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 지식을만드는지식 원서발췌는 세계 모든 고전을 출간하는 고전 명가 지식을만드는지식만의 프리미엄 고전 읽기입니다. 축약, 해설, 리라이팅이 아닌 원전의 핵심 내용을 문장 그대로 가져와 작품의 오리지낼리티를 가감 없이 느낄 수 있습니다. 해당 작품을 연구한 전문가가 작품의 정수를 가려 뽑아내고 풍부한 해설과 주석으로 내용 파악을 돕습니다. 어렵고 부담스러웠던 고전을 정확한 번역, 적절한 윤문, 콤팩트한 분량으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발췌에서 완역, 더 나아가 원전으로 향하는 점진적 독서의 길로 안내합니다.
당시 사람들이 “≪홍루몽≫이 나오자마자 ≪삼국지≫의 인기를 뛰어넘어 집집마다 이 책을 사들여 놓고 읽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고 했을 만큼 뜨거운 인기를 누렸던 ≪홍루몽≫은 이를 반영하듯 ≪석두기(石頭記)≫, ≪금옥연(金玉緣)≫, ≪금릉십이차(金陵十二釵)≫, ≪정승록(情僧錄)≫, ≪풍월보감(風月寶鑑)≫ 등 다양한 제목으로 불렸다. 남주인공 가보옥을 중심으로 임대옥과 설보채라는 세 젊은 남녀 주인공의 애틋한 사랑과 슬픈 이별의 이야기, 그리고 젊은 아씨마님 왕희봉의 전횡을 중심으로 하는 가씨 가문의 흥망성쇠 과정을 담고 있는 이 소설은 80회본과 120회본이 전할 만큼 분량이 방대하다.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홍루몽≫은 저자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지만, 후스(胡適)에 의해 조설근의 창작으로 정리되었다. 조씨 가문이 청나라 황실의 비호를 받기도 했으며, 가문의 흥망성쇠 과정을 치밀하게 그려내고 있는 소설의 내용이 작자의 자전적 내용이라는 평가다. 500명이 넘는 등장인물과 그들의 복잡다단한 삶 속에서 드러나는 인생의 깨달음은 ≪홍루몽≫의 매력이다. 120회본이 복간된 이래 30종 이상의 속작이 나왔을 정도로 두루 읽혔던 이 소설은 작품에 대한 평론도 속출하여 ‘홍학(紅學)’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홍루몽≫은 전후 대칭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회와 제120회는 처음과 끝부분의 포장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진사은(甄士隱)과 가우촌(賈雨村)을 등장시켜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인생사의 진면목을 보여 준다. 소설 속에서 이들은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제2회에서 가보옥을 중심으로 하는 영국부의 상세한 소개, 제3회에서 임대옥의 상경, 제4회에서 설보채의 상경, 제5회에서 가보옥의 태허환경 유람 등으로 방대한 이 소설의 전반적 기반을 조성하고 있다. 제116회에서 다시 가보옥이 태허환경을 찾아가 깨달음의 기회로 삼는 일이나 제119회에 보옥이 과거 시험을 치르고 스스로 실종되어 출가하는 대목이 전반적으로 명확한 대조를 이루고 있어 치밀한 구성으로 재미를 더한다. 이 책은 젊은 주인공들의 사랑과 이별을 중심으로 4회의 이야기를 정선하고 상세한 해설을 곁들였다. 전체의 구성을 살피기에는 부족하지만, 중국 대표 소설 ≪홍루몽≫의 진면목을 맛볼 수 있으며 작품을 이해하는 데 기초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200자평
중국을 대표하는 소설 ≪홍루몽≫의 주제는 ‘일장춘몽(一場春夢)’이다. 그러나 허무한 인생사가 전부라면 현재까지 이어지는 인기를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전형에서 벗어난 독특한 캐릭터, 수미쌍관형의 치밀한 구성, 청대 권문세족의 화려한 생활 등 곳곳에 읽는 재미가 숨어 있다. 방대한 전문을 완역본으로 출간한 필자의 완성도가 돋보이는 발췌본이다. 원서의 약 3%를 발췌해 옮겼다.
