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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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들마치(Middlemarch)≫(1871∼1872)는 미들마치 지방에 관한 소설을 쓰려는 애초의 시도와 <브룩 양(Miss Brooke)>이라는 제목의 짧은 소설(novella)이 결합되어 1871년 12월부터 1872년 12월까지 여덟 권의 책으로 출판되었다. 이 소설은 1830년대의 영국 미들마치 지방과 그 주변 사회를 중심으로, 제1차 선거법 개정안(The First Reform Bill)이 통과되기 직전의 과도기적 상황을 그리고 있다. ‘시골 생활 연구(A Study of provincial life)’라는 부제처럼, 이 작품은 이 사회의 중상류층을 구성하는 개개인들의 삶은 물론 1832년의 선거법 개정과 국회의원 선거, 토지 개혁, 철도 부설 등 당시의 정치 · 사회적 변화를 방대하지만 짜임새 있게 그리고 있어 엘리엇 후기의 가장 원숙한 걸작으로 평가된다.
이 작품의 가장 뛰어난 점은 결혼의 실생활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매우 단순화하면, 산업 혁명 전의 영국 시골을 배경으로 한 평범한 사람들의 연애나 결혼 이야기, 즉 도로시아와 캐소본, 리드게이트와 로저먼드, 그리고 메리와 프레드, 이 세 쌍의 러브 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작품은 높은 이상과 선의를 지닌 등장인물들이 편협한 시골 사회와 불완전한 사회 질서 속에서 평범한 인물로 전락하는 과정을 잘 보여 준다.
이 세 쌍의 중심인물들 외에 다른 등장인물들, 구체적으로 캐드웰러더 목사 부부, 도로시아를 사모하다가 그녀의 여동생 실리아와 결혼하는 준남작 제임스 체텀 경, 메리를 사랑하지만 그녀가 프레드와 결혼하도록 돕는 페어브러더 목사, 전 재산을 조카인 프레드에게 남겨 줄 것처럼 굴지만 종국에는 서자에게 유산을 남기는 등 유산을 미끼로 주변 사람들을 좌지우지하는 페더스톤, 불스트로드의 과거가 폭로되자 그의 관리인으로 일하기를 거부하는, 가난하지만 정직한 케일러브 가스, 프레드를 사랑하지만 확실한 직업을 갖지 않으면 결혼하지 않겠다고 말해서 건달 프레드를 훌륭한 농장 관리인이 되게 하는 메리, 미망인의 유산을 노려서 그녀의 딸과 손자의 존재를 감춘 불스트로드의 추악한 과거를 폭로하는 래플스, 페더스톤 삼촌의 유산 상속만을 믿고 사치스러운 생활과 도박으로 빚을 지고, 빚보증을 선 메리의 부모에게까지 금전적 고통을 주지만, 어린 시절부터의 연인인 메리 덕분에 건실한 농부가 되는 프레드 빈시, 위선적인 남편 불스트로드의 추문에도 불구하고 그의 곁에 머물기로 결단하는 불스트로드 부인 등 작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 속에 숨겨진 복잡한 초상, 소리 없는 비극, 크고 작은 성패들, 평범한 인물들의 순간을 깊은 심리적 통찰력으로 그려 낸다.
이 책의 원전은 블랙우드 매거진(Blackwood’s Magazine) 출판사에서 1965년에 출간한 책으로서, 이 책은 원전을 직접 발췌, 번역했다. 기존 ≪미들마치≫(이가형, 금성사) 번역본을 참고했음을 밝힌다. 이 책은 원전에서 작품 이해에 가장 중요한 부분을 발췌하되, 전체 분량을 균형 있게 싣는 데 중점을 두었다. 아울러 전체 줄거리를 파악하기 위한 요약에도 역점을 두었다. 원전의 약 15분의 1을 발췌해서 번역했다.
200자평
조지 엘리엇의 후기 대표작인 이 작품은 ‘지방 생활의 연구’라는 부제가 말하듯 영국의 작은 도시 미들마치를 배경으로 지주, 목사부터 농부와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19세기 풍속화다. 저자는 미들마치에서 인간의 삶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선택은 결혼과 직업이며, 그 선택에 따라 행복과 불행의 갈림길에 서게 됨을 보여 준다. 원서의 약 6.7%를 발췌해 옮겼다.
