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우리나라에 안드레예프의 작품은 전무하다고 할 정도로 소개되어 있지 않다. 이 작품은 국내 최초 번역이다.
삶과 죽음, 고통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
재능은 있지만 가난한 건축가가 끼니도 굶을 정도로 어려운 생활을 영위하다 재능을 인정받은 후 엄청난 명성과 부를 누리게 된다. 그러나 그의 명성과 부는 모래 위에 쌓은 허망한 모래 탑처럼 하나둘 사라지고, 그의 외아들마저 길거리 불한당에 의해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전반적으로 음울한 회색빛 분위기에서 그려지는 이 작품은 인간의 삶을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다. 주어진 운명과 숙명 속에서도 끝까지 굴하지 않는 당당함, 화려하면서도 고통스럽고 처절한 인생, 외로움을 통해 과연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만든다.
기존의 희곡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식의 희곡
전통적 희곡은 막과 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인간의 삶>은 막이 없이 장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장 앞에는 프롤로그가 있다. 프롤로그는 소설의 서사 기법처럼 두 명의 화자가 등장한다. 보이지 않는 화자가 회색 옷을 입은 사람인 ‘그’라는 화자를 소개하고 ‘그’라는 화자가 희곡 전체를 소개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등장인물 간의 대화 외에 희곡 중간 중간에도 소설처럼 긴 대화나 독백이 있다. 3장의 무도회 장면 전체와 5장 죽음의 장면은 희곡이라기보다는 소설의 대화 같다. 등장인물들은 이름이 없이 인간, 아내, 친구, 적, 술꾼, 노파 등의 일반명사로 불림으로써 한 특정 개인의 삶이 아니라, 인간이면 누구나 겪게 되는 보편적인 삶의 여정을 보여준다. 프롤로그가 있는 총 5장으로 구성된 <인간의 삶>은 탄생, 가난, 부와 명성, 불행, 죽음이라는 다섯 개의 큰 테마로 구성되어 인간의 운명 속에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삶의 여러 단계를 묘사하고 있다.
작품 집필 후, 안드레예프는 동년배 작가였던 막심 고리키에게 “<인간의 삶>은 깊고 냉철하게 연구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작품이다. 처음 읽으면 난센스 같고, 다시 읽으면 불쾌한 난센스 같고, 서른 번 정도 읽어야만 이 작품을 바보 천치가 쓴 게 아니라, 자유로운 형식의 희곡을 추구하는 인간이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고리키는 안드레예프가 고대 신비극의 형식을 취하면서도 신비극의 주인공은 제거한, 아주 흥미롭고 독창적인 작품을 썼다고 평가했다.
200자평
창작된 지 100년이 넘었지만 <인간의 삶>이 제기하는 인생의 본질적 문제는 오늘도 생생한 현재성을 유지하고 있다. 유려한 번역은 안드레예프의 문체까지 섬세히 전달한다. 솔직하고 진지한 담론을 심도 있게 분석한 작품 해설은 안드레예프 자신과 그 문학 세계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처음 읽으면 난센스 같고, 다시 읽으면 불쾌한 난센스 같고, 서른 번 정도 읽어야만 이 작품을 바보 천치가 아닌, 자유로운 형식의 희곡을 추구하는 인간이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은이
레오니트 안드레예프는 러시아 중부 도시 오룔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빈민촌에서 보낸 유년시절에 대한 인상은 그의 작품에 잘 반영되어 있다. 아버지의 사망으로 생활고가 가중되자 그림을 팔고 개인 교습을 해주면서 생활했다.
1891년 페테르부르크 대학교 법학부에 입학한 그는 생활고로 인한 호구지책으로 문학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다음해 단편 <가난과 부>를 최초로 발표하였다. 1898년 발표한 단편 <바르가모트와 가라시카>로 문학적 명성을 얻게 되었다. 그의 초기 작품들은 주로 빈곤에 시달리고 기쁨을 잃어버린 아이들, 하급관리, 기술자, 부랑자, 거지, 도둑, 창녀 등의 모습과 계속되는 힘겨운 노동과 가난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안드레예프는 1905년 러시아 제1차 혁명의 실패를 모든 사회사상의 실패로 인식했다. 그는 인간과 사회의 조화란 불가능하며, 애초부터 세상은 숙명적으로 조화롭지 못하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1917년 10월 혁명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는 그해 핀란드로 망명했다. 1919년 사망했다.
옮긴이
이수경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러시아어문학을 전공하고, 제1호 러시아 국비유학생으로 선발되어 모스크바국립대학교에서 막심 고리키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5년부터 건국대학교 러시아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관심 분야는 동화와 민담, 아동청소년문학과 영화 등이다. 막심 고리키, 러시아 동화 등에 관한 논문이 있으며, 저서로 ≪러시아문학 감상≫, 역서로 ≪질타≫, ≪악몽≫, ≪곱사등이 망아지≫, ≪러시아현대소설선집 1≫ 등이 있다.
차례
프롤로그
1장
2장
3장
4장
5장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그렇게 인간은 죽는다. 그 누구도 생각지도, 느끼지도, 알지도 못한 채 밤으로부터 온 그는 다시 밤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흔적 없이 영원한 시간 속으로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