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책은 일본의 저명한 중국학자 가노 나오키가 교토대학 철학과의 일반 강의로 몇 차례 되풀이해서 행한 것을 정리 편집해 출간한 것이다. 저자의 초고가 남아 있는 부분은 그것을 기초로 하고, 초고가 없는 부분은 학생의 노트로 정리했다.
가노 나오키는 일본 현대에 청조 실증학을 최초로 본격적으로 수입한 사람이며, 청유(淸儒)의 학설을 광범하게 읽고 그 근대적 가치를 이해해 이를 학문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그의 중국학 연구는 경학의 범위에서 그치는 것은 물론 아니며, 문학, 사학에서도 심오한 조예를 나타냈다. 그의 학문 태도는 어디까지나 중국 문화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주안으로 하여 정치·교육과 혼선되는 것을 피하고, 그 연구 대상은 철학·문학·사학을 포괄하며, 근대 현대를 제외하지 않고 속문학(俗文學)을 경멸하는 일이 없는, 공정하며 치우치지 않은 입장이다. 비유하자면, 서양의 시놀로지(sinology)에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서양의 시놀로지스트(sinologist)들이 흔히 그러했던 것처럼 오로지 연구 분야에만 활동을 한정하고 정치와의 접촉을 힘써 피했을 뿐 아니라, 세상일에 개입하는 것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문하(門下) 가운데서 가장 활발하게 행동했던 것은 지나학사의 동인들이었으며, 때로는 첨예적이기까지 했으나, 저자가 언제나 이를 억제하려고 노력했던 것은 단지 외부로부터의 반발이 있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 아니라, 중국학 연구자로서의 범위를 일탈하지 않을까 염려했기 때문이었다.
가노 나오키는 청조(淸朝)의 고증학(考證學)을 연구 방법의 근저에 두고 있지만, 동시에 유럽의 학문 방법을 도입했고, 또 젊은 시절에는 중국의 민속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다. 그 관심은 이 책의 제1편, 제2편에서 볼 수 있다. 이러한 연구 방법과 관심의 소재에 이 책이 다른 유서(類書)에서 볼 수 없는 독자적 가치를 지니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200자평
동양의 철학은 거의 모두 중국으로부터 나왔다. 이 책은 중국의 철학사에 이름을 남긴 학자와 학파를 춘추전국시대 이전부터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총망라하고 시대순으로 정리했다. 사상 자체에 관한 상세한 설명을 담아 고급 연구서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이름이 알려진 학자들의 삶과 학풍도 빠짐없이 소개해 입문서로도 부족함이 없다. 중국철학의 모든 것이 담긴 책이다.
이 책은 다섯 권으로 나누어 출간했으며, 5권은 청의 학술과 사상을 수록했다.
지은이
가노 나오키(狩野直喜, 1868∼1947), 자는 자온(子溫). 군산(君山), 반농인(半農人), 규원(葵園) 등은 그의 별호(別號)다. 1868년에 구마모토(熊本)에서 태어났다. 1895년 도쿄제국대학(東京帝國大學) 문과대학 한학과(漢學科)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얼마 동안 시바세이소쿠중학교(芝正則中學校), 도쿄외국어학교(東京外國語學校)의 교사로 있다가, 1900년에 문부성(文部省) 유학생으로서 북경으로 향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의화단(義化團)의 변이 일어나 3개월간 일본 공사관에 묶여 있었다. 다음 해 재차 상해에 유학했다. 강남(江南) 일대를 주유하여 그 나라의 학풍을 보았고, 장지동 등과 회견함과 아울러 여러 차례 왕립아시아학회 북중국지부(The North China Branch of the Royal Asiatic Society)를 방문해 서방의 지나학(支那學)과 접촉했다.
1906년에 교토제국대학(京都帝國大學)에 문과대학이 개설되며 철학과 교수가 되었다. 1924년까지 이 책의 저본이 된 중국철학사를 강의했고 1928년에 퇴직했다. 1944년에 문화훈장을 받았고, 1947년 12월 13일에 병으로 교토시 다나카오이초(田中大堰町)의 자택에서 몰했다.
