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미디어와 소수자 문화 정치
<<한국 사회 미디어와 소수자 문화 정치>>에서 오원환이 말하는 탈북자 담론 구성
두 국민 전략과 나쁜 국민
신자유주의는 국민을 둘로 나눈다. 돈 내는 좋은 국민, 돈 쓰는 나쁜 국민. 탈북자는 돈이 없다. 나쁜 국민이다. 이래서는 통일이 안 된다. 대박은 쪽박이 된다.
철이라고 하는 탈북 청소년은 북한 주민에서 꽃제비로, 그리고 불법체류자, 유랑민, 인도적 난민, 식량난민, 망명자, 귀순동포, 북한이탈주민, 영세민, 생활보호대상자, 특별한 교인, 탈학교 청소년, 폭주족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의미와 범주로 구분되었다. … 탈북자들은 정체성의 혼란과 위기를 경험한다.
‘탈북자에 대한 미디어의 담론적 구성’, <<한국 사회 미디어와 소수자 문화 정치>>, 228쪽.
통일은 정말 대박일까?
행운을 잡으려면 통일에 대한 부정 인식을 버려야 한다. 긍정 인식이 필요하다.
인식 전환의 출발점은 어디인가?
탈북자의 한국 내 존재 의미의 재구성이다. 우리 안의 북한을 알고 품을 수 있어야 실제 북한에 대한 다른 접근이 가능해진다.
한국 사회에서 탈북자는 어떤 존재인가?
분단 이후 탈북자는 다양하게 불렸다. 지금은 대체로 부정의 존재다.
부정의 존재 인식은 어떤 결과를 낳았는가?
그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고 정착하기 어렵게 만든다.
탈북자 탈남 현상의 원인은 뭔가?
현재의 담론 지형 때문이다. 탈북자가 한국 사회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발견하기 어렵다.
누가 탈남의 문화 지형을 만드는가?
언론이다. 탈북자는 부정적 뉴스에서 ‘탈북자 이모 씨’나 ‘탈북자 김모 씨’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한국 언론의 탈북자 격리 정책인가?
언론은 탈북자를 사회 부적응 집단으로 범주화하고 그들에 대한 사회 인식을 저하시킨다.
‘탈북자에 대한 미디어의 담론적 구성’에서 당신의 주장은 무엇인가?
탈북자 관련 법과 처우, 미디어 호명 방식의 변천을 짚었다. 탈북자 담론을 역사적으로 훑어보면서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 모색하였다.
월남귀순자라는 이름도 있지 않았나?
그것이 탈북자의 첫 번째 법적 명칭이다. 1962년에 제정된 ‘국가유공자 및 월남귀순자 특별 원호법’의 호명 방식이다.
월남귀순자라는 말에 담긴 뜻은 뭔가?
귀순이 키워드다. 남한 체제의 우월을 암시하는 전략이다.
귀순용사라는 표현은 무엇을 약속하는가?
1978년 ‘월남귀순용사 특별 보상법’이 제정되면서 월남귀순자는 귀순용사라는 호칭을 새로 얻는다. 이 법을 통해 탈북자는 중산층 이상의 경제 혜택과 귀순용사라는 사회 명분을 제공받았다.
탈북자에게 중산층 이상의 처우를 제공한 이유는 무엇인가?
베트남 파병과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으로 한반도의 군사 긴장이 극에 달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냉전 대치가 가장 치열했던 시기인 만큼 남한 정치경제 체제의 우월성을 더욱 적극적으로 과시할 필요가 있었다.
탈북자 담론의 생산자는 누구인가?
시대의 산물이다. 분단 이후 냉전 질서와 체제 경쟁은 한국의 지배 이데올로기가 수월하게 작동하는 데 중요한 명분이었다. 탈북자 담론도 이를 벗어날 수 없었다.
냉전 종식 이후 탈북자의 처지는 어떻게 변하나?
체제 경쟁이 불필요해졌다. 체제 우월성 과시 수단으로 사용하던 탈북자의 존재 가치는 떨어졌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시장 중심의 신자유주의가 탈북자 의미를 규정하는 지배 담론으로 자리했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탈북자 인식은 어떤가?
민족주의 관점이 약화되고 인도주의 관점이 들어섰다. 그들은 이제 단지 특수한 난민이자 국고의 불평등한 수혜자라고 인식된다. 탈북자에 대한 경제 지원이 크게 준다.
신자유주의 담론에서 탈북자의 위치는 어디인가?
‘2등 국민’이다. 신자유주의는 근로 후 세금을 납부하는 좋은 국민과 일하지 않고 복지 혜택을 받는 나쁜 국민을 구분한다.
탈북자는 나쁜 국민이 된 것인가?
신자유주의는 좋은 국민으로 나쁜 국민을 공격하는 ‘두 국민 전략’을 구사한다. 남한 입국 후 정착금과 생활보호대상자로서 복지 혜택을 받는 탈북자는 여지없이 나쁜 국민에 속한다.
탈북자 담론의 중요성은 어디에 있는가?
통일 이후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탈북자 담론 쇄신은 미래 통일 한국 시대에 남북의 문화 갈등을 줄이는 데 선도적 경험과 계기가 될 수 있다.
담론 쇄신의 첫 단추는 무엇인가?
민족처럼 동질성에 바탕을 둔 키워드가 부각되어야 한다. 민족이라는 용어를 근대적,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단일민족이라는 한반도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탈북자에게 긍정적인 존재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핵심 용어가 민족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오원환이다. 경성대학교 멀티미디어학부 초빙외래교수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