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체프 시선
여름 저녁
벌겋게 달구어진 공, 태양은
대지의 머리에서 굴러떨어졌다.
평화로운 화염의 석양을
바다의 파도는 삼키고 있었다.
연한 빛의 별이 이미 나왔다,
우리들 머리 위로 펼쳐진.
하늘의 아치는 들어 올렸다,
자신의 축축한 머리를.
대기의 강이 가득히
하늘과 대지 사이로 흐르고,
폭염에서 해방된
가슴은 가볍고 자유롭게 숨 쉰다.
달콤한 전율이 물줄기처럼
자연의 혈관을 타고 달렸다,
마치 뜨거운 다리를
차가운 옹달샘이 애무하듯이.
≪튜체프 시선≫, 표도르 튜체프 지음, 이수연 옮김, 7~8쪽
바다가 달궈진 공을 삼키고
연한 빛의 아치가 머리 위로 펼쳐질 때
여름 저녁의 달콤한 애무가 시작된다.
2706호 | 2015년 8월 1일 발행
튜체프의 여름 저녁
이수연이 옮긴 표도르 튜체프의 ≪튜체프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