지은이
조지 엘리엇은 19세기 영문학 사상 중요한 작가로, 6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조지 엘리엇을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구절이 나오는 <황무지(The Waste Land)>를 쓴 T. S. 엘리엇과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전자는 19세기 영국의 여성 소설가이며 후자는 20세기 영국 시인이다.
19세기는 영문학사상 유례없이 소설 장르가 융성한 시기이며 그 시기에 활약한 많은 작가 중 조지 엘리엇은 그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다. 엘리엇은 1819년 워릭셔 아베리에서 태어났으며, 36세라는 늦은 나이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녀는 여성 작가에 대한 당대의 사회적 편견 때문에 본명인 메리 에번스(Mary Evans)라는 이름 대신 조지 엘리엇이라는 남성의 필명으로 작품 활동을 했다. 몇 작품이 발표될 때까지 독자는 물론 평론가까지도 모두 그녀를 남성 작가로만 알고 있었다. 그녀는 <여성 작가들의 어리석은 소설들(Silly Novels by Lady Novelists)>이라는 에세이에서 어리석고 비현실적이며 상투적 로맨스나 쓰는 당시의 여성 작가들을 경멸하면서 자신은 그런 작가들과 다름을 천명했다.
그녀는 ≪웨스트민스터 리뷰(Westminster Review)≫라는 비중 있는 잡지의 부편집장을 지냈으며, “남성처럼 생각하는 여자 셰익스피어”라 불릴 정도로 지적인 작가였다. 이처럼 그녀는 여성 작가라기보다 당대의 어느 남성 작가에 견주어서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위대한 작가로 평가된다.
20세기 저명한 문학 비평가 리비스(F. R. Leavis)는 그의 저서 ≪위대한 전통≫에서 위대한 영국 소설의 전통이 제인 오스틴→조지 엘리엇→토머스 하디→데이비드 로런스로 이어진다고 보았다. 이처럼 그녀는 여성의 감성을 뛰어넘은 탁월한 지적 작가이자 도덕적 작가,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깊이 천착한 작가이자 인간의 심리를 잘 묘사한 작가, 그리고 여성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지닌 작가로서 평가되고 있다.
지금은 엘리엇이 더 유명하지만, 당대에는 엘리엇보다 훨씬 더 저명한 문학 비평가였던 루이스(G. H. Lewes)의 격려로 그녀는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엘리엇은 작품도 작품이지만, 유부남인 루이스와 동거한 문학 외적인 사실로 더 유명했다. 이 동거는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으며 이로 인해 그녀는 오빠 아이작과 의절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로서 매우 파격적인 이 사건에 대해서는 루이스의 아내가 자유연애주의자로 이미 남편 친구와 동거 중이었지만, 가톨릭교도인 루이스가 아내와 이혼할 수 없었다는 점,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는 루이스의 아내가 낳은 아이들까지 엘리엇이 부양했으며 루이스가 엘리엇의 남편이자 문학적 스승이었다는 사실 등을 참작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조지 엘리엇의 작품 활동은 1878년 암으로 인한 루이스의 사망과 더불어 끝났다. 메리 앤 에번스를 소설가 조지 엘리엇으로 만든 루이스는 엘리엇이 자기 불신과 고독 때문에 우울증에 빠지면 자신감을 회복하도록 격려해 주곤 했다. 루이스의 병을 알지 못했던 엘리엇은 그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고 그를 잃은 슬픔에서 끝내 헤어나지 못했다. 그녀는 두문불출한 채 루이스의 장례식에도 가지 않았다. 다음해 2월 말에 가서야 존 크로스의 방문이 허락되었다. 엘리엇이 크로스를 처음 만난 것은 1869년 4월 18일 로마에서였고, 당시 크로스는 29세의 키가 큰 미남이었다. 엘리엇은 ≪미들마치≫의 성공으로 수입이 증가해서 1873년에는 약 5000파운드의 돈을 갖게 되었고, 루이스가 이 재산을 관리하고 있었다. 엘리엇은 루이스가 전담해 오던 재정 관리에 문제가 생기자, 크로스를 불러 자주 의논하게 되었다. 루이스를 잃은 엘리엇과 어머니를 잃은 크로스는 함께 단테를 읽으며 문학을 토론하다가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 1880년 5월 5일 엘리엇은 20년 연하인, 조니라는 애칭으로 불렀던 크로스와 정식으로 결혼했다. 엘리엇은 이 결혼을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싶어 했지만, 이 결혼으로 다시 한번 주변 사람을 놀라게 했다. 어쨌거나 그녀는 이 결혼을 통해 30년간의 공백을 깨고 오빠 아이작과 화해했다.
