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포맷의 세계
방송 신간 소개, <<텔레비전 포맷의 세계 TV Formats Worldwide-Localizing Global Programs>>
표절에서 변용으로, 포맷 프로그램이 대세다.
영상 콘텐츠는 고위험 재화다. 돈이 많이 들고 결과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수입한다. 적은 돈으로 적당한 시청률을 약속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시청자는 자국어, 자국 문화로 만든 프로그램에 쏠린다. 그래서 표절이 등장한다. 일본 프로그램, 미국 프로그램을 적당히 베껴 창작물인 척한다. 시청률도 좋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프로그램의 글로벌 시대는 저작권 위반자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맷 프로그램이 등장한다. 뼈대는 같은데 내용은 갈아끼울 수 있는, 다문화 변용 가능 프로그램이다. 수익성과 문화성을 모두 만족하는 글로벌 저작권 상품이다. 정윤경은 앨버트 모란이 엮은 <<TV Formats Worldwide-Localizing Global Programs>>를 골랐다. 그에게 포맷 프로그램의 현주소를 묻는다.
포맷 프로그램이 뭔가?
국제적으로 유통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핵심 요소의 동질성은 유지하지만, 이질 요소는 지역화를 통해 희석할 수 있다. 글로벌 확장 잠재력이 높은 콘텐츠다.
왜 갑자기 이런 현상이?
기술 변화와 수용자 세분화에 따라 방송영상 콘텐츠의 국경 간 이동이 획기적으로 많아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어떤 프로그램인가?
네덜란드 엔데몰 포맷을 KBS가 수입한 <1대100>이 국내에서 가장 롱런하고 있는 글로벌 포맷이라 생각된다. 원작과 비교할 때, 일반인 참가자의 구성, 연예인 도전자, 퀴즈의 유형 등 많은 면에서 한국적 특징을 잘 살린 재제작물이다. 포맷의 지역화를 이해할 수 있는 흥미로운 사례다.
이 책은 어떻게 찾았나?
포맷 프로그램은 미디어 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문화 차원에서도 매우 흥미로운 대상이다. 나는 미디어 산업과 유통을 주로 연구한다. 포맷 프로그램의 다양한 파급력에 주목하게 되었다. 그러다 전 세계적으로 유통된 프로그램의 지역화를 추적한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의 강점은?
다양한 장르의 제작과 유통, 각국의 재제작 과정과 수용자 반응을 다양하게 분석한다. 저자의 다양성도 강점이다. 제작자뿐만 아니라 인문학, 경영학, 신문방송학, 사회학 전공 학자들이 참여했다.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포맷 프로그램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백과사전이다.
누구의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제작자의 숙제, 곧 다른 문화권으로 유통하기 위해 필요한 전제 조건을 알 수 있다. 프로그램 수입 유통업자와 재제작자에게는 국내 지역화에 필요한 기본 지침을 제공한다.
책이 <아이돌>을 주목하는 까닭은?
유통된 국가 수나 흥행 성적 면에서 <아이돌>에 견줄 만한 포맷이 드물기 때문에 이 책도 아이돌을 자세히 다룬다. 어찌보면 <아이돌>은 포맷 산업을 오늘날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견인차 역할을 한 포맷이다.
서바이벌 오디션 포맷이 세계적으로 인기인 이유는?
아이돌이 유행하면서 서바이벌 오디션 포맷이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포맷도 유행이 있는 듯하다.
포맷의 유행은 어떻게 진행되나?
<아이돌> 이전의 포맷 산업 1세대에는 퀴즈 쇼가 인기를 끌었다. 그 자리를 <아이돌>이 채웠고,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자리를 요즘은 개선(메이크오버, makeover) 프로그램이 대체하고 있다.
성공 포맷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인간의 보편적 관심사에 소구, 전개와 클라이맥스 등 드라마 요소 그리고 일반인 참가자를 이용해 제작비를 절감한다.
주목하는 포맷 프로그램은?
현재 연구년으로 미국에 체류 중이다. 정말 모든 프로그램이 포맷 프로그램인 것 같다. 여기서는 <아이언 셰프, Iron Chef>, <레스토랑 임파서블, Restaurant Impossible>을 즐겨본다. 이것이 어떻게 롱런할 수 있었는지, 어떻게 원작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차별적 요소를 삽입하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아이언 셰프>의 강점은?
아시안을 바라보는 미국 문화의 시선, 적절한 PPL 화면 처리가 흥미롭다.
<레스토랑 임파서블>은?
영국인 셰프의 악센트, 미국 경제 불황, 가족 구성원 간 갈등과 화합을 부각시키는 면이 흥미롭다.
한국에서 지역화 가능한가?
<굿 럭 찰리>라는 시트콤을 즐겨보는데, 이걸 어떻게 포맷화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어떻게 재제작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그렇게 재미있나?
정말 포맷은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닌 것 같다.
번역은 어떻게 했나?
챕터마다 다양한 문화적, 학문적, 직업적 배경을 지닌 저자의 글에 익숙해져야 하는 점이 어려웠다. 또 불가리아, 시리아, 아일랜드의 포맷 이야기를 번역하기 위해 정치 문화 배경을 공부했다. 쉽지 않았다.
국내의 포맷 프로그램 연구 현황은?
포맷 제작을 지원하는 정책도 도입되었고, 포맷 제작자들도 많이 생기고, 국내 포맷이 해외로 나가는 사례도 많아졌다.
어느 정도 수준인가?
유아기 단계다. 유럽과 미국의 포맷 산업을 좀 더 넓고 깊게 연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