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수필선집’은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공동 기획했습니다. 한국문학평론가협회는 한국 근현대 수필을 대표하는 주요 수필가 50명을 엄선하고 권위를 인정받은 평론가를 엮은이와 해설자로 추천했습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습니다.
이하윤은 김진섭을 기억하는 자리에서, 평소 “과묵과 신중으로 일관”했으며, “원고의 필치”까지도 “알뜰하고 품위” 있었던 것으로 술회한다. ‘단정’과 ‘품위’로 요약되는 작가의 인상은 그의 글에서도 확인되는바, 문장은 물론 인식 태도와 서술 방식에 나타나는 ‘품격’은 김진섭 수필의 본질적 속성이라 할 수 있다. “온후”와 “과욕(寡慾)”의 성격, 시속의 변화에 일정한 거리를 두는 문사적 기질은 김진섭의 글쓰기를 형성하는 근본적인 태도인 것이다.
“일대의 한학자”였던 부친에게서 받은 한학의 소양이 고전주의적 성향의 밑바탕을 이루었다면, 일본 유학 시절 접한 외국 문학은 김진섭 수필의 또 다른 토양이라 할 수 있다. 김진섭은 일본의 호세이(法政)대학에서 독일 문학을 전공하면서 손우성, 이하윤, 정인섭 등과 ‘외국 문학 연구회’를 결성했고, ≪해외 문학≫ 발행에 참여하기도 했다. ‘해외 문학파’로 명명된 이들 외국 문학 연구자들과의 유대 관계는 김진섭 수필의 문학적 자산이자 배경이 되었다. 김진섭 수필에 내재하는 도시적 감수성과 섬세한 취향은 외국 문학의 탐구 과정에서 체득한 감각과 연구자로서의 자의식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특히 독일문학과 서구의 에세이는 새로운 글쓰기의 형식과 방법의 모델이기도 하였다. 가령, 초기 수필 <창>에 언급된 화병 손잡이에 대한 지멜의 사회학적 탐구는 에세이에 대한 김진섭의 독서 경험과 구체적인 사물에서 사회 역사적 맥락을 읽어 내려는 방법론의 연원을 짐작케 한다.
김진섭은 수필을 현대적인 문학 장르로 정착시킨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1920년대 중반부터 200여 편의 수필과 평론을 발표했으며, 수필집 ≪인생 예찬≫(1948)과 ≪생활인의 철학≫(1949)을 간행했다. 일상의 삶과 철학적 사유를 두루 아우르는 그의 글쓰기는, 수필 문학이 독자적인 장르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되었다.
김기림은 김진섭에 이르러 수필을 “조반 전에 잠깐 두어 줄 쓰는 글”로 치부하는 생각이 바뀌었다고 평가한다. 그는 김진섭의 수필에서 “소설의 뒤에 올” 새로운 “문학적 형식”의 가능성을 읽어 내기도 한다. 김진섭은 수필이 신변잡기나 경험의 나열로 구성되는 글이 아님을 자신의 글을 통해 보여 준다. 그의 수필은, “생활”에서 출발해 “사념”으로 발전한다는 박종화의 평가처럼, 구체적인 생활에서 근원적인 가치를 추출하려는 사색의 산물이다. 김진섭의 유려하고 장중한 만연체 문장 역시 이런 사유의 형식이자, 숙고의 결과라 할 수 있다.
200자평
김기림은 김진섭에 이르러 수필을 “조반 전에 잠깐 두어 줄 쓰는 글”로 치부하는 생각이 바뀌었다고 평가한다. 김진섭의 수필은, “생활”에서 출발해 “사념”으로 발전한다는 박종화의 평가처럼, 구체적인 생활에서 근원적인 가치를 추출하려는 사색의 산물이다. 생활에서 착안해 철학적 성찰로 이어지는 무형식의 글쓰기는 김진섭 수필의 특징이며 현대 수필의 본질을 내포한 것이기도 하다.
지은이
청천(聽川) 김진섭(金晋燮)은 1903년 8월 목포에서 태어났다. 고향은 안동이었으나 관리였던 부친을 따라 제주와 나주 등지로 옮겨 다니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1920년 양정고보를 졸업하고 1921년 일본 호세이(法政)대학 법과에 입학했다. 이듬해 같은 대학 예과로 전과했으며 1924년에 독문학과에 입학해 1927년에 졸업했다. 일본 유학 시절 손우성, 이하윤, 정인섭 등과 외국 문학 연구회를 결성하였고, ≪해외 문학≫ 발행에 참여했다. 귀국 후 경성제국대학 도서관에 근무하며 수필과 평론을 발표했으며, 극예술 연구회를 통해 신극 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해방 후 서울대학교와 성균관대학에서 독문학을 강의했으며, 서울신문사 출판국장을 지냈다. 1950년 8월 자택에서 납북되었고 이후 생사는 알려진 바가 없다. 김진섭은 1920년대 중반부터 200여 편의 평론과 수필을 발표했으며, ≪인생 예찬≫(1948), ≪생활인의 철학≫(1949), ≪교양의 문학≫(1950) 등을 발행했다. 1958년 박종화의 주관으로 40여 편의 유고를 모아 ≪청천 김진섭 수필집≫(신아사)이 발간되었다.
엮은이
류경동(柳庚東)은 1967년 공주에서 태어났다. 1986년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입학해 1992년에 졸업했다.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 <전봉건 시 연구>로 석사 학위를, <1930년대 한국 현대시의 감각 지향성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와 성신여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차례
窓
雨頌
城北洞 天의 月明
春陽獨語
命名 哲學
올해는 어데를?
倦怠 禮讚
文學熱
除夜 所感
人生은 아름다운가?
涕淚頌
話題의 貧困
나의 避暑 않 가는 辨
없는 故鄕 생각
宮苑
文章의 道
梅花讃
忘却의 辨
掌篇待春譜
旅行 哲學
酒朋
秘密의 힘
白雪賦
生活의 享樂
雨霖霖
國民의 祭典
市民戰爭
敎養에 對하야
以食爲天의 說
孤獨에 對하야
淸貧에 對하야
文化 朝鮮의 建設
無題錄
病에 對하여
生活人의 哲學
理髮所
建國의 길
金錢 哲學
頌春
말하는 그리운 종이
虛言의 倫理
主婦頌
해설
지은이에 대해
엮은이에 대해
책속으로
사람이 自己의 孤獨을 알 뿐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孤獨까지를 알 때−即 다시 말하면 모든 사람은 結局은 홀로 외롭고 쓸쓸하게 自己의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오 그러므로 많은 사람은 不幸히도 아즉 孤獨이란 무엇인지 그 좋은 點과 나뿐 點을 確實히 認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어떤 사람이 알 때 여기 비로소 同胞에 對한 同情과 사랑−具體的으로 말한다면 弱者에 對한 同情과 强者에 對한 사랑이 그의 가슴을 完全히 占領하게 된다. 그때 그는 참으로 孤獨의 壓力과 祝福을 아는 까닭으로 自己의 쓰린 孤獨을 通해서 고달푼 孤獨에 우는 많은 同胞의 苦悶을 몸소 理解하고 외로운 同胞를 돌보와 주지 않고는 못 백이는 것이니 이곳에 이 相互扶助 속에 眞實로 精神的 愛情, 同族愛, 그리고 참된 社會性의 誕生은 있는 것이다.
<孤獨에 對하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