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기자, 1920~1980
김은주가 쓴 <<한국의 여기자, 1920~1980>>
그는 그때 왜 여기자가 되었을까?
일제 강점기, 해방 정국, 한국전쟁, 사일구와 오일륙, 근대화와 유신정국, 피가 튀고 숨이 막히는 역사의 소용돌이. 기자라는 직업 자체가 모험이던 시절, 그녀들은 왜 그곳에 있었을까?
여기자는 당대의 첨단을 걷는 여성이었다. 기자이며 선각자였고 지사였다. 독립운동가였으며 여성운동가, 사회운동가였고 뛰어난 문학가였으며 문필가였다. 교육가였고, 국가정책을 다루었으며 정계에서 활약했다.
– <<한국의 여기자, 1920~1980>>, ⅵ.
누가 한국의 여기자인가?
1920년부터 1980년까지 활동한 분 가운데 이각경, 최은희, 허정숙, 노천명, 장덕조, 정충량, 정광모, 이영희, 권영자를 선택했다.
왜 그들인가?
당대의 요구를 성실히 수행한 기자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여기자의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일제 강점기부터 유신 시대까지, 여기자 아홉 명의 생애와 활동이다.
전기인가?
생애를 다뤘지만 전기는 아니다. 남긴 기사를 분석해 시대의 모습을 본다.
최초의 여기자는 어떤 존재였나?
선각자였다. 봉건 시대 여성을 깨웠다. 여성의 정신적·경제적 독립을 촉구했다. 여성도 이 사회에서 당당히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음을 보였다.
문인, 문필가 기자는 어떤 특징이 있나?
노천명과 장덕조는 문인이었다. 글 쓰는 것을 더 즐겼다. 기자직은 작가로서 활동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기자 정신’에 문제가 있었다는 뜻인가?
아니다. 장덕조는 한국전쟁 때 종군기자로 활약했다. 기자의 사명에 충실했다.
전후 여기자의 모습은 무엇인가?
기자로서 다양한 기회를 타진했다. 신문사의 여성면·문화면에서 벗어났다. 남성의 영역으로 인식되던 정치부에도 배치되었다. 해외 취재도 활발해졌다. 퇴직 후 교육계, 시민단체, 관계, 국회로 진출하는 기자도 나타났다.
이 시기에 여기자에 대한 언론사의 기대는 무엇이었나?
여기자는 상업 목적으로 채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교육받은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여성독자를 끌어야 했기 때문이다.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를 유치해야 했고 여기자가 필요했다.
이때 여기자가 아니면 하기 힘든 일은 무엇이었나?
가정 방문이나 여학교 방문, 여성 인터뷰다. 남성이 하기 곤란한 일이 여기자의 몫이었다.
그들에게 여기자의 삶이란 무엇을 의미했나?
언론에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일이었다. 남성 위주의 조직에서 살아남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이 요구됐다.
그들의 성취는 무엇이었나?
사회가 무시하고 소홀히 다뤘던 여성의 존재감과 중요성을 확인시켰다.
당신은 그들을 어떻게 평가하나?
용감하고 훌륭한 여성들이다. 교육받은 여성으로서 여성 전체를 도우려 노력했다.
가장 인상깊은 여기자는 누구인가?
노천명이다. 그는 기자직을 힘겹게 수행했다. 생계유지 수단이었을 것이고 문단 활동에 도움을 얻고자 했을 것이다. 그의 행적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들 이후 한국의 여기자는 무엇이 달라졌나?
여기자가 많아졌다. 활동 분야도 다양해졌다. 부서나 출입처 배치에서 여기자이기 때문에 못하는 일이 없어졌다. 여성이 해외 특파원으로 활동하는 것도 더 이상 화젯거리가 되지 않는다.
당신의 롤모델이 있나?
정충량이다. 기자직의 수행, 그 밖의 활동에서 꿋꿋함이 느껴진다. 사표를 미리 써 놓고 사장의 입장과 반대되는 논설을 썼다. 소신을 밀고나갔다. 여성문제와 관련된 그의 글들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훌륭하다.
당신은 어떤 여기자였나?
1986년 연합뉴스에 입사해 29년째 여기자로 일하고 있다. 열심히 일했으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여성임을 의식하고 기자로서 한계를 짓지 않았나 싶어 아쉽다.
여기자로서 당신의 기회는 무엇이었나?
여러 분야의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중요한 사건들을 현장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풍부한 경험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글 쓰는 작업에 익숙해지기도 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여기자의 역할은 무엇일까?
10여 년 전부터 젊은 여기자가 많아졌다. 이제는 ‘여’기자라고 따로 부르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다. 각 분야에서 거침없이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 이들이 간부가 될 시기가 되면 언론계 지형이 달라질 것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은주다. 연합뉴스 논설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