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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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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명옥이 골라 옮긴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포 시선(Selected Poems of Edgar Allan Poe)≫

레노어, 네버모어 그리고 나싱 모어
사망한 연인의 이름,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사람, 더 이상 아무것도 없는 현실은 같은 대상의 다른 이름이다. 단순하게 반복되는 두 개의 단어는 마음의 수면 위에 동심원을 그린다. 세계는 출렁인다.

갈까마귀

언젠가 황량한 한밤중에, 내가 피곤에 지쳐, 잊힌 전설의,
기묘하고 신기한, 많은 이야기책을 생각하다가, 선잠이 들어
고개를 꾸벅거리고 있을 때, 갑자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네,
마치 누군가가 살며시 내 방문을 똑똑, 똑똑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어떤 방문객이 왔나 보군”, 내가 혼자 중얼거렸다네, “내 방문을 두드리기만 하고−
그러기만 하고 마는군.”

<갈까마귀>, ≪포 시선≫,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윤명옥 옮김, 42~51쪽

이것이 포의 대표작 <갈까마귀>의 시작인가?
대표작 가운데 하나다. 그는 <시 창작 이론>, <시의 원리>라는 수필에서 이 시의 창작 과정을 설명했다. 시는 미를 운율로써 창조하는 것이라 했다.

그가 운율을 얻기 위해 사용한 방법은 무엇인가?
시의 길이는 한자리에 앉아 읽을 수 있는 정도, 즉 100행 이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어의 음악적 미라고 할 단조로운 음과 반복된 리듬을 절묘하게 사용해 언어의 음악적 효과를 살리는 것이 그의 방법론이다.

이 시에서는 그런 운율이 어디에 나타나는가?
이 시를 설명하는 나의 주석 4를 보라. 이 시에서 자주 등장하는 번역문 “진짜 끝”의 원문은 ‘네버모어(nevermore)’다. 이 단어는 시의 초반에 등장하는 ‘레노어(Lenore)’와 유사한 소리를 내면서 운을 맞추는 한편, 각 연마다 끝에 나오는 ‘나싱 모어(nothing more)’와도 운을 맞춘다. 레노어는 젊어서 죽은 포의 전 아내 이름이다. ‘네버모어’는 이 시에서 다섯 번 반복된다.

번역에서는 어떻게 운율을 살려 전달했는가?
우리말 번역으로는 “진짜 끝”과 “레노어”로 의미만 간신히 전달할 뿐, 의미와 음운을 동시에 맞출 수는 없었다. 두 단어의 음률과 시어의 어감을 맞추기 위해 여러모로 생각해 봤지만, 비슷하게 맞는 말이 없어 이런 식으로 의미라도 전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 그렇게 했다. 그 대신 각주를 달아 설명하고 전체 어조나 분위기로 이런 점이 표현되도록 애썼다.

다른 시에서도 음률의 기능이 감지되는가?
<종(The Bells)>, <애너벨 리(Annabel Lee)>를 비롯해 다른 여러 시에서도 음악성과 아름다운 어감을 쉽게 느낄 수 있다.

‘갈까마귀’를 불러 포가 이야기하려는 것은 무엇인가?
연인의 죽음으로 인한 한 영혼의 방황과 상실에 대한 아픔이다. 갈까마귀는 영원히 계속되는, 결코 끝나지 않는 슬픔이다. 잊으려는 욕망과 기억하려는 욕망의 갈등이 화자에게 불러일으키는 과거의 망령, 이것이 갈까마귀다.

그는 진정 상징주의 문학의 원조라 할 수 있는가?
조소적이며 움츠린 마음의 소유자이자 음울한 천재였던 포는 알쏭달쏭하면서도 감추어진 의미를 지닌 시, 즉 상징시를 썼다. 암시성과 초현실의 미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시를 통해 우울하면서도 독창적인 세계를 만들어 냈다.

환상이란 뜻인가, 현실은 어디있는가?
외면만 보이는 현실보다 현실을 떠난 환상과 이상, 보이지 않는 신성한 세계를 쫓는다. 환상과 이상, 아름다움에 몰두했다. 실용을 싫어했다. 물질의 천박과 조잡, 대중의 민주주의가 싫었다. 아름다움을 찾는 것, 심미를 사랑했다.

이런 생각으로 시를 쓰면 어떤 작품이 나타나는가?
미국의 자연이 아니라 고대 유럽과 동양의 세계를 다룬다. 진정으로 다루고 싶었던 것은 인간 내면의 병든 영혼이다. 포는 화려하게 발전하는 미국의 물질적인 삶의 내면에 도사린 인간 영혼의 악몽을 발견했다.

이런 유형의 작가는 어떤 삶을 살게 되는가?
포는 단편소설 작가로도 유명하다. 처음에는 시를 썼지만, 평론가로도 재능이 있었으며 문학잡지의 편집자이기도 했다. 하지만 천재성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음주와 원고 마감 날짜를 맞추지 못하는 습관 때문에 곧잘 해고되곤 했다.

어떤 작품을 쓴 작가로 기억되는가?
시는 매우 감성적이고 독자의 정서에 깊은 울림을 주는 매력을 갖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지성적이지 못하고 지나치게 단순해 보여도 오래도록 독자의 마음을 휘감는다. 소설은 매우 지성적이고 창의적이다. 고딕, 추리 소설적 요소와 현대적인 상징 기법을 교묘하게 아우르면서 작품 말미까지 매 순간 독자를 경탄하게 한다.

포의 작가 성향과 당대 미국의 가치는 어떻게 갈등하는가?
당대 미국은 실용적이고 과학적인 취향이었다. 포가 추구하는 심미적인 문학, ‘시를 위한 시’, ‘예술을 위한 예술’은 당시의 청교도주의와는 상반되었다. 미국에서 이 작가는 생전에도, 사후에도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했다.

그는 영미문학에서 어떻게 부활하는가?
포의 상징주의 문학은 미국보다는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들에게 계승되었다. 19세기 후반 보들레르, 말라르메, 발레리 등을 비롯한 프랑스 시인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20세기에 이르러 T. S. 엘리엇이 영미 문단에 재수입하면서 비로소 재평가를 받게 되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윤명옥이다. 인천대학교 초빙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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