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영화: 매혹과 저항의 역사
손희정이 옮긴 폴 웰스(Paul Wells)의 <<호러 영화: 매혹과 저항의 역사(The Horror Genre: From Beelzebub to Blair Witch)>>
우리는 왜 처녀 귀신을 잊지 못하나?
1960년대 한국 영화 인기 배우는 처녀귀신이었다. 1980년대 미국 영화의 톱 액터는 연쇄 살인마였다. 사람들, 왜 이러는 걸까? 정말 좋아서 그럴까, 아니면 싫어서 그럴까? 혼자서만 자기 얼굴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기까지 와서 <<호러영화>>를 만나야 하나?
한강 고수부지도 열대야를 이기진 못한다. 공포영화는 다르다. 실제로 모세혈관을 수축시켜 체온을 높인다. 그 다음엔 시원함을 느끼게 된다.
간담을 서늘케 하는 서비스인가?
소름이 돋는 것이 과연 신체 반응 탓이기만 할까? 공포영화는 무의식 깊은 곳에 숨겨진 어떤 비밀스러운 욕망을 자극한다. 그런 당신을 바라보면서 한기를 느끼게 된다면?
<<호러영화>>는 무엇을 다루나?
서구 공포영화를 중심으로 호러 장르의 역사와 변천사를 추적한다. 공포영화에 입문할 수 있는 친절한 가이드다.
이 책이 주는 즐거움은 무엇인가?
60년대 한국은 왜 처녀귀신이 인기였나? 80년대 미국은 왜 남성 연쇄살인마에 열광했을까? 그 반대는 왜 아닌가? 공포영화 괴물은 시공간의 정치·경제·문화 맥락에서 탄생하는 매우 역사적인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낯설지만 매혹적인 서구 괴물을 이해할 수 있다.
서구 괴물을 이해하면 우리 마음속 괴물도 이해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서구 괴물 작동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 자체가 한국 괴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세계의 괴물은 지금 서로 융합 중이다. 서양 괴물과 한국 괴물을 구별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질지 모른다. 아직까지는 지역 특색을 강하게 반영하지만.
국경 없는 괴물의 등장은 누구의 손짓인가?
일본, 한국, 미국의 <링> 리메이크 붐이나 10년 전부터 등장한 할리우드의 귀신물, 혹은 한국에서 시도되는 국적이 모호한 슬래셔 무비를 보라. 영화는 국경 없는 상품이다. 세계화로 획일화된 정상성의 기준은 더욱 평평해졌다.
호러는 어떻게 현실성을 획득하는가?
미국 영화학자 로빈 우드는 70∼80년대 공포영화를 통해 우리가 이 사회에서 괴물이 되는 과정을 연구한다. 노동자, 성소수자, 장애인, 노인, 어린이, 대안적 정치체제, 다른 문화를 지배 이데올로기는 비정상이라 부른다. 사회 안전을 해치는 어떤 것이 되어 스크린에 등장한다. 이것이 괴물로 회귀한다고 주장한다.
괴물이라는 것이 현 사회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묻는 개념이란 뜻인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황당한 상상력이 아니다. 현실에 근간을 두고 끊임없이 사회에서 설정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질문하는 존재임을 알 수 있다. 공포영화의 현실성은 영화가 놓인 사회적 맥락과의 관계, 바로 그 자리에 존재한다.
이 책을 시원하게 즐기는 방법은?
방대한 양의 공포영화를 역사적 맥락 안에서 이해하기 쉽게 소개한다. 언급된 필모그래피를 정리해서 영화를 찾아가며 읽어보라. 호러장르뿐 아니라 영화와 사회 관계가 다시 보인다.
이 책의 특별함은 무엇인가?
영화의 출발은 당연히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학자는 정지 이미지를 빠르게 연결하면 움직임을 만든다는 사실을 토대로 광학 장난감이 영화 전사라고 주장한다. 본격 논의는 아니지만 저자 폴 웰스는 공포영화 초기 역사에 괴기스러운 이미지를 보이는 애니메이션을 추가한다. 이 책의 독특함이다. 애니메이션 전문가이기도 한 그의 욕망이 영화사 정설을 비틀려는 욕망과 맞닿아 있는 것은 아닐까.
폴 웰스가 주목한 호러 애니메이션은?
윈저 매케이의 <굶주린 모기>다. 언급하는 작품 중 특히 재미있다. 일반적으로 코미디로 소개되는 짧은 애니메이션이다. 그의 주장처럼 괴물스러운 생명체가 등장하는 최초의 작품 중 하나인지는 직접 보고 판단하시길.
<굶주린 모기 How a Mosquito Operates>(1912)
최초의 공포영화는 무엇인가?
F. W. 무르나우의 <노스페라투>다. 노스페라투는 표지에 실린 스틸 사진의 주인공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괴물 뱀파이어를 등장시킨 최초의 공포영화다. 동시에 공식적으로 저작권을 얻지 못했지만 브람 스토커의 <드라큐라>를 원작으로 한 최초의 영화다. 무성영화 시기 공포영화의 매력과 독일 표현주의 영화의 진수를 볼 수 있는 명작이다. <노스페라투>부터 뱀파이어 영화 역사를 훑는 것도 여름을 즐겁고 시원하게 보내는 방법 아닐까?
<노스페라투 Nosferatu>(1922)
이 분야 최고를 만나고 싶다면?
브라이언 드 팔마의 <캐리>를 추천한다. 서구 문화에서 여성의 재생산성은 오랜 시간 공포의 대상이자 괴물성의 원천이다. 첫 생리를 시작한 10대 여성이 괴물로 변태하는 모티브는 공포영화의 단골 메뉴다. <캐리>는 공포물 중 단연 최고 고전이다. 이 작품은 최근 <킥애스>, <렛미인>, <휴고>를 통해 한국에도 알려진 클로이 머레츠 주연으로 리메이크되었다. 40여 년이 흐르면서 영화는 어떻게 변했을까? 원작과 리메이크판을 비교하는 것도 재미다. 아래는 초경과 함께 염력을 갖게 된 캐리가 분노로 폭발하는 장면이다. 클라이맥스처럼 보이지만, 진정한 공포는 지금부터다.
<캐리 Carrie>(1976)
당신은 피서지에서 이 책을 어떤 방법으로 즐길 것인가?
피서지에서 돌아와 찾아 볼 영화를 리스트업하면서.
당신은 누구인가?
손희정이다. 중앙대학교 영화 과목 강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