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드라마와 아시아 여성의 욕망

세계여성의날 특집 3. 한류 드라마는 아시아 여성의 욕망이다

이수연이 쓴 <<한류 드라마와 아시아 여성의 욕망>>

무엇이 아시아 여성을 흔드는가?
그들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욕망한다. 이루지지 않기 때문에 욕망은 깊어지고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욕망은 계속된다. 한류 드라마의 환상은 반복되고 반복된다.

아시아 가부장 문화에서 여성이 욕망의 주체로 살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한류 드라마에 대한 탐닉은 이들 욕망의 새로운 지평을 보게 한다. 때로는 과격하게 때로는 은밀하게 나타나는 그들의 욕망은 모순적이면서도 합리적이다.
머리말, <<한류 드라마와 아시아 여성의 욕망>>, ix쪽.

아시아에서 여성의 욕망이란 무엇인가?
아시아 가부장 문화에서 여성의 욕망은 사소하고 속물스러운 것으로 치부된다. 여성들은 자신의 욕망을 부끄러워하거나 숨기거나 최소한 자랑스럽게 여기지 못한다. 그래서 여성들은 자신의 욕망에 대해 양면적인 태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욕망에 대한 양면적 태도와 한류 드라마는 어떻게 만나는가?
텔레비전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 환상이고 신기루라는 지적은 사실이다. 그러나 환상이란 무엇이겠는가?

환상이 뭔가?
우회적인 현실 반영이다.

어째서 환상이 현실의 반영인가?
환상이 어디서 비롯되는가? 현실의 결여에서 출발한다.

현실의 결여가 환상을 부르는 것 아닌가?
그것도 맞다. 현실에 결여를 조성하는 것은 환상이기 때문이다.

현실 결여와 한류 드라마는 관계가 있는 현실인가?
깊은 관계가 있다. 가부장 사회의 이데올로기는 여성들에게 특정한 욕망을 제안한다. 그러나 이 욕망은 그 이데올로기 자체의 구조 때문에 달성이 어려운 과제가 된다. 한류 드라마의 인기는 드라마가 제시하는 환상이 현실의 결여를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여성의 한류 드라마에 대한 열광은 결여의 깊이를 반영한다는 말인가?
현실에서 충족되지 않는 욕망의 순간적인 해결이라고 할까? 내가 만난 한류 드라마 팬들은 한류 드라마 즐기는 것에 당당했다. 자신의 욕망을 인정하는 점에서 한류 드라마를 통한 욕망과의 화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욕망과 어떻게 화해하는가?
한류 드라마는 아시아 여성의 욕망을 구성하고 대리하고 성취한다. 욕망을 구성한다는 것은 드라마가 그녀들이 미처 의식하고 있지 못하는 욕망을 그린다는 것이다.

역시 결여의 생성인가?
옳다. 미인지의 욕망을 그린다는 것은 동시에 인지하지 못한 결여를 생성시킨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욕망은 한 편의 드라마 시리즈를 통해 해소된다.

그것은 어떤 욕망인가?
사랑에 대한 욕망이 가장 두드러진다. 특히 순수하고 충실하고 영원한 사랑을 욕망한다. 사실 순수하고 영원한 사랑은 불가능한 개념이다. 사랑은 본질적으로 자기애적인 것이다. 그리고 사랑은 사람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랑이 약속하는 무엇 즉, 타 대상에 대한 것이다.

증거가 있나?
한 대만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사실 바로 이것이 현대 여성들이 좇는 것이죠. 말하자면 환상을 추구하죠. 현실 어디에서 이런 것을 발견하겠어요? 현실에서 어떻게 <겨울연가>의 배용준같이 당신을 영원히 사랑해 줄 사람을 찾아요? 현실에서 사람들은 인스턴트 사랑을 추구하죠.”

현실의 결여가 해소되는가?
해소되지 않는다. 드라마는 결여의 윤곽을 더욱 뚜렷하게 만든다. 그들은 또 다른 한류 드라마를 갈망하게 된다.

결여가 결여를 부르는가?
드라마 플롯의 반복성에도 불구하고, 아니 바로 그 반복성 때문에 그들은 또 다른 한류 드라마를 찾는다. 한류 드라마의 팬덤은 라캉의 모델, 곧 욕망의 반복 구조를 예시한다.

욕망의 반복에 대해 라캉이 뭐라고 했는가?
라캉에게 욕망은 인간의 생존의지를 가능하게 하는 항상적인 기제이다. 욕망은 인간의 생존과 사회화의 버팀목이다. 욕망은 주체가 타인을 주목하고 모방하게 만든다. 욕망이란 언제나 욕망에 대한 욕망이며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다른 것을 지시하고 따라서 환유적이다. 욕망의 대상은 실체가 없지만 욕망은 끊임없이 다른 것을 지시한다. 사람들이 욕망에 대한 환상을 유지하게 만든다.

한국과 다른 아시아 국가 여성의 한류 드라마에 대한 태도에 차이가 있는가?
외국 여성들은 한류 드라마가 자신의 직접적인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드라마를 현실이라고 믿기 쉽다. 이와 달리 한국 여성들은 드라마를 환상으로 받아들인다.

이런 차이는 나라마다 다른가?
홍콩은 여성의 사회진출율이 높고 적극적이다. 그들은 사적인 애정관계의 부족함을 한류 드라마를 통해 충족시키는 경향이 있다. 일본 중년 여성들은 전통적인 현실에서 한 번도 시도하지 못했던 자기정체성 찾기를 시도한다.

당신이 한류 드라마를 연구한 이유는 무엇인가?
나보다 먼저 한류 드라마 팬이 된 홍콩의 여교수들이 한국으로 나를 찾아왔다. 그들이 물었고 그래서 대답하게 되었다.

한류 드라마 텍스트의 인기 요인은 무엇인가?
일본, 중국, 홍콩, 대만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15편을 분석했다. <가을동화>, <겨울연가>, <아름다운 날들>, <호텔리어> 같은 드라마다. 플롯이 정형적이고 반복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연구 대상 15개 드라마 모두 멜로드라마 장르에 속한다.

<<한류 드라마와 아시아 여성의 욕망>>은 어떻게 완성되었나?
2004년 중국, 홍콩, 대만을 대상으로 시작하였다. 이때는 이 국가 연구자들과 공동으로 연구했다. 내가 텍스트 분석을 하고 나머지 국가 연구자들은 팬들을 면접했다. 그러다 한류가 일본으로 확산되면서 2007년 직접 일본으로 가서 수개월 동안 일본 팬들을 인터뷰했다. <<한류 드라마와 아시아 여성의 욕망>>은 두 번의 연구 결과를 종합한 것이다.

이 책은 무엇을 생각하는가?
2000년대 이후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가 해외에서 기대 이상의 인기를 끌면서 그 인기의 속성뿐만 아니라 드라마 자체의 본질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이 책은 한류 드라마의 본질과 함께 한류 드라마의 해외 인기가 그 주요 팬인 아시아 여성에 대해 무엇을 말하는지에 대한 탐구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수연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