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교육을 위한 한국어 연어사전
김하수와 유현경, 김해옥, 정희정, 강현화, 고석주, 한송화, 조민정, 김현강이 함께 쓰고 채드 워커(Chad Walker)가 영어를 감수한 <<한국어교육을 위한 한국어 연어사전>>
사전 찾아 봤어?
우리말을 지키는 방법은 사전을 찾는 것이다. 우리말을 키우는 방법은 사전을 만드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이 사전을 찾고 더 많은 말이 사전에 실리면 우리말은 자란다. 그런데 왜 국어 사전은 찬밥일까?
한국어에서 연어란 무엇인가?
한 어휘와 잘 어울려 쓰이는 특정 어휘의 관계다. 우리는 눈을 감는다. 눈을 ‘감지’ 않고 ‘닫을’ 수도 있고 ‘다물’ 수도 있는데 한국어에서 ‘눈을’은 ‘감다’와 연어 관계를 이룬다.
<<한국어교육을 위한 한국어 연어사전>>은 어떤 책인가?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 학습자와 한국어교육 현장에 있는 교사를 위한 사전이다. 말뭉치에서 서로 어울려 나타나는 빈도가 높은 단어를 선별해 정리했다.
연어의 범위는 어떻게 설정했나?
최대한 넓게 잡았다. 외국인 학습자를 위해서다. ‘깊은 산’은 일반적으로 연어 관계로 보지 않지만 외국인 학습자에게는 학습 대상이 된다.
예문은 어떻게 찾았나?
연어 관계와 예문을 한국어교육용 말뭉치에서 뽑았다. 교육 현장에서 필요한 언어 자료가 풍부하다.
책의 구성이 일반 한국어 문법 체계와 거리가 있다. 왜 이런가?
한국어 문법 체계의 이론으로 현실을 재단하지 않으려 노력했기 때문이다. 현상되는 한국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았다. 품사와 문장 성분을 구분하지 않고 체언이라는 말 대신 명사라는 말을 선택했다. 학문적인 일관성보다 비전공자인 사전 이용자에게 눈높이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표제어 선택 기준은 무엇인가?
첫째는 어휘가 갖는 빈도다. 둘째는 고빈도 어휘지만 특별한 연어 관계를 보이지 않는 어미, 조사 같은 문법 형태소, ‘이, 그, 저’ 류의 지시 관형사다. 대명사류는 제외했다. 그 결과 1300여 개의 고빈도 어휘가 선정되었다.
1300개 고빈도 어휘는 어떻게 사용하는가?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해당 표제어의 연어 관계를 골라 사용한다. 연어사전에 없는 표제어는 별책 부록인 한국어 연어 목록을 참조한다.
부표제어가 사용된 이유는 무엇인가?
해당 표제어가 들어간 관용 표현 중 연어 관계가 많을 때 부표제어를 사용했다. 예를 들어 ‘귀’에는 ‘귀가 따갑다/귀가 아프다’가 부표제어로 실렸다. ‘귀가 따갑다’가 관용 표현으로 쓰일 때 ‘듣다, 말하다’ 같은 후행어와 연어 관계를 이룬다.
일부 뜻풀이에 영어 대역을 실은 이유는 무엇인가?
외국인 학습자를 위해서다. 특히 초급 학습자를 염두에 두었다.
연관 어휘가 다양하게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개별 어휘의 의미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어휘부 안에서 다른 어휘와 의미적인 관계를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연어 관계뿐 아니라 유의 관계, 반의 관계, 상하위 관계, 자매 관계, 준말 관계 같은 관련된 어휘를 최대한 보여 줘야 한다.
용례는 어떻게 선정했나?
말뭉치에서 해당 표제어 예문을 뽑아 연어 관계를 가장 잘 보여 줄 수 있는 것을 골랐다. 문장 단위뿐 아니라 구 단위 용례도 풍부하게 실었다.
한국어 교사가 용례를 교수 자료로 활용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땀’이라는 표제어가 ‘흘리다, 젖다, 흐르다’의 동사와 연어 관계를 이룰 때 특정 부사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땀을 뻘뻘 흘리다, 땀에 흠뻑 젖다, 땀이 주르륵 흐르다’의 구 단위 예문을 보여 준다.
참고 정보의 기능은 무엇인가?
특정 항목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표제어는 참고 정보로 제시했다. 예를 들어 연어 관계를 이룰 때 활용형에 제약을 보이는 표제어가 있다. ‘그 문제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나 ‘실수 한 번 한 것을 놓고 내내 말이 많았다’처럼 ‘놓다’는 ‘놓고’로 활용될 때 연어 관계가 많다.
이 사전의 집필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나?
2002년부터 2005년까지 3년 동안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의미 관계에 따른 기초어휘 체계와 교수 방안 연구”라는 프로젝트를 수행한 것이 계기다.
집필진은 어떻게 구성했나?
사전 편찬은 다른 학문적 결과물에 비하여 팀워크가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 1998년도에 출간된 <<연세한국어사전>>의 집필진이다.
<<연세한국어사전>>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연세한국어사전>>은 학자를 위한 사전일 뿐 대중에게는 철저하게 외면 받았다. 학자끼리 즐긴 사전이 된 것이다.
이 책이 대중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사전이라고 생각하는가?
언어 문제 결정권을 대중에게 돌려줬기 때문이다. 언어는 언어학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언어를 사용하는 대중의 것이다. 연어사전은 언어학자가 만들었지만 대중의 현실 언어를 반영했기 때문에 어휘의 모습은 곧 대중의 삶을 투영한다.
사전 집필의 특수한 사정은 어떤 것인가?
현대의 사전은 언어정보학의 산물이다. 하나의 사전을 만들기 위해 하나하나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다듬는 작업은 생각보다 길고 고되다.
국내 최초의, 유일한 한국어 연어사전인가?
그것이 이 사전의 강점이다. 연어사전에 대한 연구는 많지만 한국어 연어 관계를 사전 형태로 만든 것은 없다.
이 책은 독자 또는 사용자의 한국어 능력을 어떻게 높이는가?
어휘를 개별적으로 학습한 지식은 죽은 지식이다. 한국어 학습자는 고빈도 어휘의 실제적인 용법 공부로 살아 있는 한국어 어휘 구사 능력을 배양할 수 있다.
한국어 발전을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규제가 없는 것이 가장 좋다. 목적이 아무리 훌륭해도 간섭이 많고 규제가 많은 정책은 외면당한다. 한국어의 발전을 위해 지원은 풍성하되 평가와 규제를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한국어 발전의 걸림돌은 무엇인가?
한국어 사전이 중요한 연구의 결과물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이다. 한 언어의 수준을 가장 잘 보여 주는 것은 사전이다. 국내에서는 사전 편찬 작업이 폄하되어 있다.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일상에서 실천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국어 사전을 많이 찾아봐야 한다. 자신의 말을 관찰해야 한다.
당신은 누구인가?
유현경이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