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부모의 유언에 따라 올랜도는 형인 올리버에게 양육이 맡겨진다. 하지만 평소 올랜도를 시기하던 올리버는 그를 눈엣가시처럼 여길 뿐이다. 어느 날 프레드릭 공작 주최로 레슬링 대회가 열리고, 올랜도는 이 시합에서 공작 측의 선수로 나선 찰스와 맞붙게 된다. 올리버는 이를 기회 삼아 올랜도를 처치할 속셈이다.
한편 형을 강제로 폐위한 프레드릭 공작은 딸 실리아의 간청으로 조카 로절린드만은 궁에 남겨 둔 채 형과 그를 쫓는 무리를 영지에서 내쫓는다. 하지만 로절린드를 향한 세간의 동정에 신경이 쓰인 나머지 그녀도 내쫓기로 한다. 실리아는 아버지의 매정한 결정에 실망하고 로절린드를 설득해 궁을 빠져나간다.
이 희곡은 위협적인 현실을 피해 아든 숲으로 모여든 남녀가 사랑에 빠지고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그렸다. 청춘 남녀의 낭만적인 사랑이라는 큰 줄거리 아래 권력, 재산에 따른 형제 갈등과 암투를 함께 다뤘다. 남장 여자 모티프, 극중극 구성 등은 셰익스피어의 낭만 희극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요소다. 셰익스피어 극작술이 성장기에서 완숙기로 넘어가던 때에 창작되었다. <<한여름밤의 꿈>>, <<베니스의 상인>>, <<말괄량이 길들이기>>, <<십이야>>와 함께 셰익스피어 5대 희극으로 꼽히는 수작이다.
200자평
형의 암살 위협에 시달리는 올랜도, 그를 쫓는 올리버, 숙부에게 쫓겨난 로절린드와 그녀를 따라 가출한 실리아 네 청춘 남녀는 각자의 목적을 위해 아든 숲을 찾는다. 남장 여자, 극중극 요소 등 셰익스피어의 낭만 희극의 전형을 확인할 수 있다. 그의 희극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수작이다.
지은이
윌리엄 셰익스피어 (William Shakespeare, 1564∼1616)는 르네상스 영국 연극의 대표적 극작가로서, 사극, 희극, 비극, 희비극 등 연극의 모든 장르를 섭렵하는 창작의 범위와 당대 사회의 각계각층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관객층에의 호소력으로, 크리스토퍼 말로, 벤 존슨, 존 웹스터 등 동시대의 탁월한 극작가 모두를 뛰어넘는 성취를 이루었다. 특히 유럽 본토에 비해 다소 늦게 시작된 영국 문예부흥운동과 종교개혁의 교차적 흐름 속에서 그가 그려낸 비극적 인물들은 인간 해방이라는 르네상스 인문주의 사상의 가장 심오한 극적 구현으로 간주된다. 1580년대 말로의 주인공들이 중세적 가치에 거침없이 도전하는 상승적 에너지의 영웅적 면모를 구현하고 있고, 1610년대 웹스터의 주인공들이 인문주의적 가치의 이면에 놓인 어두운 본능의 세계에 함몰되는 추락의 인간상을 대변한다면, 1590∼1600년대에 등장한 셰익스피어의 주인공들은 중세적 속박과 르네상스적 해방이 가장 치열하게 맞부딪치는 과도기의 산물로서, 그러한 상승과 추락의 변증법을 극명하게 체현하고 있다. 물론 셰익스피어의 인물들은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는 존재들이다. 무엇보다 셰익스피어가 초시대성을 획득하는 극소수 작가 반열에 드는 것은 특정한 시대정신의 명징한 관념적 표상이 아니라 무한한 모순의 복합체로서의 인간을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조화롭게 통합된 존재가 아니라 분열적으로 모순된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치열한 인식이 르네상스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서구 문화와 문예를 혁신하는 원동력이었다면, 그러한 인식의 비등점을 이룬 낭만주의, 모더니즘, 실존주의,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활발히 탐구되고 공연되었다는 사실은 그것이 박제된 고전이 아니라 살아 있는 고전임을 여실히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옮긴이
김종환은 현재 계명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영미어문학회의 편집위원장과 한국셰익스피어학회의 편집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셰익스피어와 타자≫, ≪셰익스피어와 현대 비평≫, ≪셰익스피어 작품 각색과 다시쓰기의 정치성≫, ≪인종 담론과 성 담론: 셰익스피어의 경우≫, ≪명대사로 읽는 셰익스피어 비극≫, ≪명대사로 읽는 셰익스피어 희극≫, ≪셰익스피어 연극 사전≫(공저), ≪음악과 영화가 만난 길에서≫, ≪상징과 모티프로 읽는 영화≫가 있다. 셰익스피어 작품 번역서로는 4대 비극과 ≪로미오와 줄리엣≫, ≪줄리어스 시저≫, ≪베니스의 상인≫, ≪한여름 밤의 꿈≫, ≪헨리 5세≫, ≪리처드 3세≫, ≪자에는 자로≫, ≪말괄량이 길들이기≫가 있다. 소포클레스의 비극작품 전체를 완역했고, 아이스킬로스의 ≪사슬에 묶인 프로메테우스≫와 ≪오레스테스 3부작≫, ≪페르시아 사람들≫,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와 ≪엘렉트라≫, ≪히폴리토스≫를 번역 출판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막
제2막
제3막
제4막
제5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실비어스: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저지른 바보짓을 잊으셨다면
그건 사랑을 한 것이 아닙니다.
혹은 지금 나처럼 이렇게
앉아 듣는 사람이 지겨울 정도로
애인을 칭찬해 본 적이 없다면,
그건 사랑을 해 본 게 아니랍니다.
지금 나처럼 듣는 사람이 질릴 정도로
애인 자랑을 해야 사랑했다고 할 수 있어요.
지금 나처럼 연정을 참지 못해
같이 놀던 친구를 버리고
갑자기 뛰쳐나온 적이 없다면,
그것은 사랑을 한 것이 아닙니다.
5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