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독일 현대극 작가 데아 로어는 현재 독일 연극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작가 중 한 명이다. <도둑들>은 그의 대표작으로 2014년 독일 국립 극단 도이체스테아터가 내한해 직접 국내 무대에서 선보인 작품이다. 성격과 환경이 매우 상이한, 그러나 보통 사람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 사람들의 일상을 둘러싼 이야기다. 서로 무관해 보이는 37개의 장면들이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배치되어 있다.
실직 상태인 전직 보험회사 직원 핀과 그의 누이 린다, 이들 남매의 아버지 에르빈은 가족과 떨어져 요양원에서 살고 있다. 대형마트 지점장 모니카와 경찰 공무원인 그녀의 남편, 17 미성년 임산부인 미라와 아버지뻘 되는 그녀의 연인 요제프, 그리고 슈미트 부부, 전직 오페라 가수 이라, 연인 관계인 가비와 라이너. 이들은 언뜻 서로 무관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헛된 욕망과 바람 때문에 일종의 희망 고문을 겪고 있다. 데아 로어는 이들의 삶의 태도를 도둑질에 빗대고 있다.
200자평
독일의 국립극단으로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도이체스테아터가 첫 내한 공연으로 선택한 작품.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과거에 매여, 혹은 허황된 미래를 꿈꾸며 현재를 허비하는 현대인을 “자신의 인생을 도둑질하는” 도둑에 빗대고 있다.
지은이
데아 로어(Dea Loher, 1964∼)는 독일 창작극의 산실로 정평이 나 있는 뮐하이머연극제와 베를린연극제에서 여러 번 수상한 경력이 있는 독일어권 대표 극작가다. 하이너 뮐러, 엘프리데 옐리네크 이후 독일어권 연극계에서는 그동안 내로라할 만한 작가가 아쉬웠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가벼운 터치의 신세대 작가로 세대가 교체되면서 “새로운 이야기꾼”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황금용>으로 주목받은 롤란트 시멜페니히와 더불어 그녀는 독일어권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고 있는 현존 작가다. 그녀의 작품은 현대사회를 힘겹게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주제의 보편성과 사회 비판 의식이 그녀 작품의 특징이다. 그리고 지극히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웃음을 유발하는 풍자와 유머, 아픈 가운데 서로를 보듬는 삶에 대한 잔잔한 감동이 있다.
그녀는 독일 바이에른 주의 트라운슈타인(Traunstein)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뮌헨에서 철학과 독문학을 전공한 뒤 베를린 예술대학 시절 하이너 뮐러에게서 극작 훈련을 받았다. 1991년에 함부르크 에른스트 도이치 테아터(Ernst Deutsch Theater)에서 첫 작품인 <올가의 공간(Olgas Raum)>과 1992년 베를린에서 <문신(Tätowierung)>이 공연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특히 2003년 함부르크 탈리아 극장(Thalia Theater)에서 <무죄(Unschuld)>를 무대에 올리면서 최고의 자리를 굳히게 된다. 이때부터 연출가 안드레아스 크리겐부르크(Andreas Kriegenburg)와 호흡을 맞추면서 그녀는 열 편 넘는 극작품을 발표했다. 함부르크의 탈리아극장과 베를린 도이체스테아터 극장에서 공동 작업으로 <최후의 불(Das letzte Feuer)>(2008), <도둑들(Diebe)>(2010), <흑해에서(Am schwarzen Meer)>(2012) 등을 연거푸 내놓았다. 2012년에는 첫 소설 <부가티의 출현(Bugatti taucht auf)>을 발표해 탐정 소설에서도 빛나는 이야기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옮긴이
장은수는 한국외대 독일어과 교수, 세계문화예술경영연구소장, 한국연극학회 부회장, 연극 평론가, 드라마투르그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독어독문학회 회장, 한국브레히트학회 회장, 한국드라마학회 회장을 지냈다. 주요 논문으로는 <페터 슈타인의 <파우스트> 마라톤 공연>, <포스트드라마 이후 독일 포스트서사극>, <베를린 샤우뷔네와 연극 혁신 프로그램−샤우뷔네 탄츠테아터와 콘스탄차 마크라스의 <메갈로폴리스>> 등이 있고, 번역서로는 ≪마지막 도박≫,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 시대≫(공역), 공동 저서로 ≪브레히트의 연극 세계≫, ≪한국 현대 연출가 연구≫, ≪연극 공간의 이론과 생산≫, ≪한국 공연 예술≫ 등이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1. 깨어나다
2. 늑대
3. 깨어나다 II
4. 전망 I
5. 흔적 I
6. 꿈 I
7. 깨어나다 III
8. 병원 예약
9. 전망 II
10. 일요일 I
11. 꿈 II
12. 흔적 II
13. 깨어나다 IV
14. 저녁
15. 질문 I
16. 둘이서
17. 일요일 II
18. 깨어나다 V
19. 43년
20. 깨어나다 VI
21. 흔적 III
22. 휴가
23. 깜짝 선물
24. 일어나다
25. 이별
26. 내일
27. 버스정류장
28. 걸음
29. 전망 III
30. 친구 I
31. 흔적 IV
32. 친구 II
33. 두통
34. 친구 III
35. 질문 II
36. 일요일 III
37. 그 후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이라: 저 같은 부류의 인간이 많다고 생각하세요? 저처럼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사람들. 그들은 살면서 자기 인생을 도둑질하죠. 조심스럽고 소심하게, 마치 그게 남의 것인 양, 그 안에 머물 권리가 없는 양. 마치 우리가 도둑이라도 된 것처럼요.
1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