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작품은 와즈디 무아와드가 레바논계 캐나다 사진작가 조제 랑베르로부터 내전 당시 레지스탕스로 활동했던 소하 베차라 이야기를 듣는 데서 출발한다. 이후 무아와드는 란다 샤할 사바그가 그녀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며 부분적인 영감을 받아 참혹한 내전을 겪은 한 여인의 굴곡진 삶을 구상한다. 베차라는 1988년 남부 레바논의 기독교 민병대 지도자 앙투안 라하드를 암살하려고 시도했던 여전사 같은 인물이다. 그녀는 결국 남부 레바논군(ALS)에 의해 10년 동안 지하 감옥에 투옥되는데, 그중 6년 가까운 세월을 독방에서 보낸다. 키암이라 불리는 이곳은 프랑스 병영지로 사용됐던 곳으로, 이스라엘군에 병합되면서 수많은 희생자를 만들어 낸 피의 현장이기도 하다. 이렇듯 베차라의 증언과 일련의 시련이 수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고, 무아와드에게도 영향을 미쳐 <화염> 속 인물들의 모티브가 되었다.
쌍둥이 남매 잔느와 시몽은 낯선 공증인으로부터 어머니가 남긴 유언을 전해 듣는다. 아버지와 이들의 또 다른 형제를 찾아 편지를 전해 달라는 내용이다. 지금껏 존재 여부도 몰랐던 아버지와 형제를 찾기 위해 어머니의 과거를 파헤치며 가족사에 얽힌 비밀을 하나씩 풀어 나가던 잔느와 시몽은 충격적인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국내에는 2010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그을린 사랑’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소개되어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이후 원작인 연극으로도 소개되었다.
200자평
레바논 태생 퀘벡 작가인 와즈디 무아와드가 10여 년에 걸쳐 쓴 4부작 비극 중 두 번째 작품으로 2003년에 완성되었다.
1970∼1990년대 레바논 내전의 상처를 중심으로 전반적인 스토리가 전개되고 있으며, 비극적인 운명의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 한 가족의 뿌리와 정체성에 관한 질문으로 휴머니즘의 보편성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2010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그을린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해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며, 2012년에는 원작인 연극으로도 국내 소개되었다.
지은이
와즈디 무아와드는 1968년 레바논 데이르 엘 카마르에서 태어났다. 내전으로 열 살 되던 해에 고국을 떠나, 가족과 함께 프랑스 파리로 망명한다. 1983년에는 영주권 문제로 또다시 퀘벡으로 떠나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고등학교 연극반에서 활동하던 중, 프랑스어 선생님 권유로 캐나다 국립연극학교에 입학해, 1991년 연기 전공으로 졸업한다. 1990∼1999년에는 배우 이자벨 르블랑과 첫 극단인 ‘오 파를뢰르’를 창단해 공동 운영한다. 2000∼2004년에는 몬트리올 서푼짜리 극단 예술 감독을 지낸다. 2005년에는 퀘벡에서 에마뉘엘 슈와르츠와 함께 창작 극단 ‘아베 카레 세 카레’를 창단하고, 이어서 독자적으로 극단 ‘빗변의 제곱에서’를 프랑스에서 창단한다. 2008∼2010년에는 샹베리 말로 극장과 협력해 4부작 비극 ‘약속의 피’를 무대에 올렸으며, 이 공연으로 2009년 아비뇽연극제 협력 예술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현재 오타와 국립예술센터 프랑스 극장의 예술 감독과 낭트 그랑 테(Grand T) 극장의 협력 예술가를 맡고 있다.
옮긴이
최준호는 파리3대학에서 연극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예술의전당 공연예술감독, 파리 한국문화원 원장을 역임했고,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문화부, 외교부 등 문화예술기관에서 이사,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공연축제 기획 및 프로그래밍, 번역, 연출, 드라마투르기 등 다방면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1995년 프랑스 한국문학 포럼, 1998년 아비뇽 축제 한국 특집 공연을 비롯해 2011년 케이팝(K-POP) 파리 콘서트 기획까지 프랑스와 예술 교류에 헌신했다.
임재일은 프랑스에서 연극 및 공연학을 전공했으며, 파리8대학에서 브레히트 연극과 한국 민중극을 비교연구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구 민중극 연구자들이 다양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한국 민중극 작품 <밥>, <진동아굿>, <낙하산>(프랑스 아르마탕 출판사)을 번역·소개했으며, 현재는 프랑스에서의 연극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 작가 연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몰리에르 단막극선≫이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1막 나왈에게 일어난 화재
2막 어린 시절에 일어난 화재
3막 자나안에게 일어난 화재
4막 사르완에게 일어난 화재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의사: 누가 알까요? 아무도 이해 못할 겁니다. 형제가 그들의 형제를 향해 쏘고, 아버지가 그들의 아버지를 향해 쏘죠. 전쟁입니다. 하지만 어떤 전쟁일까요? 어느 날 국경 건너편에서 50만 명의 난민들이 왔습니다. 그들이 말했죠. “우리 땅에서부터 우릴 쫓아왔어요, 당신들 곁에서 살 수 있게 해 주세요.” 이곳 사람들은 그러라고도 했고, 안 된다고도 했으며, 도망치기도 했죠. 수백만 명의 운명이 말이죠. 그리고 누가 누굴 향해 왜 쏘는지도 모르는 거죠. 이게 바로 전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