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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지 4월의 새책. 한여름 밤의 꿈에 나타난 젠더 의식

김용태가 옮긴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한여름 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

눈먼 사랑의 정체
요정 오베론의 약물은 처음 보는 사람을 사랑하게 만든다. 그가 누구인지, 무엇인지 묻지 않는다. 내 앞에 있는 것만으로 사랑에 빠진다. 그것이 사랑이다.

드미트리어스: 그러나 공작님, 무슨 힘 때문에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무슨 힘 때문이기는 한데−허미아에 대한 연정은
그저 눈 녹듯 사라지고 이제는 어릴 적 애지중지하던
값싼 장난감에 대한 기억처럼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오로지 헬레나만이 제 마음속에 깃든 모든
진실이며 가치이고 제 눈이 바라보는 기쁨의 대상입니다.
공작님, 저는 원래 허미아를 만나기 전 이미 헬레나와
약혼한 사이였습니다. 그런데 마치 병든 사람처럼
헬레나란 음식을 싫어하게 되었는데 건강을 되찾고 보니
원래 입맛도 되살아나게 된 것이지요.
이제는 그 음식을 원하고, 사랑하고, 갈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영원히 그것에 충실하려 합니다.

(중략)

(테세우스, 히폴리타, 이지어스, 시종들 퇴장)

허미아: 이 일들이 초점이 안 맞는 눈으로 볼 때처럼
모두 이중으로 보이는 것 같아요.
헬레나: 나도 그래요.
드미트리어스를 얻기는 했지만 주운 보석처럼
내 것인지 아닌지 확실치가 않아요.
드미트리어스: 이게 분명 생시일까?
여전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

≪한여름 밤의 꿈≫, 셰익스피어 지음, 김용태 옮김, 145∼148쪽

남녀 삼각 관계인가?
아니다. 사각 관계다.

사각 관계란 어떤 관계인가?
허미아와 라이샌더, 헬레나와 드미트리어스의 4각 관계다.

헤어날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인가?
아니다. 갑자기 모든 문제가 정리되었다. 드미트리어스는 이를 알 수 없는 힘 때문이라고 했다.

‘알 수 없는 힘’이 뭔가?
요정의 왕 오베론이 라이샌더와 드미트리어스의 눈에 바른 사랑의 약즙 효과다.

사랑의 약즙 효과는 무엇인가?
눈을 떴을 때 처음 보는 상대를 사랑하도록 만든다.

요정이 왜 사람 일에 끼어드는가?
숲에서 드미트리어스에게 매달리는 헬레나를 보게 된다. 오베론은 헬레나를 동정해 드미트리어스의 사랑을 그녀에게로 돌리려고 했다.

사랑이 돌아갔나?
시종이 실수로 사랑의 약즙을 드미트리어스가 아닌 라이샌더의 눈에 발랐다. 라이샌더가 눈을 떴을 때 눈앞에 헬레나가 있었고, 그는 헬레나를 사랑하게 된다.

오베론은 어떻게 잘못 간 사랑을 수습하나?
드미트리어스의 눈에 사랑의 약즙을 바른다. 라이샌더의 눈에는 다른 약즙을 발라 그가 착각에서 빠져나오도록 한다.

라이샌더는 누구인가?
아테네 귀족 이지어스의 딸인 허미아의 연인이다.

이 작품이 셰익스피어의 세계관을 가장 잘 드러낸다는 말이 맞는가?
그렇다. 셰익스피어의 낭만 희극이 관통하는 주제는 결혼이다. 이 작품만큼 결혼이라는 주제가 폭넓게 그리고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 작품도 드물다. 이 작품은 낭만 희극의 범주를 넘어 그가 평생 염두에 두어 온 세계관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 준다.

셰익스피어의 세계는 어떤 것인가?
모든 존재 양식들이 조화를 이루는 세계다. 이 작품에서는 몽환적인 판타지 세계를 구축함으로써 이러한 염원을 실현한다. 다른 작품에서 찾아보기 힘들 만큼 여러 계층의 다양한 인물들을 이 작품에 등장시켰다. 그들은 판타지 세계를 더욱 역동적으로 만든다.

그의 판타지는 어떤 세계인가?
처음에는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그려진다. 요정의 왕 오베론과 여왕 티타니아가 대립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연계의 불화가 야기돼 계절과 계절에 따르는 자연현상도 어긋나 버린다.

불화는 어떻게 조화가 되는가?
네 남녀는 아침에 눈을 뜨면서 지난 일들이 꿈처럼 몽롱해지는 것을 느낀다. 불화의 고통은 결혼, 곧 사랑의 결합으로 치유된다. 결혼 축하연에서 아테네 직공들이 ＜피라머스와 시스비＞라는 연극을 무대에 올린다. 판타지의 악몽을 경험한 뒤 화해한 요정 오베론과 티타니아가 이 모습을 구경한다. 결혼이라는 사건을 통해 모든 불화의 요소들이 화해와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인 세계를 그리는 것이다.

16세기 후반 작품이 지금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작가는 당대 영국의 사회변동 양상을 선구자적으로 재현하고 있다. 젠더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변화되는 과정을 희극이라는 장르 속에 극적으로 담아 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면 현재의 의미를 더욱 풍부하게 느낄 것이다.

16세기에 젠더에 대한 인식 변화란 무엇을 말하나?
상업주의가 확산되면서 여성들의 위치나 활동 영역에 변화가 생겼다. 여성이 가정 밖에서 경제활동에 참여해야 할 필요와 기회가 확대되었다. 당대 사람들은 여성 군주 엘리자베스의 통치를 경험하고 있었다.

이 작품의 어떤 대목이 이런 현상을 반영하는가?
허미아와 헬레나를 각자 독특한 성격과 외모를 가진 개성적인 인물로 그린 반면, 라이샌더와 드미트리어스는 별 다른 특징이 없는 밋밋한 인물로 그렸다. 오베론의 마법에 걸려드는 것도 남성 인물들이다. 여성 인물들은 오베론이 주도하는 마법에 종속되지도 않고 자신들의 주장도 굽히지 않는다.

결혼은 전통 솔루션 아닌가?
허미아와 헬레나가 남성 주도의 결혼 제도에 편입한다는 것은 당대에 그녀들을 둘러싼 사회적 위험을 희석시키는 전략이다. 400여 년 전에 젠더를 작품 소재로 삼았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셰익스피어의 문학 소재는 어디에 있었나?
그가 활동한 16세기 후반 영국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지배 아래 문예부흥과 국가적 부흥을 동시에 맞이하고 있었다. 사회 양상이 요동치고 변화하는 전환기이자 변혁기였다. 성숙한 문학적, 문화적 분위기와 역동적인 사회가 제공한 풍부한 소재들은 셰익스피어 작품 곳곳에 녹아들었다. 그의 문학작품들은 사회와 역사에 대한 참고서 역할까지 수행하게 되었다.

개인의 탁월성은 어떻게 설명하는가?
그의 탁월함을 증명하는 또 다른 점은 문학적, 연극적 상상력과 감칠맛 나는 표현력이다. 셰익스피어는 자신이 속한 극장 구조를 십분 활용해 구조적인 제약을 뛰어넘는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했다. 같은 소재라도 그의 손에 들어가면 보편성을 갖게 된다.

발췌인가?
스토리가 중복되는 부분, 장황한 주석 없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당대 역사나 민속과 관련한 내용 등을 생략했다. 자연스러운 스토리 전개를 원칙으로 원작에서 약 80%를 발췌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용태다. 명지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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