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여인 록새너
나는 (나지막한 소리로 했지만) 두세 번, “주여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하고 기도했다. 이번 단 한 번만 하느님께서 목숨을 구해 주시면 앞으로 내 인생을 바르게 살겠다고 굳게 결심했다. 앞으로는 독신으로 덕성스럽게 살고 내가 죄악으로 얻은 재물은 자선과 선행에 쓰겠다고 생각했다.
≪행운의 여인 록새너≫, 대니얼 디포 지음, 김성균 옮김, 219쪽
‘나’는 누구인가?
작품의 화자, 수전이다. 모든 남자가 첫눈에 반하는 미인이다. 노래 잘하고 춤 잘 추고 영악하고 언변이 탁월하다.
그럼 록새너는 누구인가?
‘내’가 가면무도회에서 현란하게 춤추자 흥분한 구경꾼들이 외친 이름이다.
왜 ‘록새너’인가?
이것은 고급 화류계 여자, 처첩이나 이국적 미녀를 가리키는 대명사였다. 허영심과 사치, 갈채에 대한 욕구, 그녀가 갈망하던 모든 것이 이 단어로 압축된다.
지금 그녀가 목숨을 소망하는 이유가 뭔가?
배를 타고 가다가 거센 풍랑을 만났다.
‘죄악으로 얻은 재물’이란 또 무슨 말인가?
첫 남편이 가출하자 아이들을 친척 집에 버렸다. 그러고는 보석상인 두 번째 남편을 따라 파리에 간다. 그가 죽자 남몰래 보석을 차지한다.
목숨을 구하는가?
풍랑이 잦아진다. 죽음의 공포가 사라지자 “악에 물들었던 미각이 되살아”난다. 죽음의 공포가 만든 참회는 공포가 사라질 때 함께 사라지기 때문이다.
악에 물든 미각의 다음 행각은 무엇인가?
프랑스에서 어떤 귀족과, 잉글랜드에 돌아와서는 ‘부도덕한 늙은 귀족’과 동거한다. 모은 돈을 은행 불리는데 연 이자 수입만 2800파운드가 된다.
그녀의 마지막은 무엇인가?
자신의 집 하녀 하나가 버린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딸은 엄마의 정체를 쫓는다. 과거가 드러날까 두려워 피하다 다른 하녀가 딸을 죽이는 것을 방조한다.
악의 승리인가?
인과응보의 결말이 아니다. 그래서 불편한 반응이 많았다. 그러자 출판업자들이 결말을 마음대로 고쳐 출판했다. 그런 버전에서는 록새너가 회개하고 죽는다.
디포라면 ≪로빈슨 크루소≫의 작가 아닌가?
그 작품 하나만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버지니아 울프는 그의 비문에 ‘≪로빈슨 크루소≫를 쓴 사람’으로 기록된 것을 아쉬워했다. 적어도 ≪몰 플랜더스≫와 ≪록새너≫를 쓴 사람이라는 정도는 덧붙여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록새너≫에 낯선 이유는 뭔가?
19세기까지는 외설물이라는 이유로 비평가들이 언급조차 기피했다. 작가 사후에도 오랫동안 작가 이름이 작품 표지에 나타나지 않았다.
어떻게 부활했나?
작품성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록새너≫는 디포의 소설 중에서 구성이 가장 정교한 작품이라고 제임스 서덜랜드는 말했다. 보드먼도 “짜임새 있는 플롯”에 주목한다.
디포는 어떻게 살다 갔나?
1660년 가을쯤 런던에서 태어났을 것이라 추정된다.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만년에는 소설도 썼지만 일생의 유일한 목표는 큰돈을 버는 일이었다. 놀라울 정도로 많은 글을 썼다. 1719년에서 1724년 사이에는 300쪽 넘는 작품만 21편을 출간했고 1731년 사망 시까지 5년여 동안 12권을 더 썼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성균이다. 연세대학교 명예교수다.
2728호 | 2015년 8월 27일 발행
록새너, 죽었다 살아난 로빈슨 크루소
김성균이 옮긴 대니얼 디포의 ≪행운의 여인 록새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