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신소설 작가 이해조는 판소리 창극에서 구연되고 있던 〈춘향가〉, 〈심청가〉, 〈박타령〉, 〈토끼타령〉을 각각 《옥중화》, 《강상련》, 《연의 각》, 《토의 간》이라는 소설로 활자화했습니다. 《매일신보》라는 최신의 근대 미디어를 통해 듣는 텍스트를 읽는 텍스트로 전환하는 획기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고전 문학이 근대에 와서 어떻게 스스로를 갱신해 활약했는가 보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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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문학기 독보적 베스트셀러, ≪옥중화(獄中花)≫ 2024년 4월 신간
‘감옥에 핀 꽃’이라는 뜻입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고전소설 《춘향전》을 개작했습니다. 연간 7만 권 정도가 팔렸으며 백여 종의 이본이 나왔습니다. 1920~1930년대 근대 소설을 제치고 독보적 베스트셀러 지위를 누리면서 역설적으로 ‘근대문학기’를 대표하는 독서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춘향 이야기를 다루는 대부분의 소설과 영화의 저본이 되었습니다. 단순한 독서물을 넘어 문화계 전반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하나의 문화 현상입니다.
이해조 지음, 권순긍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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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아버지를 위한 자기희생과 구원, ≪강상련(江上蓮)≫ 2024년 4월 신간
‘강 위의 연꽃’이라는 뜻입니다.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임당수에 몸을 던지는 심청의 이야기 《심청전》을 개작한 작품입니다. 《매일신보》 연재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옥중화》와 함께 활자본 고전소설 붐을 이뤘습니다. 심청을 다시 만난 심 봉사는 구름 낀 것처럼 뿌옇던 눈을 활짝 뜹니다. 심청의 고귀한 자기희생이 기적적인 구원으로 이어지는 순간입니다.
이해조 지음, 권순긍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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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 놀부 이야기의 정전(正典), ≪연의 각(燕의 脚)≫
흥보와 놀보 이야기를 개작했습니다. 《흥부놀부전》, 《박흥보전》, 《흥보만보록》 등 현전하는 이본이 120종이 넘는 한국의 대표적인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익히 아는 흥부 놀부 이야기는 대부분 이해조의 《연의 각》에 기반합니다. 1세대 국문학자 김태준이 《조선소설사》(1931)에서 《흥부전》을 소개할 때 《연의 각》을 대상 텍스트로 삼았습니다. 이후 소설이나 전래동화 형태로 정착된 흥부와 놀부 이야기는 다른 이본보다 《연의 각》의 영향이 짙게 나타납니다.
이해조 지음, 장유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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