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한국 근대 문학에 관심 있다면 해방기와 한국전쟁 중 일어난 문인들의 월북과 납북을 반드시 마주칠 것입니다. 1951년, 대한민국 공보부는 전전 월북을 A급, 전후 월북을 B급, 납북 및 행불을 C급으로 나누고 A급과 B급 문인을 제재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이들에 대한 비판적 논의가 일부 가능해진 것은 1976년. 1988년 상업 출판을 포함한 대대적인 해금이 이루어진 지 40년이 가까워 오지만 이들의 문학사는 아직도 복원 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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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협상파 문인, ≪초판본 정지용 시선≫
〈향수(鄕愁)〉가 카프의 준기관지 격이었던 《조선지광》에 발표되었다는 사실은, 정지용과 〈향수〉, 《조선지광》 모두를 낯설게 합니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 북한군에 납치되었다가 1953년 평양에서 사망했다는 설과 납북 과정 중 폭격으로 사망했다는 설이 있지만 정확히 알려진 것은 없습니다. 그는 해방기에 미국과 소련에 기대어 각각의 정부를 만들려고 했던 세력에 반대한, 이른바 ‘남북협상파’ 문인입니다. 잡지 《문장》을 복간해 남북협상파 문인들에게 발표 지면을 열어 주었던 경력 때문에, 그의 이름은 냉전 이데올로기가 격화하던 남한과 북한 모두에서 지워졌습니다.
정지용 지음, 이상숙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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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이 버린 혁명, ≪초판본 임화 평론선집≫
보성중학 중퇴생. 그러나 한국 최초의 체계적인 방법을 갖춘 근대 문학사 《개설 신문학사》(1939)와 식민지 시기 가장 방대하고 수준 높은 평론집 《문학의 논리》(1940)를 저술했습니다. 임화는 열성적인 정치 분자였습니다. 남한에서 남로당이 불법 단체로 규정되고, 자신이 관여하고 있던 《노력인민》을 더 이상 발간할 수 없게 되자 1947년 11월, 월북을 감행합니다. 그러나 박헌영을 중심으로 한 남로당 계열의 정치적 패배와 함께 ‘미제 스파이’로 몰려 1953년 처형됐습니다.
임화 지음, 이형권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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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에서 좌파 작가로, ≪초판본 지하련 단편집≫
지하련은 한 좌담회에서 식민지 시기 자신이 창작했던 인물의 정치적 허약성을 반성하며, 해방이 가져온 새로운 감각에 대해 말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인물이 석재, 〈도정〉(1946)의 주인공입니다. 일찍이 좌파 작가라는 인상을 각인한 정치 분자이자 A급 월북자로 판금되었음에도 그녀는 남북한의 정치 상황과 관련 없이, ‘여류’라는 맥락으로 다루어졌습니다. 그녀의 월북 또한 남편 임화의 의지로 해석되곤 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임화의 월북 이후에도 1년간 서울에 머물렀습니다. 그녀가 아이들을 데리고 월북한 것은, 대표적인 좌파 계열의 출판사 백양당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창작집 《도정》을 간행한 1948년 12월입니다.
지하련 지음, 임정연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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