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기원전 406년경 공연된 것으로 추정되는 ≪박코스 여신도들≫은 포도주와 광란과 황홀경의 신 디오니소스의 신성을 부정한 펜테우스 일가의 몰락을 그리고 있다. 테베 왕이었던 펜테우스는 테베 여인들 사이에서 확산되던 디오니소스 숭배를 막고자 안간힘을 쓴다. 디오니소스를 숭배하는 여신도 무리에는 펜테우스의 어머니와 이모도 포함되어 있었다. 펜테우스는 키타이론산에서 디오니소스 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그 광경을 직접 보고자 여신도 복장을 한 채 축제 현장을 찾고, 광기에 사로잡힌 그의 어머니와 이모가 디오니소스의 신성을 부정했다는 죄목으로 펜테우스를 붙잡아 사지를 찢어발긴다. 펜테우스 일가에 닥친 불행이 디오니소스의 뜻이었음이 밝혀지고, “모든 게 신의 뜻”이라는 코로스의 합창으로 극이 마무리된다.
작품의 소재가 된 디오니소스 숭배 의식은 고대 그리스에서 실제로도 행해졌다. 이는 이후 디오니소스 밀교로 발전했고 주로 여성들이 이 밀교에 빠져들었다. 신도들은 ‘박카이’ 즉 ‘박코스를 따르는 여신도들’로 불리며 짐승이나 어린아이를 디오니소스 신께 바쳤는데, 광란 상태에서 살아 있는 제물을 뜯어먹고 그 피를 마셨다. 밀교 의식은 이후 소아시아, 이집트까지 퍼졌고 로마에까지 전파되었다. 신도들의 학살과 간음을 방치할 수 없었던 로마 당국은 밀교 확산을 제재하기도 했다.
에우리피데스는 섣불리 신의 뜻을 부정했다 몰락한 펜테우스 일가의 사례를 통해 코로스의 입을 빌려 주어진 운명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지혜롭게 처신하는 법을 배우라고 주문한다.
200자평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디오니소스와 그를 따르는 신도들, 그리고 그의 신성을 부정했던 펜테우스의 이야기를 재현했다. 펜테우스와 그 일족은 광기에 사로잡혀 고통 받다 희생된다. 에우리피데스는 이 또한 신의 계획이요 뜻임을 강조하며 겸허한 삶의 자세를 강조한다.
지은이
에우리피데스(Euripides, BC 484∼BC 406)는 아이스킬로스(Aeschylos), 소포클레스(Sophocles)와 더불어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 시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기원전 534년에 그리스에서 최초로 비극이 상연된 후, 기원전 5세기에 이르러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를 통해 그리스 연극은 전성기를 맞는다. 기원전 3세기까지의 그리스 고대극의 전통은 로마를 거쳐 유럽 전체에 퍼지며 서구 연극의 원류가 되었다. 에우리피데스는 이 과정에서 서구 연극 발전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극작가다. 생애에 관해서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고, 다만 부유한 지주 계급 출신이라는 점과 좋은 가문에서 상당한 교육을 받고 자랐다는 점 정도만 전해진다. 기원전 455년에 데뷔한 이후 92편에 이르는 작품을 집필했지만,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은 18편뿐이다. 기원전 408년경 아테네를 떠나 마케도니아에 머물렀고 2년 뒤에 사망했는데,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와 <바카이>는 이때 집필된 작품이다.
옮긴이
김종환은 계명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네브래스카 대학교에서 셰익스피어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1986년부터 계명대학교 영문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영어영문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했고, 현재 한국영미어문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1995년에 재남우수논문상(한국영어영문학회)을 받았고, 1998년에는 제1회 셰익스피어학회 우수논문상을, 2006년에는 원암학술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셰익스피어와 타자≫, ≪셰익스피어와 현대 비평≫, ≪셰익스피어 연극 사전(공저)≫이 있으며, 세 권 모두 대한민국학술원 우수도서로 선정되었다. 그 외 저서로 ≪셰익스피어 작품 각색과 다시쓰기의 정치성≫, ≪인종 담론과 성 담론≫, ≪명대사로 읽는 셰익스피어 비극≫, ≪명대사로 읽는 셰익스피어 희극≫, ≪음악과 영화가 만난 길에서≫, ≪상징과 모티프로 읽는 영화≫가 있다. 셰익스피어의 주요 작품 20편을 번역했으며, 소포클레스의 작품 전체와 아이스킬로스의 현존 작품 전체를 번역했다. 최근 ≪길가메시 서사시≫를 번역했고, 현재 에우리피데스의 작품을 번역하고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서막
제1삽화
제2삽화
제3삽화
제4삽화
제5삽화
종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코로스의 합창>
신들의 형상,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고,
예상치 못한 수많은 일들
신의 뜻으로 이루어지네!
우리가 기대했던 일,
이뤄지지 않을 수 있고
기대하지 않았던 일,
신의 뜻으로 이뤄지기도 한다네!
여기서 일어난 일들 또한
모두 신의 뜻이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