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漢)나라 때의 유향(劉向)이 편찬한 ≪열녀전(列女傳)≫을 언급할 때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충신’과 ‘열녀’를 지칭할 때의 그 ‘열녀(烈女)’들의 전기를 수록한 전적(典籍) 정도로 이해한다. 그러나 유향의 ≪열녀전≫은 의(義)를 위해 생(生)을 가볍게 여기며 절조를 중시하는 그 ‘열녀(烈女)’들의 전기를 수록한 전적이란 뜻이 아니다. ‘열(列)’이란 글자 뜻 그대로 ‘여러 여성들의 전기’를 가리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유향의 ≪열녀전≫은 사회의 여러 방면에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여성들의 전기를 수록한 전적이다.
편찬 배경을 살펴보면, 당시는 황궁 안에서는 조비연 자매가 황제를 미혹했고 조정에서는 태후 왕씨의 형제인 왕봉 등이 권력을 농단함으로써, 국가가 붕괴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유향은 왕실의 종정(宗正)으로서 구국(救國)의 사명감을 갖고서 자신이 황제에게 진언해야 할 책무를 느낀다. 이에 황제가 열람하여 정사를 바르게 펴도록 경계시켜 줄 목적으로, 역대 규범으로 삼을 만한 여성들과 나라를 망친 여성들을 제시해 ≪열녀전≫을 편찬한 것이다.
≪열녀전≫, 일명 ≪고열녀전(古列女傳)≫은 유향에 의해 편찬돼 나올 때에 총 7권으로 구성되었다. 여기에는 상고시대부터 한나라에 이르는 여성 104명의 전기가 일곱 가지 주제에 따라 기록되어 있다. 1권부터 6권까지는 본받아야 할 긍정적인 여인상을, 7권은 경계해야 할 부정적인 여인상을 반면으로 깨우치려는 의도를 지니고 편찬되었다. 본서에 함께 첨부된 ≪속열녀전(續列女傳)≫은 누가 편찬했는지 알 수 없는데 한 권으로 되어 있고, 주(周)나라 때부터 동한시대까지 총 스무 명의 여인들의 전기를 수록했다.
≪열녀전≫은 중국 최초의 여성에 관한 전문적 전기 모음집으로, 그 편찬 목적이 통치자를 경계시키기 위한 것이었으나, 이 전적이 여성들의 활약상에 대해 자세히 기록돼 편찬됨으로써 여성에 관한 세간의 관심을 높여, 여성의 사회적 인식과 지위를 제고하는 데 상당한 긍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후 여성들의 전기가 ‘정절’을 기리는 쪽으로 치우치게 되고 송명(宋明)대 이후부터는 성리학의 영향으로 정절을 더욱 중시하게 되면서 부인들의 덕행에 대한 평가는 곧 정절에 대한 평가로 굳어져 버렸다.
200자평
의(義)를 위해 생(生)을 가볍게 여기며 절조를 중시하는 ‘열녀(烈女)’들의 전기가 아니다. 사회의 여러 방면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여성들의 전기를 수록한 전적이다. 이 책에는 유향이 편찬한 상고시대부터 한나라에 이르는 여성 104명의 전기와 후대에 덧붙여진 ‘속열녀전’의 20명의 전기가 실려 있다. ≪열녀전≫은 중국 최초의 여성에 관한 전문적 전기 모음집으로, 그 편찬 목적이 통치자를 경계시키기 위한 것이었으나, 여성들의 활약상을 자세히 기록함으로써, 여성의 사회적 인식과 지위를 제고하는 데 긍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엮은이
유향(劉向, BC 77∼BC 6). 본명이 갱생(更生), 자(字)는 자정(子政). 서한 말엽의 저명한 경학가(經學家)이자 도서목록분류학자이며 문학가다. 선제(宣帝) 때 산기간대부(散騎諫大夫)에 발탁되고 원제(元帝) 때 종정(宗正)이 되었는데, 음양오행술로 정치의 득실을 따지고 환관과 외척들을 탄핵함으로써 두 번이나 하옥되었다. 성제(成帝) 때에는 이름을 향(向)으로 바꾸고 광록대부(光祿大夫)를 지냈으며 관직을 중루교위(中壘校尉)로 마쳤기 때문에, 후세에는 그를 ‘유광록(劉光祿)’ 또는 ‘유중루(劉中壘)’라고 칭했다. 유향은 전적들을 교감하여 ≪별록(別錄)≫ 20권을 찬(撰)했으며, 그 밖의 저작물로는 ≪상서홍범오행전론(尙書洪範五行傳論)≫·≪신서(新序)≫·≪설원(說苑)≫·≪열녀전(列女傳)≫ 등이 남아 있고, 이 외에도 분실된 ≪오경통의(五經通義)≫와, 대부분이 분실된 ≪구탄(九歎)≫ 등 사부(辭賦) 33편이 있다.