지은이
≪홍루몽≫의 작자 조설근(曹雪芹, 1715?∼1763)은 중국 청나라 사람으로 남경의 강녕직조(江寧織造)에서 귀공자로 태어났다. 그의 증조모가 강희제의 유모였으므로 가문은 3대째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었다. 그의 조부 조인(曹寅)은 남경의 문화계 인물로 폭넓은 교유 활동을 펼치고 있었고, 시사와 희곡 등에 정통해 강희제의 칙명에 따라 양주에서 ≪전당시(全唐詩)≫를 간행하기도 했다. 옹정제 즉위 이후 백년 영화를 누리던 조씨 가문은 마침내 몰락해 북경으로 이주하게 되었다. 조설근은 어린 시절 잠시 가문의 문화 전통을 맛보았지만 집안이 몰락하자 커다란 충격에 빠져 불우한 시절을 보냈다. 중년 이후 북경 교외 향산(香山) 아래로 옮겨 빈궁한 속에서도 시와 그림을 즐기며 필생의 역작 ≪홍루몽≫을 창작했다. 그의 생전에 ≪석두기≫ 필사본 80회가 전해졌으며 그의 사후에 고악(高鶚)이 이를 수정 보완했고 정위원(程偉元)이 ≪홍루몽≫ 120회본을 간행했다. 작품에서 작가는 자신의 가문을 모델로 당시 귀족 집안의 파란만장한 인간사를 그리고 있으며, 가보옥과 임대옥, 설보채 등의 청춘 남녀의 사랑과 슬픔을 핍진하게 보여 주고 있다. 소설 속의 대관원은 지상낙원의 모습으로 만들어졌으나 하나같이 불행해지는 젊은 여성들의 비참한 운명 앞에 무기력한 로맨티시스트 가보옥은 깊은 고뇌에 빠진다. 근대 이후 중국의 지성인들은 ≪홍루몽≫의 사상과 예술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다양한 논쟁을 지금까지 이어 오고 있으며, 이 소설은 중국의 전통문화를 폭넓게 담고 있는 백과사전으로 인식되어 오늘날 다양하게 펼쳐지는 홍루 문화의 원천이 되고 있다.
옮긴이
최용철(崔溶澈)은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다. 고려대학교 중국학연구소 소장과 중국어문연구회 회장을 역임했고 동방문학비교연구회 회장으로 있다. 고려대 중문과를 졸업하고 국립타이완(臺灣) 대학에서 ≪홍루몽≫ 연구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국 베이징(北京) 대학과 푸단(復旦) 대학의 방문학자 및 일본 와세다(早稻田) 대학의 교환교수를 지냈다. 중국 고전 소설과 동아시아 비교 문학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박사 논문 <청대 홍루몽학의 연구> 외에 ≪홍루몽의 전파와 번역≫을 저술했고 완역본 ≪홍루몽≫(공역, 전6권)을 낸 바 있다.
차례
≪지연재중평석두기≫(갑술본)의 범례
≪신전전부수상홍루몽≫의 서문
≪신전전부수상홍루몽≫의 인언(引言)
제1회 진사은은 꿈속에서 통령옥을 알아보고, 가우촌은 풍진 속에 여자를 만났네
제2회 가씨 부인 양주서 신선으로 승천하고, 냉자흥은 영국부를 자세히 알리네
제8회 앵아는 보옥에게 금목걸이를 보여주고, 대옥은 보채에게 시샘의 마음 품었네
제97회 대옥은 시고를 태워 연정을 끊었고, 보채는 규방을 떠나 혼례를 올렸네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그분은 감로를 뿌려준 은덕을 갖고 계시지만 저에게는 돌려드릴 감로의 물이 없습니다. 그분이 세상에 내려가신다면 저도 세상에 따라 내려가 인간이 되어 제가 한평생 흘리는 눈물로 되돌려 드리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