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테로와 나
성초림이 옮긴 후안 라몬 히메네스(Juan Ramon Jimenez)의 ≪플라테로와 나 (Platero y yo)≫
아픔과 아픔, 그리고 찾아 오는 것
죽음의 고통이 있는 곳에 히메네스는 꽃과 새를 부르고 오후의 바람, 꿀의 유혹을 초대한다. 고통은 화려한 풍경이 되고 세상 모든 곳으로 번진다.
플라테로는 자그마하니 털북숭이에, 감촉이 보드랍습니다. 거죽이 너무나 보드라운 나머지 온통 솜으로 되어 있고, 뼈라고는 없다고 할지도 모르지요. 딱딱한 거라고는 오직 흑수정으로 된 두 마리 딱정벌레처럼 두 눈에 검게 빛나는 옥구슬뿐.
내가 자기를 풀어놓을라치면 풀밭으로 가, 슬그머니 주둥이로 닿을 듯 말 듯 장밋빛, 연푸른색, 노란색 작은 꽃송이들을 어루만집니다. 내가 “플라테로?”하고 다정하게 부르면 어느 꿈속에서 들어 본 방울소리인지 알 수 없는 그런 웃음소리처럼 또각또각 즐거운 발걸음으로 내게 다가옵니다…
≪플라테로와 나≫, 후안 라몬 히메네스 지음, 성초림 옮김, 27쪽
플라테로는 사람이 아닌가?
주인공 ‘나’와 교감하는 나귀다. 플라테로는 은색 나귀를 부르는 흔한 이름이다.
이것이 시인가?
이 책은 산문시를 묶은 시집이다. 138편의 연작시로 구성된다.
138편의 연작시는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플라테로가 주인공 ‘나’와 함께한 삶과 죽음이다. 마지막 시는 처음 시에서 1년이 흐른 4월 어느 날 플라테로의 무덤 앞에서 플라테로의 삶을 되돌아보는 내용이다. 봄에 시작해 이듬해 봄에 마친다. 작품은 폐쇄된 원형 구조가 된다.
주인공 ‘나’는 시인 자신인가?
‘나’는 등장인물이고 동시에 중개자 없이 독자에게 직접 가 닿는 주체다. 그래서 서술자와 작가, 인물이 이야기 속에서 하나가 된다.
이 작품은 ‘나’와 플라테로만 있는 닫힌 세계인가?
히메네스는 ‘나’가 지배하는, 사회와 격리된 자신만의 세상을 만든다. 축소된 특별한 우주를 통해 외부 세계와 관계하고 자신의 감정을 서정적 인상으로 바꾼다. 이렇게 해서 주관의 내면으로 시를 구성하는 한편 비판의 시선으로 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항구 도시 모게르다. 시인의 고향이기도 하다. 안달루시아는 지중해와 접하고 있으며 오랫동안 아랍의 지배를 받은 지역이다.
책의 부제가 ‘안달루시아 비가(悲歌)’다. 그곳의 토속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는가?
노점상, 마을 사람들, 아이들의 말이 이 지방 고유 발음 그대로 옮겨진다. 이런 즉물 표현 때문에 다듬어진 언어로 색채와 풍경을 묘사하는 작품과는 선명하게 대조된다.
무엇 때문에 슬픈 노래가 되는가?
신체의 고통뿐만 아니라 사회의 불의 때문에 겪는 도덕의 고통을 묘사한다. 죽음이 다양한 형태로 반복되어 나타난다.
죽음은 어떻게 거듭되는가?
천진난만한 어린아이가 숨을 거두고 플라테로도 숨을 거둔다.
인간의 고통은 무엇으로 표현되는가?
다각적인 경험이다. 몇몇 사람들의 습관이나 행동에 대한 가벼운 언급에서 시작한다. 그것은 인류 전체의 문제에 이른다.
바깥의 시선으로 들여다본 사회는 어떤 모습인가?
아이들이 어른처럼 일한다. 자신을 돌봐야 할 어른들의 잔혹함에 아이들은 지친다. 가난하고 구질구질고 폭력적이고 더럽고 돈 없는 아이들이 즐비하다.
고통은 얼마나 아프게 전달되는가?
고통이 꼭 아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비정상적인 사람을 다룰 때도 신체의 추함만을 말하지 않는다. 시각 때문에 잊혀진 그들 영혼의 아름다움을 상기시킨다. 우리가 본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온화하게 나타난다.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죽음은 어떤가?
극적으로 다룬다. 알 수 없는 죽음의 고통은 ‘꽃들’과 ‘새들’ 그리고 훨씬 더 화려한 색채를 띤 ‘풍경’이 된다.
플라테로가 흘린 피는 무엇인가?
그것이 상처를 입었을 때 흘린 피는 자연으로 스며들어 풍경에 동화된다. 색깔마저 짙은 연지색으로 바뀐다. 다양한 색채가 색채로 끝나지 않고 풍부한 상징으로 이어진다.
이 시인은 그림과 특별한 관계가 있는 사람인가?
어릴 때부터 그림에 애착을 보였다. 초기 작품에 나타나는 빛과 색채, 그림에 대한 열망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시인 후안 라몬 히메네스는 누구인가?
1881년 스페인에서 태어났고 1956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지중해 연안 풍경 속에서 성장해 스페인의 근대시파를 창시했다. 1914년 발표된 이 책의 높은 서정성은 시인이 노벨상을 받는 데 크게 공헌했다.
스페인에서 이 책의 대중성은 어느 정도인가?
≪플라테로와 나≫는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하며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 세계 거의 모든 언어로 출간되었다. 스페인에서는 어린이, 청소년용 독서 교재로도 널리 사용된다.
당신은 누구인가?
성초림이다.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과 덕성여대에서 강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