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심리언어학은 인간의 말과 마음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우리가 언어라고 부르는 체계 이면에 존재하는 인지 처리 과정과 심리적 기제를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인간의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 등의 언어 행위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인간의 정신 작용을 규명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책은 다음 질문들을 던지고 답을 찾아 간다. 우리가 읽고, 듣고, 말하고, 쓸 때 우리 머릿속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까? 어휘는 우리의 마음속에 어떻게 저장될까? 언어 지식과 의미 정보는 뇌의 어느 부분에 저장되어 있을까? 뇌 손상 혹은 노화는 언어 능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선천적인 청각장애가 언어 습득에 미치는 영향을 무엇일까? 유아는 어떻게 모국어를 습득할까?
저자는 독자들이 선행 지식 없이도 이 책을 통해 심리언어학의 주요 개념과 이론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랐다. 각종 전문 용어와 복잡한 이론에 압도되어 심리언어학의 세계에 입문하지 못하는 초심자들이 많음을 우려해, 최대한 쉽고 간결하게 설명하고자 했다. 하지만 쉽고 간결한 설명에 집중하느라 심도 있는 논의를 소홀히 하지도 않았다. 심리언어학의 열두 가지 연구 주제(심리언어학 일반, 동물과 언어, 뇌와 언어, 단어의 저장, 단어의 사용, 언어 처리 과정, 쓰기 과정, 읽기 과정, 듣기 과정, 말하기 과정, 언어 이해 이론, 언어장애)를 쉬운 것에서 어려운 것 순서로 배열하고 각 주제를 A(기초), B(심화), C(탐구), D(확장) 단계로 다시 나누는 방식으로 책을 구성해, 누구든지 관심이 가는 주제와 원하는 수준에서 학습을 시작하여 깊이를 더해 갈 수 있도록 돕는다. 기초, 심화, 탐구 단계에서는 본문과 관련해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탐구 활동 과제와 실습 과제를 제시하여 구체성과 실용성을 더한다. 확장 단계에서는 독자들이 학습을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다양한 자료를 추가로 제시하여 외연을 넓힌다.
200자평
인간의 마음과 언어의 관계를 연구하는 심리언어학은 인간의 인지 체계가 어떤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지를 파악하고자 한다. 이 책은 심리언어학 전문 용어와 논의의 배경이 되는 이론들은 자세한 예시를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핵심 개념들을 독자들이 스스로 이해할 수 있도록 자신의 언어 사용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직접 사고해 볼 기회를 부여한다.
지은이
존 필드
모국어 및 제2언어 사용자의 읽기 과정에 대한 논문으로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심리언어학 분야의 전문가로 인지심리학을 통해 제2언어 습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주요 연구 관심사는 제2언어 사용자의 듣기 과정이다. 또한 언어 교육과 언어 테스트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는데, 특히 언어 테스트의 인지적 검증 과정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를 수행해 왔다. 벨기에,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중국, 홍콩, 탄자니아에서 영어 교사들과 함께 일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교과서를 집필했고 홍콩에서 언어 학습 자료를 제작했다. 또한 BBC 월드 서비스와 중국 방송통신대학을 위한 라디오 및 텔레비전 방송 자료를 구상했다.
옮긴이
이성은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인지과학 협동과정 교수다.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에서 학사, 석사 학위를 받고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 독어독문학과에서 신경언어학을 주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신경언어학 영역에서 한국인 학습자가 독일어를 습득하고 사용할 때 나타나는 인지적 특성들을 연구해 왔다. 현재 주 연구 분야는 뇌 영상술을 활용한 언어 처리 과정 분석이다. 또한 인문학 연구 주제를 공학, 심리학, 의학 등의 분야와 융합하여 연구하는 것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간접화행의 인지신경언어학적 이해모델”(2019), “다중 언어 습득 및 처리 과정의 인지기제ᐨ제3언어 습득이 제2언어 통사 처리에 미치는 인지적 효과”(2017) 등이 있다.
차례
이 책을 활용하는 방법
심리언어학 입문
저자의 글
역자의 글
A. 기초: 심리언어학의 핵심 개념
A1 심리언어학이란
A2 언어, 발화, 의사소통
의사소통
언어
말하기
A3 언어와 뇌
뇌 구조 간략하게 보기
인간의 뇌와 동물의 뇌 비교
A4 단어를 ‘아는 것’
내용어와 기능어
어휘 요소 목록
A5 어휘 정보의 저장과 인출
어휘의 저장 상태는 어휘의 인출 과정에 기여한다
약한 결합과 강한 결합
확산 활성화
A6 언어 정보 처리 과정
지각과 패턴 인지
데이터 저장
작업 기억의 처리 한계
구성 작용으로서의 처리
재현의 층위
A7 쓰기 체계
로고그래픽 시스템
알파벳 시스템
어느 시스템이 더 용이할까?
