮겼던 학자 김현균이 번역했습니다.
애덤 파인스타인 지음, 김현균·최권행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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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이 곧 헤세다’ ≪헤르만 헤세≫
실러 국립박물관 관장, 독일 문학 아카이브 초대 관장을 지냈던 문학사가 베른하르트 첼러가 쓴 헤르만 헤세 전기입니다. 헤세에게 무한한 영감의 원천이었던 그 자신의 생애를 헤세가 남긴 일기, 편지 등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충실히 재구성했습니다. 헤세의 작품은 대부분 자전적 성격이 강하지만 그는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하나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헤세를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 친절한 입문서가, 그의 작품을 즐겨 읽는 애독자에게 생애와 작품의 긴밀한 관계를 톺아볼 수 있는 충실한 자료가 됩니다.
베른하르트 첼러 지음, 박광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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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의 감옥에서 해방의 고지로 인도하는 책” ≪당신 곁의 이방인, 퀴어 크리스천으로 살기≫
이 책은 한 남자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는 1940년 미국의 보수적인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났고, 동성애를 죄라 말하는 교회 공동체에서 자랐습니다. 기독교계 대학에 입학했고, 신학을 공부했으며, 빌리 그레이엄 같은 복음주의 기독교계 ‘스타’ 목사들의 대필 작가로 일했습니다. 그런 그가 진실을 향해 걸음을 떼도록 그를 도운 것들, 진실한 삶에서 찾은 친밀함과 사랑의 기록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습니다. 퀴어 크리스천으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경험할 수 있습니다.
멜 화이트 지음, 한명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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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보지 못했다면 상상할 수 없다” ≪젠더퀴어≫
논바이너리이자 에이섹슈얼로 정체화한 저자가 가족과 사회에 커밍아웃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자서전(graphic memoir)입니다. 아주 특수하고 구체적인, 동시에 정직한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더 많은 사람의 공감과 수용을 이끌어내기도 합니다. 저자의 생생하고 구체적인 삶 이야기는 딱딱하고 무미건조해 보일 수 있는 개념들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자신의 젠더, 성별 이분법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대화의 문을 열어 줍니다. 이 책은 LGBTQ 문학 세계에 대한 소개이자, 탐구의 시작이 됩니다.
마이아 코베이브 지음, 이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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