옮긴이
김영식(金映植)은 전북 남원 출생으로 전북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안경기(拍案驚奇) 연구>로 석사 학위를, <송원(宋元) 화본소설(話本小說)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의 선임 연구원을 지냈으며, 서울대·한양대·중앙대 등에서 강의했고, 현재는 강릉원주대 학술연구교수다. 논문으로 <송 이전 설창과 그 저본에 관한 탐색>, <역사소설의 시원 : 오월춘추의 소설화 기도에 관하여>, <월절서 연구 : 월절서의 성질과 소설적 요소의 발현>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문선역주≫(전 10권, 공역, 소명출판), ≪상군서(商君書)≫(홍익출판사), ≪박물지(博物志)≫, ≪열자(列子)≫, ≪귀곡자(鬼谷子)≫, ≪오월춘추(吳越春秋)≫, ≪월절서(越絶書)≫, ≪설원(說苑)≫(이상 지식을만드는지식), ≪사단칠정논변≫(공역, 한국학술정보), ≪역주사단칠정논쟁≫(전 2권, 공역, 학고방) 등이 있다.
차례
1권 어머니의 본보기가 된 여인들의 전기[母儀傳]
1.1 순임금의 두 비[有虞二妃]
1.2 후직의 어머니 강원[棄母姜嫄]
1.3 설의 어머니 간적[契母簡狄]
1.4 계의 어머니 도산[啓母塗山]
1.5 탕임금의 비 유신[湯妃有㜪]
1.6 주나라 왕실의 세 어머니[周室三母]
1.7 위나라의 시어머니 정강[衛姑定姜]
1.8 제나라 군주 딸의 사부[齊女傅母]
1.9 노나라 계손씨 집안의 경강[魯季敬姜]
1.10 초나라 자발의 어머니[楚子發母]
1.11 추나라 맹자의 어머니[鄒孟軻母]
1.12 노나라의 어머니 모사[魯之母師]
1.13 위나라 망묘의 후처였던 자애로운 어머니[魏芒慈母]
1.14 제나라 전직의 어머니[齊田稷母]
2권 현명한 여인들의 전기[賢明傳]
2.1 주나라 선왕의 비 강후[周宣姜后]
2.2 제나라 환공의 부인 위희[齊桓衛姬]
2.3 진나라 문공의 부인 제강[晉文齊姜]
2.4 진나라 목공의 부인 목희[秦穆公姬]
2.5 초나라 장왕의 부인 번희[楚莊樊姬]
2.6 주남 지역 대부의 아내[周南之妻]
2.7 송나라 포소의 아내 여종[宋鮑女宗]
2.8 진나라 조최의 아내 조희[晉趙衰妻]
2.9 도 땅의 대부 답자의 아내[陶荅子妻]
2.10 유하혜의 아내[柳下惠妻]
2.11 노나라 검루의 아내[魯黔婁妻]
2.12 제나라 재상 마부의 아내[齊相御妻]
2.13 초나라 접여의 아내[楚接輿妻]
2.14 초나라 노래자의 아내[楚老萊妻]
2.15 초나라 오릉자종의 아내[楚於陵妻]
3권 인자하고 지혜로운 여인들의 전기[仁智傳]
3.1 밀나라 강공의 어머니[密康公母]
3.2 초나라 무왕의 부인 등만[楚武鄧曼]
3.3 허나라 목공의 부인[許穆夫人]
3.4 조나라 희부기의 아내[曹僖氏妻]
3.5 손숙오의 어머니[孫叔敖母]
3.6 진나라 백종의 아내[晉伯宗妻]
3.7 위나라 영공의 부인[衛靈夫人]
3.8 제나라 영공의 부인 중자[齊靈仲子]
3.9 노나라 장손의 어머니[魯臧孫母]
3.10 진나라 양설자의 아내 숙희[晉羊叔姬]
3.11 진나라 범씨의 어머니[晉范氏母]
3.12 노나라 공승자피의 누나 공승사[魯公乘姒]
