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메이오가 농장을 배경으로 형제의 삼각관계, 그로부터 뒤바뀐 삶, 그리고 그 말로를 그린 유진 오닐의 초기 장막극이다. 언제나 책 읽기를 좋아하고 이상을 좇아 지평선 너머의 삶을 꿈꾸는 로버트. 흙에 발붙이고 사는 농장 일에서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앤드루는 서로 다른 성향에도 우애만은 돈독했던 형제다. 하지만 이웃 농장의 루스와 삼각관계로 얽히면서 이들은 자신들의 성향과는 다른 삶으로 나아가게 된다. 로버트는 루스와 결혼해 농장에 남기로 하고, 앤드루는 실연의 아픔을 잊기 위해 농장을 떠나게 된 것이다. 이후 이들의 삶은 점점 나락으로 떨어진다. 농장 또한 점점 망가져 간다. 종막에서 로버트는 폐렴으로 죽음에 가까워진 모습이다. 루스는 가난 속에 무기력해져 있다. 사업가로 변모해 큰돈을 벌었다던 앤드루의 삶도 그리 나아 보이진 않는다. 앤드루가 밀 사업에 투자했다가 크게 망했다는 얘기를 듣고 로버트는 “농부인 형이 종잇조각으로 소맥 판매장에서 도박을 하다니”라며 앤드루야말로 “셋 중에 가장 속속들이 실패한 실패자”라고 안타까워한다.
미국 현대 연극의 아버지라 불리는 유진 오닐에게 1920년 퓰리처상을 안긴 작품이다. 그의 초기작이자 첫 장편 드라마로, 이 작품이 흥행함과 동시에 퓰리처상을 수상하면서 유진 오닐이 본격적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본성에 따라 순리에 맞게 사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작품 이후 나타나는 유진 오닐의 바다를 배경으로 한 해양극의 전형을 예고하고 있으며, 유진 오닐 후기의 원숙한 비극으로 발전할 씨앗을 배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자평
유진 오닐에게 첫 퓰리처상 수상을 안긴 작품이다. 메이오가의 성향이 다른 두 형제 로버트와 앤드루, 그리고 이들과 삼각관계로 얽히게 되는 루스라는 여인의 굴곡진 삶을 그렸다. 순리를 거스른 삶의 비극적 말로를 보여 준다. 사실주의 경향이 농후한 이 작품은 유진 오닐 후기의 원숙한 비극으로 발전할 씨앗을 배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은이
“미국 현대 연극의 아버지”라 불리는 유진 오닐은 1888년에 연극 배우이자 아일랜드계 이민자였던 제임스 오닐(James O’Neill)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의 공연을 따라 계속 이곳저곳 옮겨 다닌 그는 호텔에서 태어나 호텔에서 생을 마감했다. 프린스턴 대학에 입학했지만 도중에 중퇴하고 어린 나이에 캐슬린 젠킨스와 결혼해 아들까지 낳았다. 그는 도피의 일환으로 배를 탔고 서인도제도와 남미를 여행하며 해양 생활을 경험했다. 오랜 바다 생활에 몸이 쇠약해져 폐결핵에 걸린 그는 요양원에 입원하게 되고 거기서 니체와 스트린드베리 등 유럽 작가들을 만난다. 오닐은 유럽에서 그동안 이루어져 왔던 다양한 예술적 실험들을 받아들여 미국 무대에 올리려 했다. 오닐은 두 번째 아내와 이혼한 뒤 칼로타 몬터레이와 재혼했고 몬터레이는 오닐 사후인 1956년에 오닐이 사후 25년간 발표하지 말라고 했던 <밤으로의 긴 여로(Long Day’s Journey into Night)>를 출판 공연하도록 허락함으로써 그에게 네 번째 퓰리처상을 안겨 주었다.
그가 미국 연극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것은 한 세계에 안주하지 않고 유럽에서 개발된 사조나 극작 기법을 과감하게 도입해 끊임없이 실험함으로써 후대 극작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렇게 변화하는 기법과 실험 가운데서도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인생을 불행하게 만드는 불가해한 세력을 밝혀내려는” 시도였다. 그는 신에 대한 신앙과 전통적 가치 체계에 대한 신념이 붕괴된 사회에서 무엇이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가에 관심을 가졌으며 이를 희극보다는 비극을 통해 더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닐은 후기로 가면서 자전적인 경험에 바탕을 둔 <얼음장수 오다(The Iceman Cometh)>, <밤으로의 긴 여로> 같은 사실주의 작품으로 회귀했고 원숙한 경지를 보여 주며 노벨상과 4회에 걸쳐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미국 현대 연극의 기초를 놓은 유진 오닐은 후배 극작가들의 영원한 영감과 영향력의 원천이 되면서 미국 연극의 아버지로 남아 있다.
옮긴이
이형식은 경북대학교 문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 석사학위를,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9년부터 건국대학교 문과대학 영문과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문학과영상학회 회장과 현대영미드라마학회 회장을 지냈다. 저서로는 ≪현대미국희곡론≫, ≪영화의 이해≫, ≪문학 텍스트에서 영화 텍스트로≫(공저), ≪미국 연극의 대안적 이해≫, ≪무대와 스크린의 만남≫, ≪다문화주의와 영화≫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미국 영화/미국 문화≫, ≪영화의 이론≫, ≪영화에 대해 생각하기≫, ≪숭배에서 강간까지: 영화에 나타난 여성상≫, ≪하드 바디≫ 등 다수가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무대 배경
1막
2막
3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로버트 : 형에게 생긴 변화가 도대체 뭘까 생각했어. (잠시 후) 농부인 형이 종잇조각으로 소맥 판매장에서 도박을 하다니. 형, 그 그림에는 영적인 의미가 있어. (쓴웃음을 웃는다.) 나는 실패자고 루스도 그래. 하지만 우리 두 사람은 우리의 실수에 대해 떳떳하게 하나님을 탓할 수 있어. 하지만 형은 우리 세 사람 중에 가장 속속들이 실패한 실패자야. 형은 농사짓는 걸 좋아하면서도 자신으로부터 도망쳐 8년을 허비했어. 그리고 지금… (적당한 단어를 찾느라 말을 멈추지만 찾지 못한다.) 머리가 뒤죽박죽이야.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형이 창조하기를 사랑했던 것을 가지고 도박을 했다는 건 형이 얼마나 빗나갔는지를 잘 보여 준다는 거야… 그러니 형은 벌을 받을 거야. 다시 찾기 위해서는… 고통을 받아야 할 거야. (목소리가 점점 약해지며 곤한 한숨을 쉰다.) 소용없어. 말할 수 없어. (숨을 헐떡이며 누워서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