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피렌체 출신의 백작 클라우디오는 메시나의 총독 레오나토의 딸인 히어로를 사랑하지만 그녀에게 쉽게 고백하지 못한다. 아라곤 영주 돈 페드로가 두 남녀를 이어 주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드디어 클라우디오의 청혼이 받아들여지고 메시나는 선남선녀의 결혼식 준비로 축제 분위기다. 하지만 영주의 이복동생 돈 존의 계략으로 분위기는 한순간 반전된다. 히어로에게 숨겨 둔 연인이 있다고 오해한 클라우디오는 결혼식장에서 히어로의 부정을 폭로한다. 히어로는 억울함을 호소하다가 쓰러지고, 그녀의 부친 레오나토는 딸을 책망한다.
또 다른 선남선녀가 연애 사건의 주인공으로 낙점된다. 히어로의 사촌 베아트리체와 클라우디오의 친구 베네딕이다. 콧대 높은 베아트리체와 자존심 강한 베네딕은 서로에게 져 주는 법이 없다. 클라우디오와 히어로가 큐피드를 자처한다.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던 두 남녀는 점차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두 사람이 자신의 감정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상대가 먼저 사랑의 감정을 인정하게 만들려고 불꽃 튀는 논쟁을 벌이는 장면이 이 작품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청춘 남녀의 연애 사건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셰익스피어의 극작술이 원숙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되는 1600년에 출판된 희극이다.
200자평
피렌체의 백작 클라우디오는 메시나의 총독 레오나토의 딸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은 결혼식 준비로 들뜬다. 축제 분위기는 돈 존의 계략으로 한순간에 얼어붙는다. 연인은 서로를 오해하고, 결혼식은 무산된다. 셰익스피어의 희극이다. 원숙기에 접어든 대가의 극작술이 돋보인다.
지은이
윌리엄 셰익스피어 (William Shakespeare, 1564∼1616)는 르네상스 영국 연극의 대표적 극작가로서, 사극, 희극, 비극, 희비극 등 연극의 모든 장르를 섭렵하는 창작의 범위와 당대 사회의 각계각층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관객층에의 호소력으로, 크리스토퍼 말로, 벤 존슨, 존 웹스터 등 동시대의 탁월한 극작가 모두를 뛰어넘는 성취를 이루었다. 특히 유럽 본토에 비해 다소 늦게 시작된 영국 문예부흥운동과 종교개혁의 교차적 흐름 속에서 그가 그려낸 비극적 인물들은 인간 해방이라는 르네상스 인문주의 사상의 가장 심오한 극적 구현으로 간주된다. 1580년대 말로의 주인공들이 중세적 가치에 거침없이 도전하는 상승적 에너지의 영웅적 면모를 구현하고 있고, 1610년대 웹스터의 주인공들이 인문주의적 가치의 이면에 놓인 어두운 본능의 세계에 함몰되는 추락의 인간상을 대변한다면, 1590∼1600년대에 등장한 셰익스피어의 주인공들은 중세적 속박과 르네상스적 해방이 가장 치열하게 맞부딪치는 과도기의 산물로서, 그러한 상승과 추락의 변증법을 극명하게 체현하고 있다. 물론 셰익스피어의 인물들은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는 존재들이다. 무엇보다 셰익스피어가 초시대성을 획득하는 극소수 작가 반열에 드는 것은 특정한 시대정신의 명징한 관념적 표상이 아니라 무한한 모순의 복합체로서의 인간을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조화롭게 통합된 존재가 아니라 분열적으로 모순된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치열한 인식이 르네상스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서구 문화와 문예를 혁신하는 원동력이었다면, 그러한 인식의 비등점을 이룬 낭만주의, 모더니즘, 실존주의,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활발히 탐구되고 공연되었다는 사실은 그것이 박제된 고전이 아니라 살아 있는 고전임을 여실히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옮긴이
김종환은 현재 계명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영미어문학회의 편집위원장과 한국셰익스피어학회의 편집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셰익스피어와 타자≫, ≪셰익스피어와 현대 비평≫, ≪셰익스피어 작품 각색과 다시쓰기의 정치성≫, ≪인종 담론과 성 담론: 셰익스피어의 경우≫, ≪명대사로 읽는 셰익스피어 비극≫, ≪명대사로 읽는 셰익스피어 희극≫, ≪셰익스피어 연극 사전≫(공저), ≪음악과 영화가 만난 길에서≫, ≪상징과 모티프로 읽는 영화≫가 있다. 셰익스피어 작품 번역서로는 4대 비극과 ≪로미오와 줄리엣≫, ≪줄리어스 시저≫, ≪베니스의 상인≫, ≪한여름 밤의 꿈≫, ≪헨리 5세≫, ≪리처드 3세≫, ≪자에는 자로≫, ≪말괄량이 길들이기≫가 있다. 소포클레스의 비극작품 전체를 완역했고, 아이스킬로스의 ≪사슬에 묶인 프로메테우스≫와 ≪오레스테스 3부작≫, ≪페르시아 사람들≫,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와 ≪엘렉트라≫, ≪히폴리토스≫를 번역 출판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막
제2막
제3막
제4막
제5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클라우디오: 수사님은 잠시 비켜 주세요.
실례지만 말씀드립니다.
어르신께선 아무 거리낌 없이
따님인 이 숙녀를 제게 주실 작정입니까?
레오나토: 물론이네, 사위. 하느님께서
그녀를 내게 주셨을 때처럼 기꺼이….
클라우디오: 그럼 이 귀한 선물에 걸맞은 보답으로
제가 뭘 드려야 할까요?
돈 페드로: 아무것도 없어. 그녀를 다시 돌려주면 모를까.
클라우디오: 전하, 아주 훌륭한 답례 방법을 일러 주셨어요.
어르신, 따님을 돌려드리겠습니다.
이런 썩은 오렌지를 친구에게 주시다니요?
그녀의 정절은 겉치레일 뿐입니다.
여기 처녀처럼 얼굴을 붉히는 그녀를 보십시오.
그럴듯한 진실의 가면으로 교활하게
죄를 덮어 숨기고 있는 저 얼굴을 보세요!
불그레한 얼굴빛이 정숙함을 입증하는
그럴듯한 증거로 보이겠죠? 이런 외관을 본
어느 누가 그녀를 처녀가 아니라고 생각하겠어요?
하지만 아닙니다. 속았어요. 저 여자는
음란한 잠자리의 음탕한 맛을 알고 있어요.
저 불그레한 얼굴빛은
정숙이 아니라 죄의식의 표시입니다.
124-12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