3.13 노나라 칠실 땅의 여인[魯漆室女]
3.14 위나라 곡옥 땅의 노파[魏曲沃負]
3.15 조나라 장수 조괄의 어머니[趙將括母]
4권 정절을 지키고 순종하는 여인들의 전기[貞順傳]
4.1 소남의 신나라 사람의 딸[召南申女]
4.2 송나라 공공의 부인 백희[宋恭伯姬]
4.3 위나라 군주의 미망인[衛寡夫人]
4.4 채나라 사람의 아내[蔡人之妻]
4.5 여나라 장공의 부인[黎莊夫人]
4.6 제나라 효공의 부인 맹희[齊孝孟姬]
4.7 식나라 군주의 부인[息君夫人]
4.8 제나라 기량의 아내[齊杞梁妻]
4.9 초나라 평왕의 부인 백영[楚平伯嬴]
4.10 초나라 소왕의 부인 정강[楚昭貞姜]
4.11 초나라 백공의 아내 정희[楚白貞姬]
4.12 순응의 도를 지킨 위나라 종실의 두 여인[衛宗二順]
4.13 노나라의 과부 도영[魯寡陶嬰]
4.14 양나라의 과부 고행[梁寡高行]
4.15 진나라의 과부였던 효성스러운 부인[陳寡孝婦]
5권 절개와 의리를 지킨 여인들의 전기[節義傳]
5.1 노나라의 보모 효의보[魯孝義保]
5.2 초나라 성왕의 부인 정무[楚成鄭瞀]
5.3 진나라 태자 어의 비 회영[晉圉懷嬴]
5.4 초나라 소왕의 첩 월희[楚昭越姬]
5.5 갑나라 장수 구자의 아내[蓋將之妻]
5.6 노나라의 의로운 고모[魯義姑姊]
5.7 대나라의 조부인[代趙夫人]
5.8 제나라의 의로운 계모[齊義繼母]
5.9 노나라 추호자의 고결한 부인[魯秋潔婦]
5.10 주나라 대부의 충직한 잉첩[周主忠妾]
5.11 위나라의 절개 있는 유모[魏節乳母]
5.12 양나라의 절개 있는 고모[梁節姑姊]
5.13 주애 고을의 의리 있는 두 여자[珠崖二義]
5.14 합양의 우애 있는 여동생[郃陽友娣]
5.15 경사의 절개 있는 여인[京師節女]
6권 달변의 여인들의 전기[辯通傳]
6.1 제나라 관중의 첩 청[齊管妾婧]
6.2 초나라 강을의 어머니[楚江乙母]
6.3 진나라의 활 만드는 장인의 아내[晉弓工妻]
6.4 제나라 홰나무를 훼손한 자의 딸[齊傷槐女]
6.5 초나라 시골의 말 잘하는 여인[楚野辨女]
6.6 아곡 땅의 처녀[阿谷處女]
6.7 조나라 나루터 관리의 딸 연[趙津女娟]
6.8 조나라 필힐의 어머니[趙佛肹母]
6.9 제나라 위왕의 후궁 우희[齊威虞姬]
6.10 제나라의 추녀 종리춘[齊鍾離春]
6.11 목에 혹이 난 제나라의 여인[齊宿瘤女]
6.12 고아로 쫓겨난 제나라 여인[齊孤逐女]
6.13 초나라 처녀 장질[楚處莊姪]
6.14 제나라 여자 서오[齊女徐吾]
6.15 제나라 태창령의 딸 제영[齊太倉女]
7권 총애를 받은 악한 여인들의 전기[孽嬖傳]
7.1 하나라 걸왕의 비 말희[夏桀末喜]
7.2 은나라 주왕의 비 달기[殷紂妲己]
7.3 주나라 유왕의 왕후 포사[周幽褎姒]
7.4 위나라 선공의 부인 선강[衛宣公姜]
7.5 노나라 환공의 부인 문강[魯桓文姜]
7.6 노나라 장공의 부인 애강[魯莊哀姜]
7.7 진나라 헌공의 부인 여희[晉獻驪姬]
7.8 노나라 선공의 부인 목강[魯宣繆姜]
7.9 진나라 여인 하희[陳女夏姬]
7.10 제나라 영공의 부인 성희[齊靈聲姬]
7.11 제나라 당공의 처 동곽강[齊東郭姜]
7.12 위나라의 음란한 두 여인[衛二亂女]
7.13 조나라 무령왕의 왕후 오녀[趙靈吳女]
7.14 초나라 고열왕의 이후[楚考李后]
