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과 한국문학 4. 동화 ≪남미영 동화선집≫
2642호 | 2015년 6월 18일 발행
한국전쟁과 한국문학 4. 동화
산길로 걸어서 와라
식민지와 광복, 전쟁과 참혹의 한가운데서 희망을 찾는 문학이 있었다.
들릴 듯 말 듯하게 동화가 쓰여졌다.
잿더미 속에서 움트는 새싹이 얼마나 순수한지, 그 순수함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어린이는 언제나 어른의 내일이다.
그는 텅 빈 부엌에 멍하니 서 있다가 꿀단지 앞으로 걸어갔다. 예전처럼 꿀을 찍어 먹으려고 단지를 내렸다. 그때, 착착 접은 하얀 종이가 사뿐히 부엌 바닥으로 떨어졌다. 주워서 펴 보니 어머니의 글씨였다. 어머니는 아들이 아무도 없을 때 집에 돌아올 것을 예상하시고, 꿀단지 밑에 비밀 편지를 넣어 놓으셨던 것이다. 어머니가 연필에 침을 묻혀 꼭꼭 박아 쓴 글씨가 눈물 속에 들어왔다.
네 소식 몰라 답답. 난리가 심해서 피란 간다.
네가 집에 올 것 같아 몇 자 적는다. 오는 대로 외가로 와라. 신작로는 위험하니 산길로 걸어서 와라.
급할 때는 부처님을 찾아라.
어미 씀.
<소년병과 들국화>, ≪남미영 동화선집≫ , 남미영 지음, 정선혜 해설, 83~84쪽
<소년병과 들국화>는 극렬한 전장에서 낙오된 인민군과 연합군 병사가 만나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