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와 저널리즘, 일본의 사례
5월의 신간. 일본과 한국의 탐사보도 현황
다지마 야스히코·야마모토 히로시·하라 도시오(田島泰彦·山本博·原寿雄)가 엮고 지종익이 옮긴 <<탐사보도와 저널리즘, 일본의 사례(調査報道がジャーナリズムを変える)>>
알고 싶은 것은 숨기고 싶어 한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좋은 뉴스만이 아니다. 그들이 숨기려는 사실, 그곳에 우리의 삶과 죽음이 달려 있다. 협상되지 않은 뉴스, 탐사보도에 대한 기대다.
저널리즘에서 탐사보도는 열차의 탐조등 같은 역할을 한다. 폭주하는 열차 전방에 큰 바위가 놓여 있다. 이대로 가면 충돌, 대참사다. 그때 탐조등 전방의 큰 바위를 발견하고 경적을 울려 폭주를 멈춘다.
<<탐사보도와 저널리즘, 일본의 사례>>, 97쪽.
이 책, <<탐사보도와 저널리즘, 일본의 사례>>는 무엇을 다루나?
한국 언론과 닮은 일본 사례를 통해 탐사보도의 영역, 역할, 영향력을 탐색한다.
한국어 번역판에 당신이 써 넣은 새로운 내용은 무엇인가?
<<중앙일보>>,<<뉴스타파>>, 개인 블로그 등 다양한 매체의 탐사 저널리스트 인터뷰를 함께 실었다. 한국에서 탐사보도의 새로운 가능성을 진단한다.
탐사보도란 무엇을 말하는가?
탐사는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샅샅이 조사한다는 뜻이다.
일반 보도는 사실을 조사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탐사보도는 정부 기관의 발표에 의존하지 않는다. 알려지지 않은 사실, 누군가 고의로 은폐하고 있는 사실을 취재해 밝혀 탐조등의 역할을 한다.
어떻게 탐조등 역할을 하는가?
조직은 불리한 것은 숨기고 유리한 정보만 알리기 마련이다. 부정부패와 무능력을 은폐한다. 권력 조직이 발표한 정보에만 의존하는 받아쓰기 보도 관행은 진실을 밝혀내지 못한다.
정부 발표를 믿어서는 안 된다는 말인가?
저널리스트가 독자적 탐사보도로 권력을 감시하지 않으면 권력의 부패는 그대로 은폐될 수밖에 없다.
부패 고발 사례는 뭔가?
워터게이트 사건이 대표적이다. 닉슨 대통령 측근이 미국 민주당 선거사무실에 도청 장치 설치를 지시했던 사실이 <<워싱턴포스트>> 기자 두 명의 집요한 추적으로 드러났다. 그들의 보도로 미국 역사상 최초로 임기 중인 대통령을 끌어내렸다.
타깃이 정권인가?
정치권력만은 아니다. 경제 권력, 행정 권력, 학회 권력 등 다양하다.
권력만 탐사하나?
탐사보도는 권력이 취재 대상일 때 진가를 발휘한다.
경제 권력 비리 탐사 사례는 뭔가?
일본 리쿠르트 사건이 대표적이다. 일본 리쿠르트사가 정관계 요인들에게 미공개 주식을 뿌린 사실을 <<아사히신문>> 요코하마 지국 기자들이 밝혀냈다. 이 보도가 중앙 정계까지 흔들었다. 이 사건으로 다케시다 노보루 정권이 무너지고 자민당 일당 지배의 55년 체제가 붕괴했다.
리쿠르트 사건과 한국 저널리즘의 관계는 뭔가?
일본 언론의 발표 의존적 보도에 대한 비판, 조직 저널리즘에 대한 불신은 한국 언론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사례로 제시된 경찰의 비리, 검찰과 사법부의 성역화, 미일 간 밀약은 한국 언론이 탐사보도 주제로 눈여겨볼 만한 문제다.
일본과 한국의 저널리즘은 무엇이 같은가?
일본의 기자클럽과 한국의 기자협회 제도는 권력에 대한 감시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알 권리를 보장한다. 그러나 기자들을 기관이 제공하는 보도자료와 발표 정보에 의존하게 만들어 비판의 칼날을 무디게 하고 홍보 도구로 전락시킨다.
무딘 칼날을 벼릴 방법은 무엇인가?
기자클럽의 역기능에 대한 공감대는 일본 사회에서 널리 형성되어 있다.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들은 이 틈을 비집고 맹활약한다.
일본과 한국의 차이는 뭔가?
한국 상황에 대한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고 느껴 원서 내용과 별개로 한국 탐사보도 최일선에서 활약하는 저널리스트들을 인터뷰해서 실었다. 그들에게 한국 탐사보도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물었다.
누구를 인터뷰했나?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최초 보도한 신성호 전 <<중앙일보>> 기자, ‘난곡 리포트’와 ‘루게릭, 눈으로 쓰다’로 신문 탐사보도의 토양을 다진 <<중앙일보>> 이규연 논설위원, 탐사보도 전문 비영리 독립 매체 <<뉴스타파>>를 진두지휘한 김용진 기자와 이근행 PD를 인터뷰했다.
안치용도 인터뷰했나?
그랬다. 그는 개인 블로그를 통해 권력층의 부정부패를 폭로해 온 탐사보도 전문 블로거다. 발 빠른 정보 수집과 포스팅으로 한국 1인 미디어의 롤모델을 꿈꾸는 아이엠피터에게는 프리랜서 저널리즘의 가능성을 물었다.
그들은 어떻게 평가하나?
역사는 짧지만 주제와 방법론에서 다양한 탐사보도가 시도되고 있다고 긍정했다. 그러나 정치권력의 보도 통제, 언론사 내외부의 정치적 변수, 언론사의 빈약한 지원 등으로 인해 아직 초보적 단계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보는 한국 탐사보도의 현 단계는 무엇인가?
탐사보도라는 개념 자체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고,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공감대도 작다.
전망은 어떤가?
기성 언론에 대한 불신이 비영리 독립 매체 <<뉴스타파>>를 탄생시켰다. 비슷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언론 소비자들의 지원과 관심이 성패를 좌우한다. 언론 과도기에 한국의 탐사보도도 시험대에 올랐다.
한국 탐사보도의 성공 사례는 뭔가?
<<뉴스타파>>의 조세피난처 보도다. 한국 언론계에 탐사보도라는 화두를 던졌다. 기자들에게는 자괴감을 안겼다. 한국 사회에 탐사보도 전문 매체의 필요성을 제시했고, 가능성도 보여 줬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기념비적 보도라고 표현했고, 이규연 논설위원은 탐사저널리스트들의 축제라고 말했다.
탐사보도는 누구의 일인가?
기성 매체는 기업이기 때문에 태생적 한계가 있다. 탐사보도만을 위한 비영리 매체는 이제 걸음마를 뗐다. 기성 매체가 못하는 일도 분명하고 비영리 매체만 할 수 있는 역할도 명백하다.
기성 매체가 방향을 틀 가능성이 있는가?
희박해 보인다.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취재 보도 시스템, 언론사 조직 문화가 쉽게 바뀔 리도 없다.
그럼 결국 프리랜서인가?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이들의 탐사보도는 그만큼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당신은 누구인가?
지종익이다. KBS 기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