옮긴이
오이환은 1949년 부산에서 출생하여,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원 및 타이완대학 대학원 철학과에서 수학한 후, 교토대학에서 문학석사 및 문학박사 학위를 수여받았다. 1982년 이후 33년간 경상대학교 인문대학 철학과에 재직했다가, 2015년에 정년퇴직했다. 1997년 사단법인 남명학연구원의 제1회 학술대상을 수상했고, 제17대 한국동양철학회장을 지냈다. 주요 저서로는 ≪남명학파연구≫ 2책, ≪남명학의 새 연구≫ 2책, ≪남명학의 현장≫ 5책, ≪동아시아의 사상≫, ≪중국 고대의 천과 그 제사≫, ≪해외견문록≫ 2책, ≪국토탐방≫ 2책이 있다. 편저로는 ≪남명집≫ 4종 및 ≪한국의 사상가 10인―남명 조식―≫, 교감으로 ≪역주 고대일록≫ 3책, 역서로는 ≪중국철학사≫(가노 나오키 저) 및 ≪남명집≫, ≪남명문집≫이 있다.
차례
제6편 청(1644∼1911)의 학술과 사상
제1장 개설
제1절 청조의 학술 장려
제2절 학교와 과거
제3절 강희에서 건륭에 이르기까지의 편찬 사업
제4절 청조의 학풍
제2장 한학의 예비 시대
제1절 고염무
제2절 황종희
제3절 절동학파
제4절 염약거
제5절 모기령
제6절 호위
제3장 건륭·가경 시대의 한학
제1절 개설
제2절 삼혜
제3절 혜동의 영향을 받아 일가를 이룬 사람
1. 강성
2. 왕명성
3. 전대흔
제4절 무원학파
1. 강영
2. 대진
3. 단옥재
제5절 고우학파
1. 왕안국
2. 왕염손
3. 왕인지
제6절 완원
제7절 완원과 경향을 같이하는 한학자
1. 손성연
2. 왕중
3. 공광삼
제8절 최술
제4장 도광 이후의 학술과 사상
제1절 개설
제2절 건륭·가경의 여풍을 벗지 못한 한학자
1. 진례
2. 유월
제3절 도광 이후의 공양학과 그 선구자
1. 장존여
2. 장술조
제4절 도광 이후의 공양학자
1. 유봉록
2. 송상봉
3. 위원
4. 공자진
5. 대망
6. 능서
7. 진립
8. 진씨 부자
9. 피석서
10. 요평
11. 강유위
제5절 중국 근시의 경학
발(跋)
본서에 인용된 주요 일본 학자
찾아보기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경학이란 것은 본래 반드시 실용에다 베풂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데, 명유는 경학의 연구를 폐했기 때문에 유자는 점점 더 세상과 동떨어지고 공부를 하지 않게 되어 경세의 사업과 멀어지게 되었다. 이것은 왕학가에 한한 것은 아니고, 주자학의 말파(末派)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고염무·황종희 두 사람은 모두 이러한 폐풍에 대한 반동으로서 일어난 것인데, 송·명의 어록의 범위를 벗어나, 육경은 물론 역사·지리·제도 등 갖가지 방면에 이르기까지 매우 정밀한 연구를 했다. 그리고 이것이 곧 후세의 고증학파가 일어난 까닭이지만, 그러나 그들 두 사람은 후세의 고증학파가 오직 학구적으로 고서를 연구한 것과는 달리 그 사상은 언제나 국계민생(國計民生)을 떠나지 않았다. 이것은 경학 본래의 성질이 그렇게 만든 바이기는 하지만, 당시 시세(時勢)의 영향 역시 컸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두 사람 다 명 말에 태어나, 몸소 나라가 멸망하는 것을 보고서 크게 하고자 한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