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전 지구본
400년 전 지구본
금강산까지 먼 길을 찾아간 조선의 나그네는
중국의 문학을 조선의 문학으로 변모시켰다.
일본에서는 혼령과 요괴를 이야기하며
소박하고 담백한 문학을 지었다.
반대편 세계에서는 새로운 사회를 바라보며
패러디하고 풍자했다.
17세기 지구촌의 모습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은상 사집 조선 중기 문신 이은상이 지은 사(詞) 38수를 모두 담았다. 앞선 시기의 사인(詞人)들이 중국 명승지를 상상하거나 여성 화자를 내세워 감상적인 사를 읊은 것과는 달리, 이은상은 직접 본 금강산의 경치를 읊고 실제 경험한 작별의 수심을 읊었다. 낯선 중국의 사 문학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28수의 금강산 기행사는 눈에 보일 듯 실감 나는 묘사로 감탄을 자아낸다. 이은상 지음, 김지현 옮김 |
신오토기보코 일본 에도 시대의 기이한 이야기 48편을 모았다. 사람이 뱀으로 변하는 이야기, 혼령이 깃든 동물이나 요괴가 등장하는 이야기 등 항간에 떠도는 소재를 소박하게 담아내, 당대 일본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귀신의 존재나 기이한 현상에 대한 에도인의 인식과 사고, 윤리관과 종교관까지도 엿볼 수 있다. 당대의 삽화를 살려 실어 작품 전반에 물씬 풍기는 일본의 냄새가 더욱 돋보인다. 낙하우거 지음, 박연숙 옮김 |
케베도 시선 케베도 이 비예가스는 언어의 마술사다. 패러디와 은유, 암시, 말장난을 자유자재로 활용한 것은 물론, 언어를 붙이고 쪼개고 비틀어 새로운 의미를 창조한다. 지고하고 영원한 것을 추구하는 심오하고도 엄숙한 모습과, 천박하고도 비열한 삶의 전경을 잔인한 빈정거림으로 토해 내는 매섭고도 통렬한 모습, 케베도의 두 얼굴은 바로 17세기 스페인 바로크 문학 그 자체다. 프란시스코 데 케베도 이 비예가스 지음, 안영옥 옮김 |
부르주아 귀족 프랑스 사회의 새로운 세력으로 부상한 부르주아. 그들은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어 부를 축적했지만, 오랜 신분제 사회에서 귀족 계급이 쌓아 온 정신적인 가치에 비견할 만한 것들은 갖추지 못했다. 그들이 갖는 권위와 위세는 졸부들이 보여 주는 천박함에 가까운 것이었다. 프랑스 고전극의 대가 몰리에르는 이 부르주아 계층을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비웃고 풍자한다. 몰리에르 지음, 이상우 옮김 |
김숭겸 시선 13세에 시를 짓기 시작했다. 어린 나이지만 예사롭지 않은 작품들을 남겼다. 그리고 19세에 요절했다. 하지만 10대 때 지어 세상에 남긴 300여 수의 시만으로도 한국 문학사에 이름을 올렸다. 산수를 좋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산과 강을 노래한 천재 시인 김숭겸의 시는 전혀 때 묻지 않은 맑고 투명한 색채를 띠고 있다. 옥병의 얼음 같은 전원시 82수를 가려 뽑았다. 김숭겸 지음, 전송열 옮김 |
떠돌이 혹은 추방된 기사들 17세기 여성 전업 작가에 대한 대중의 비난과 멸시는 상상을 초월했다. 이 시기에 작가로 활동한 애프러 벤은 여성 작가 최초로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안장되었다. 버지니아 울프는 “모든 여성은 애프러 벤의 무덤에 꽃을 바쳐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녀의 대표작인 이 희곡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여성들을 등장시켜 여성주의 관점과 주제를 선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애프러 벤 지음, 홍유미 옮김 |
17세기 러시아 문학 17세기 러시아는 서구 문물을 본격적으로 수용하는 한편 서구에 대한 민족주의적 경계를 늦추지 않는 모순된 사회였다. 서구화와 세속화는 문학에도 스며들었다. 전통적인 성자전 양식에서 해방된 전기가 나타났고, 온갖 유형의 협박과 약속들로 가득 찬 재치 있는 세계를 그리는 피카레스크소설이 출현했다. 불안한 17세기를 살았던 러시아 민중이 즐긴 문학을 발견할 수 있다. 아바쿰 페트로프 외 지음, 조주관 옮김 |
3020호 | 2019년 8월 13일 발행
400년 전 지구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