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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z20120716-1

지식을만드는지식과 겨울여행 6. 북극의 얼음과 프랑켄슈타인

당신 자신의 엄연한 악마적 가능성
오늘 우리가 갈 곳은 지구의 북쪽 끝이다. 나침반의 바늘이 어느 곳도 가리키지 못하고 무한회전하는 지점, 곧 북극점을 향한 여정이 시작된다. 안내자의 이름은 메리 셸리와 프랑켄슈타인. 약관의 여자와 괴물만을 믿고 생존불능의 극한지대로 진입하는 것이 불안하다면 여기서 포기하는 것이 좋겠다. 그곳에는 얼음과 찬 바다 그리고 눈발과 영하의 기온 외에도 당신을 동사시킬 더 무섭고 더 찬 괴물이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자신의 엄연한 악마적 가능성을 직접 목격한다면 살아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의 이름이 과학이든 예술이든.

북극을 향해 추격이 계속되면서 눈이 굵어지고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추위가 심해지기 시작하였다. 농부들도 오두막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매우 강인한 체력을 가진 사람만이 집 밖으로 나와서 먹이를 찾아 헤매는 굶주린 짐승을 사냥할 따름이었다. 강물도 얼어붙어서 고기를 잡을 수 없었다. 나의 주요한 식량을 구할 수 없게 된 것이었다.
나의 추격이 더욱 힘들어지면서 나의 원수는 더욱 의기양양해졌다. 다음과 같은 글자를 새겨놓은 적도 있었다. “마음을 굳게 먹어라! 힘든 일은 이제부터이다. 털가죽으로 몸을 감싸고 식량을 준비해라. 멀지 않아 너의 고통이 나의 영원한 증오를 만족시킬 여행길에 오를 것이다.”
몇 주 전에 썰매와 개를 구했기 때문에 나는 빠른 속도로 설원을 달릴 수 있었다. 악마가 그런 장비를 구했는지 어떤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이제 그를 바짝 따라잡을 수 있었다. 처음에 바다가 시야에 드러났을 때 나는 하루 정도 거리를 두고 그와 떨어져 있었다. 그가 해안에 닿기 전에 그를 붙잡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용기백배해 추격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이틀 후에는 해안에 있는 누추한 오두막집에 도착하였다. 거기에 사는 사람들에게 악마의 행방을 물었더니 그들이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바로 전날 밤에 한 자루의 장총과 여러 자루의 권총으로 무장한 그 커다란 괴물이 왔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너무나 무서운 그 모습에 기겁을 해서 집 밖으로 뛰쳐나가지 않을 수 없었는데, 비축해 놓았던 겨울 양식을 썰매에 싣더니 훈련된 개들을 썰매에 묶고는 바로 그날 밤 다시 길을 떠났기 때문에 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육지가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방향을 향해 갔기 때문에 괴물은 얼음이 깨져서 물에 빠져 죽거나 눈보라에 얼어 죽거나 아무튼 오래 살아 있지 못하리라고 추측을 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순간적으로 절망했다. 그는 나의 추격에서 벗어난 것이다. 이제 나는 원주민들도 견디기 어려운 혹한 속에서, 햇빛 많고 온난한 기후에서 자란 나로서는 살아 돌아오기를 바랄 수 없는 혹한 속에서 얼어붙은 바다와 빙산을 가로질러 끝없는 자멸의 추격을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렇지만 그 악마가 살아서 자신의 승리를 축하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분노와 복수심이 되살아나 거대한 파도처럼 다른 모든 감정들을 압도해 버렸다. 약간의 휴식을 취하는 사이에도 죽은 자들의 영혼이 주위를 맴돌면서 나의 복수심을 자극하였다. 나는 떠날 준비를 했다.
나는 육지용 썰매를 얼어붙은 바다의 울퉁불퉁한 지형에 적합한 썰매로 바꾼 다음 충분한 양식을 구하고는 바다를 향해 출발했다.
그 이후로 얼마나 많은 날이 지났는지 짐작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내가 소비한 식량의 양에 미루어 3주 정도 그를 추격하였다. 그를 붙잡으리라는 희망이 끊임없이 좌절되면서 나는 아픈 가슴을 부여안고 때로는 쓰디쓴 피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심신을 좀먹어가는 절망을 견디지 못하고 나는 도중에 쓰러져버릴 수도 있다. 가엾은 개들은 썰매를 끌고 너무나 힘겹게 가파른 빙산의 정상에 올랐는데, 그 중 한 마리는 지쳐서 쓰러지더니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나는 광활하게 펼쳐진 얼음바다를 내려다보았다. 그때 희미한 얼음바다 위에서 검은 반점 하나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것이 무엇인가 하고 눈에 힘을 모아서 다시 바라보았다. 썰매와 눈에 익은 괴물의 기괴한 형상을 발견한 나는 환희에 차서 크게 탄성을 질렀다. 희망으로 다시 부풀어 오르면서 가슴이 아리고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그 악마를 시야에서 놓치지 않기 위해 재빨리 눈물을 닦았지만 계속해서 뜨거운 눈물이 눈시울을 적셨다. 나중에는 더 이상 자제하지 못하고 그만 목 놓아 울어버렸다.
하지만 추격을 서둘러야 했다. 나는 죽은 개를 썰매에서 떼어내고 나머지 개들에게 충분한 먹이를 주었다. 앞으로의 추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한 시간의 휴식을 취하게 하면서도 나에게는 그것이 마냥 길게만 느껴졌다. 다시 추격을 시작하였다. 괴물의 썰매는 여전히 가시권 내에 있었다. 이후로도 얼음바위가 시야를 가리는 때를 제외하고는 그를 놓쳤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눈에 띄게 그와의 거리가 좁혀지기 시작했고, 이틀이 지난 다음에는 거리가 1마일로 좁혀졌다.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의 원수를 붙잡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다가섰을 때 갑자기 희망이 사라져버렸다. 과거의 어느 때보다 완벽하게 그가 종적을 감춰버렸던 것이다. 나는 계속 앞으로 나아갔지만 헛된 노력이었다. 바람이 일고 바다가 포효하였다. 그리고 거대한 지진이 그러하듯이 바다가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면서 쩍하고 갈라졌다. 곧 바다는 잠잠해졌지만 소용돌이치는 얼음산이 나와 원수의 사이를 갈라놓았다. 이제 나는 점차 부피가 작아지는 얼음조각에 몸을 맡기고 떠돌면서 끔찍하게 다가오는 죽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끔찍한 시간이 흘러갔다. 여러 마리의 개들이 죽었고 나도 비탄에 잠겨서 쓰러질 지경이었다.

<<프랑켄슈타인 천줄읽기>>, 메리 셸리 지음, 김종갑 옮김, 158~1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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