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작품은 1399년 볼링브로크가 사촌인 리처드 2세를 폐위시키고 랭커스터 왕가 출신 첫 잉글랜드 왕이 된 후 진행되었던 웨일스와 스코틀랜드의 소요 사태를 다룬다. 랭커스터파와 요크파의 본격적인 왕위 다툼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장미전쟁(1455∼1485)의 전조를 보여 주는 어수선한 시기의 정치적 상황이 나타난다. 왕위 계승 서열에서 후순위였던 헨리가 왕이 되어 랭커스터 왕조를 개창하자 요크 가문이 반기를 들고 나선다. 랭커스터파와 요크파의 갈등은 전쟁으로 비화한다. 이른바 ‘장미전쟁’이다. 왕조가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헨리 4세는 다른 문제로 고민이 깊다. 시정잡배와 어울려 다니며 왕실 사정은 나몰라라하는 망나니 아들 핼 왕자 때문이다. 위기가 고조되어 가던 그때, 핼 왕자는 개전한 모습으로 나타나 헨리 4세의 시름을 던다.
셰익스피어는 총 열 편의 사극을 썼다. 랭커스터가에서 튜더가로 이어지는 영국 왕가의 이야기를 왕조별로 다뤘는데 그중 <리처드 2세>, <헨리 4세, 1부>, <헨리 4세, 2부>, <헨리 5세>를 묶어 ‘랭커스터 4부작’이라 부른다. 연작을 통해 영국 왕실이 혼란기를 극복하고 점차 안정을 찾아 나가는 과정을 짚어 보는 것도 감상에 재미를 더해 준다.
200자평
장미전쟁이 발발하자 헨리 4세는 직접 군대를 지휘한다. 왕에게는 또 하나의 걱정거리가 있다. 왕자 핼이다. 왕조를 이어 받을 후계자로서 권위와 체통은 내던진 채 시정잡배와 어울리며 사건 사고에 휘말리던 핼은 위기의 순간 각성하여 미래 군주의 모습을 보여 준다. 셰익스피어의 역사극이다.
지은이
윌리엄 셰익스피어 (William Shakespeare, 1564∼1616)는 르네상스 영국 연극의 대표적 극작가로서, 사극, 희극, 비극, 희비극 등 연극의 모든 장르를 섭렵하는 창작의 범위와 당대 사회의 각계각층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관객층에의 호소력으로, 크리스토퍼 말로, 벤 존슨, 존 웹스터 등 동시대의 탁월한 극작가 모두를 뛰어넘는 성취를 이루었다. 특히 유럽 본토에 비해 다소 늦게 시작된 영국 문예부흥운동과 종교개혁의 교차적 흐름 속에서 그가 그려낸 비극적 인물들은 인간 해방이라는 르네상스 인문주의 사상의 가장 심오한 극적 구현으로 간주된다. 1580년대 말로의 주인공들이 중세적 가치에 거침없이 도전하는 상승적 에너지의 영웅적 면모를 구현하고 있고, 1610년대 웹스터의 주인공들이 인문주의적 가치의 이면에 놓인 어두운 본능의 세계에 함몰되는 추락의 인간상을 대변한다면, 1590∼1600년대에 등장한 셰익스피어의 주인공들은 중세적 속박과 르네상스적 해방이 가장 치열하게 맞부딪치는 과도기의 산물로서, 그러한 상승과 추락의 변증법을 극명하게 체현하고 있다. 물론 셰익스피어의 인물들은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는 존재들이다. 무엇보다 셰익스피어가 초시대성을 획득하는 극소수 작가 반열에 드는 것은 특정한 시대정신의 명징한 관념적 표상이 아니라 무한한 모순의 복합체로서의 인간을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조화롭게 통합된 존재가 아니라 분열적으로 모순된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치열한 인식이 르네상스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서구 문화와 문예를 혁신하는 원동력이었다면, 그러한 인식의 비등점을 이룬 낭만주의, 모더니즘, 실존주의,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활발히 탐구되고 공연되었다는 사실은 그것이 박제된 고전이 아니라 살아 있는 고전임을 여실히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옮긴이
김종환은 현재 계명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영미어문학회의 편집위원장과 한국셰익스피어학회의 편집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셰익스피어와 타자≫, ≪셰익스피어와 현대 비평≫, ≪셰익스피어 작품 각색과 다시쓰기의 정치성≫, ≪인종 담론과 성 담론: 셰익스피어의 경우≫, ≪명대사로 읽는 셰익스피어 비극≫, ≪명대사로 읽는 셰익스피어 희극≫, ≪셰익스피어 연극 사전≫(공저), ≪음악과 영화가 만난 길에서≫, ≪상징과 모티프로 읽는 영화≫가 있다. 셰익스피어 작품 번역서로는 4대 비극과 ≪로미오와 줄리엣≫, ≪줄리어스 시저≫, ≪베니스의 상인≫, ≪한여름 밤의 꿈≫, ≪헨리 5세≫, ≪리처드 3세≫, ≪자에는 자로≫, ≪말괄량이 길들이기≫가 있다. 소포클레스의 비극작품 전체를 완역했고, 아이스킬로스의 ≪사슬에 묶인 프로메테우스≫와 ≪오레스테스 3부작≫, ≪페르시아 사람들≫,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와 ≪엘렉트라≫, ≪히폴리토스≫를 번역 출판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막
제2막
제3막
제4막
제5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헨리 왕: 반역은 결국 이처럼 늘 응징을 받았노라!
괘씸한 우스터! 짐은 은혜를 베풀어
너희를 용서하고 너희 모두에게
호의를 베풀겠다는 말을 전하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우스터, 네놈은 짐의 뜻을
왜곡해서 전달했다. 어찌하여
근친이 신뢰하여 위임한 뜻을 악용했는가?
오늘 전투에서 우리 측 기사 셋이 전사했다.
귀한 백작 한 사람과 수많은 병사들이 전사했다.
만약 우스터 네놈이 기독교인답게
양군 사이의 뜻이 정직하게 소통되도록 했다면
그들 모두 지금 이 순간 살아남았을 것이다.
22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