7.15 조나라 도양왕의 창후[趙悼倡后]
8권 속열녀전
8.1 주나라 교외의 부인[周郊婦人](仁智)
8.2 진나라의 말 잘하는 여인[陳國辯女](辯通)
8.3 섭정의 누나[聶政之姊](節義)
8.4 왕손가의 어머니[王孫氏母](節義)
8.5 진영의 어머니[陳嬰之母](賢明)
8.6 왕릉의 어머니[王陵之母](節義)
8.7 장탕의 어머니[張湯之母](仁智)
8.8 전불의의 어머니[雋不疑母](母儀)
8.9 한나라 양창의 부인[漢楊夫人](賢明)
8.10 한나라 곽광의 부인[漢霍夫人](孽嬖)
8.11 엄연년의 어머니[嚴廷年母](仁智)
8.12 한나라 풍소의[漢馮昭儀](節義)
8.13 왕장의 아내와 딸[王章妻女](仁智)
8.14 반황의 딸 반첩여[班女婕妤](辯通)
8.15 조비연 자매[趙飛燕姊娣](孽嬖)
8.16 한나라 효평황후[孝平王后](貞順)
8.17 한나라 경시제의 부인[更始夫人](孽嬖)
8.18 양홍의 아내[梁鴻之妻](賢明)
8.19 마원의 딸 명덕황후[明德馬后](母儀)
8.20 양부인 예[梁夫人嫕](辯通)
해설
편찬자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설(契)의 어머니 간적(簡狄)은 유융씨(有娀氏)의 장녀다. 요임금 때, 그의 여동생과 현구(玄丘)라는 물가에서 목욕을 하는데, 제비가 알을 물고 지나가다 그것을 떨어뜨렸는데, 오색이 몹시 아름다웠다. 간적과 그의 여동생은 그것을 가지려고 다투어 달려갔다. 결국 간적이 얻어 그것을 입에 넣었는데 잘못해서 삼켜 버려 마침내 설을 낳았다.
−13쪽
양(梁)나라의 절개 있는 고모는 양나라의 부인이다. 실수로 불이 났는데 오빠의 아들과 자기 아들이 방 안에 있어, 오빠의 아들을 우선 구하고자 했지만 자기 아들만을 찾아내고, 오직 오빠의 아들만은 찾아내지 못했다. 불길이 거세져 다시 들어갈 수 없었지만 부인이 스스로 불 속에 뛰어들려 하자 그의 친구가 저지하며 말했다.
“그대는 본래 오빠의 아들을 구하려고 했는데, 두려움 중에 졸지에 잘못해 당신의 아들을 구했으니, 마음속이 어떠하겠소? 그렇다고 어찌 스스로 불 속으로 뛰어들 일이겠소!”
부인이 말했다.
“어찌 양나라 집집마다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알아듣도록 알릴 수 있겠습니까? 불의하다는 오명을 입었으니, 무슨 면목으로 형제와 나라 사람들을 보겠습니까? 나는 내 아들을 다시 불에 던져 넣고 싶지만 그것은 어미로서 은정을 잃는 것이니, 나는 정황상 살아갈 수 없습니다.”
그러고서 마침내 불 속에 뛰어들어 죽었다.
−339쪽
포사는 웃지 않았다. 유왕은 이에 그녀를 웃게 하고자 온갖 방법을 다 썼으나 웃지 않았다. 유왕은 원래 적이 침입할 때는 봉화(烽火)를 올리고 큰 북을 쳐서 적이 이르면 거병을 했는데, 제후들이 모두 이르렀으나 침입하는 적이 없자, 포사가 이에 크게 웃었다. 유왕은 그녀를 기쁘게 하고자 자주 그녀를 위해 봉화를 올리니, 그 후 사람들이 믿지 않아 제후들도 이르지 않았다. 충성으로 간하는 자들은 살육되었고 오직 포사의 말만을 따랐다.
−45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