신혼여행지 이탈리아에서 돌아온 엘리엇과 크로스는 12월 런던에 새집을 마련하고 이사했지만, 시골 출신의 지적이며 진보적인 작가 조지 엘리엇은 그해 12월 22일 목의 통증이 악화되어 생을 마감하게 된다. 12월 29일 런던 교외에 있는 하이게이트(Highgate) 묘지에 루이스와 나란히 묻혔다.
조지 엘리엇은 모두 여덟 편의 장편 소설을 썼는데, 평자들의 통상적인 구분상 전기의 ≪목사 생활 풍경(Scenes of Clerical Life)≫, ≪애덤 비드(Adam Bede)≫(1859), ≪플로스강의 물방앗간(The Mill on the Floss)≫(1860), ≪사일러스 마너(Silas Marner)≫(1861)와 후기의 ≪로몰라(Romola)≫(1863), ≪펠릭스 홀트(Felix Holt)≫(1872), ≪미들마치(Middlemarch)≫(1871∼1872), ≪대니얼 데론다(Daniel Deronda)≫(1876)로 나누어진다. 이 여덟 편 외에 노벨라 <들춰진 베일(The Lifted Veil)>과 드라마 <스페인 집시(The Spanish Gypsy)>, 시 <암거트(Armgart)>가 있다. 이 중에서 ≪미들마치≫는 단연 대표작으로 꼽힌다.
옮긴이
한애경은 이화여자대학교 문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영문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코네티컷대학교, 예일대학교, 퍼듀대학교, 노스캐롤라이나(채플 힐)대학교 등에서 연구한 바 있으며, 현재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조지 엘리어트와 여성 문제≫와 ≪19세기 영국 여성 작가 읽기≫가 있으며, ≪19세기 영국 소설 강의≫, ≪영미 문학 영화로 읽기 Ⅰ≫, ≪영미 문학의 길잡이≫, ≪영화 속 문학 이야기≫, ≪페미니즘 시각에서 영미 소설 읽기≫, ≪영미 명작, 좋은 번역을 찾아서≫ 등을 공동집필했다. ≪육체와 예술≫, ≪여성의 몸, 어떻게 읽을 것인가?≫, ≪탈식민주의 길잡이≫, ≪플로스강의 물방앗간≫, ≪영국 소설사≫와 ≪미국 소설사≫, 그리고 ≪경계선 넘기 : 새로운 문학 연구의 모색≫, ≪문화 코드, 어떻게 읽을 것인가?≫, ≪사일러스 마너≫ 등도 공동 번역했다. 이외에 조지 엘리엇과 제인 오스틴, 메리 셸리 등에 대한 다수의 논문이 있다.
차례
전체 줄거리
서곡
제1부 브룩가(家)의 맏딸
제2부 늙은이와 젊은이
제3부 죽음을 기다리며
제4부 세 가지 사랑의 문제
제5부 죽음의 손
제6부 미망인과 유부녀
제7부 두 개의 유혹
제8부 일몰과 일출
종곡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오늘날에도 수많은 테레사가 태어나지만, 불행히도 그들은 명성을 드높일 서사적 삶을 찾아내지 못한다. 고귀한 정신은 있지만 그런 정신을 발휘할 기회가 없어서 실수투성이 삶을 살 것이다. 그들의 실패가 아무리 비극적이라 해도 그 실패를 읊어 줄 훌륭한 시인이 없으며, 죽어서 잊혀도 그들을 위해 울어 줄 사람이 없다. 그들은 캄캄한 미로 속에서도 희미한 등불에 의지해 고상하게 사상과 행동을 애써 일치시키려 했다. 그러나 결국 보통 사람들 눈에는 그런 노력도 다만 추상적인 모순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들, 뒤늦게 태어난 테레사들에게는 그 열렬히 자발적인 영혼에게 지식의 역할을 해 줄 일관된 사회적 신념이나 질서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그들의 열정은 막연한 이상과 평범한 여성의 동경 사이에서 방황하게 되는데, 전자는 몰상식하다고 거부되고 후자는 타락했다고 비난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