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창의 노동은 매력이 있다. 많은 청년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기며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문화산업에 뛰어든다. 일반 노동과는 달리 창의 노동은 개인의 창의성을 활용해 문화적,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특징을 가진다. 창의 노동의 특수성은 창의 노동의 매력이지만 이는 동시에 창의 노동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불안정하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비춰진 환상적 이미지와 달리 창의 노동자들의 현실은 고되다. 창의 노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다. 미래의 창의 노동자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창의 노동의 현 주소를 알리고, 실제 사례 연구와 학문 이론을 바탕으로 개선의 필요성을 짚어 본다.
지은이
안채린
숙명여자대학교 다문화통합연구소 소속이며, 국제예술대학교에서 문화콘텐츠 산업론을 강의 중이다. 영국 워릭대학교 문화정책센터에서 문화산업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영국 유학길에 오르기 전엔 창의 노동자로 다년간 일했다. 첫 직장이었던 YTN미디어에서 예능 방송 PD와 기자로 활동했고, 이후 공연계에 입문해 좋은콘서트에서 공연 프로듀서로 활동했다. 역서로 『창의 노동과 미디어 산업』(2016), 『창조 전략, 경영과 혁신을 다시 연결하라』(2014)가 있으며, “창의 노동자의 다중정체성과 창의적 자율성 간의 상관관계”(2017), “Multiple Identities of Media Labourers and Experiences of Creative Autonomy”(2016)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창의 노동자들의 언어를 이해하는 연구자로서 창의 노동자와 문화 경영자 사이의 소통을 돕는 매개자 역할을 할 수 있길 꿈꾼다. 창의 노동자들의 창의적 역량을 지키고, 또 발전시킬 수 있는 현실적 방향을 고민한다.
차례
01 문화 산업과 창조 산업
02 창의 노동의 정의와 범위
03 창의 노동에 대한 여러 시각들
04 창의 노동과 창의성
05 창의 노동과 자율성
06 창의 노동과 자아실현
07 창의 노동의 내적 보상
08 창의 노동의 외적 보상
09 창의 노동과 문화 소비자
10 창의 노동은 좋은 노동인가
책속으로
흥미로운 것은 창의 노동은 기본적으로 ‘좋은 노동’의 조건과 ‘나쁜 노동’의 조건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후 자세히 논의하겠지만, 창의 노동의 매력적인 측면들-자율성, 자아실현, 자기만족 등의 내적 보상, 노동 유연성-은 매우 강한 양면성을 띠고 있다. 무엇보다도 실제 노동 과정에서 누릴 수 있는 자율성의 범위는 늘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이뤄진 다수의 창의 노동 관련 실증 연구들을 보면, 창의적 생산 과정을 실제로 이끌어 가야 하는 창의 노동자들에게 허락된 통제권이나 재량권은 거의 없는 경우가 태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창의 노동은 ‘좋은 직업’이 될 수 있는가” 중에서
최근 여러 국가의 정책 방향은 물론 산업과 학계가 모두 인간의 창의성이 갖는 잠재적 가치에 집중하는 경향은 과거 ‘창조적(creative)’이라고 인정받았던 일부 예술 및 문화 활동에 대한 선망을 바탕으로 한다. 인간의 창의성이 가진 가치에 학문적 관심을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심리학자들이었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창의성을 국가 및 산업 영역에서 핵심 가치를 지닌 개념으로 논의하며 본격적으로 연구를 이어 온 것은 경영학 및 경제학계다. 경영학자들은 창의성과 관련한 심리학 이론을 활용, 기업 혁신 및 조직의 창의적 발전을 이끌 수 있도록 조직원들에게 동기부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창의 노동에 대한 여러 시각들” 중에서
창의 노동자는 자신만을 위한 작품 활동을 하는 예술가와는 다른 지향점을 가진다. 창의 노동자는 개인의 창의성을 활용하여 소비자나 관객, 나아가 대중을 대상으로 상징상품을 생산하는 이들이다. 따라서 창의 노동자의 창의성은 개인적 의미의 독창성이나 가치 부여를 뛰어넘는 목표를 갖고, 보다 넓은 사회적 맥락 속에서 참신성과 독창성을 먼저 인정받아야 한다. 또한 자신이 속한 분야의 목적에 부합하며,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나 생산품을 만들어 냈을 때 비로소 창의적인 결과물을 생산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창의 노동과 창의성”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