A8 읽기에서 해독 과정
하위 처리 과정 vs. 상위 처리 과정
해독 과정
이원 경로 모델에 대한 몇 가지 확장된 생각들
A9 듣기의 이슈들
듣기 연구에서 흔히 접하는 이슈들
처리 과정에 따른 해결
정보 저장에 따른 해결
A10 말하기의 특성
A11 장기 기억과 스키마
장기 기억
스키마 이론
스키마의 구성
공유 지식
A12 예외적인 언어 사용 환경
감각장애
언어발달장애
언어와 인지의 관계
언어 발달의 독립성
B. 심화: 심리언어학 데이터
B1 심리언어학 데이터
B2 동물의 의사소통
인간 언어의 중요한 속성들
동물의 의사소통
결론
B3 뇌의 언어 중추
실어증 연구의 근거
실어증의 특성
뇌 영상 연구
B4 어휘 형식
어휘 요소 목록은 무엇으로 구성되는가?
음성 형태의 재현 및 표기 형태의 재현
저장과 인출 사이의 ‘상보적 관계(tradeᐨoff)’
B5 어휘 연관성
의미 연관성
실험적 근거
형태적 연관 관계
종합
B6 상향식, 하향식 처리 과정
재현의 층위
순차적 vs. 병렬적 처리 과정
문맥의 역할
하향식 어휘 처리 과정
독립 처리 vs. 상호 처리
B7 단어 단위 쓰기
쓰기 실수
운동 처리 과정
B8 읽기와 안구 운동
B9 범주 지각
B10 말하기의 단계
B11 의미의 재현
정보의 통합
의미 재현의 층위
정신 모델
정신 모델: 더 생각할 점들
B12 언어장애
말더듬증
난독증과 난서증
C. 탐구: 분석 및 고찰
C1 심리언어학 연구 대상으로서 언어
언어학자 vs. 심리학자
말하기 vs. 쓰기
언어의 산출 vs. 언어의 수용
하위 처리 과정 vs. 상위 처리 과정
C2 말하는 유인원
연구 결과
침팬지의 ‘언어’가 시사하는 점
실습 과제
읽을거리 & 생각해 보기
C3 언어의 편측화
언어와 편측화
언어의 편측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
결정기 가설
실습 과제
읽을거리 & 생각해 보기
C4 ‘의미’란?
전통적인 견해
전형 이론
몇 가지 결론들
실습 과제
읽을거리 & 생각해 보기
C5 어휘 인출 모델
순차적 모델 vs. 병렬적 모델
활성화 모델
입말과 코호트 이론
보이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은 문제들
실습 과제
읽을거리 & 생각해 보기
C6 기억과 언어
청각 언어 정보와 작업 기억
작업 기억 능력의 한계
통제 처리 vs. 자동 처리
실습 과제
읽을거리 & 생각해 보기
C7 쓰기의 단계
쓰기 버퍼
하위 처리 과정 vs. 상위 처리 과정
쓰기 단계
실습 과제
읽을거리 & 생각해 보기
C8 읽기에 숙련된 사람 vs. 숙련되지 않은 사람
상향식 읽기 vs. 하향식 읽기
문맥에 대한 연구들
문맥의 역할
실습 과제
읽을거리 & 생각해 보기
C9 실시간 듣기 과정
듣는 그대로 떠올리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의 통사적 문장 분석
운율 정보의 역할
실습 과제
읽을거리 & 생각해 보기
C10 말하기 모델
실습 과제
읽을거리 & 생각해 보기
C11 추론
연결 추론
정교 추론
읽을거리 & 생각해 보기
C12 청각장애: 소규모 집단 연구
읽을거리 & 생각해 보기
D. 확장: 심리언어학의 읽을거리
D1 심리언어학의 목표
D2 언어의 진화
D3 언어의 편재화와 편측화에 대한 재검토
D4 어휘 범주 형성하기
D5 어휘 처리 과정
D6 작업 기억에 대한 개관
D7 숙련된 글쓰기의 요소
D8 글자로 읽기 vs. 전체 단어로 읽기
D9 단어의 경계 설정
D10 말하기의 자가 모니터링
D11 대용어의 해석
D12 특수 언어발달장애에 대한 두 가지 관점
더 읽을거리
참고문헌
찾아보기
책속으로
심리언어학은 인간의 마음과 언어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심리언어학은 전체 언어 사용자보다는 개별 언어 사용자에게 우선적인 관심을 둔다. 하지만 개인의 언어 능력은 특정 언어 사회의 모든 사용자가 공유하는 인지 기제를 얼마나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그래서 심리언어학의 가장 우선적인 목표는 특정 언어 사용자 혹은 모든 언어 사용자의 언어 행위에서 나타나는 공통 양상을 추적하는 것이다. 심리언어학은 이를 통해 우리의 인지 체계가 어떠한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지를 파악하고자 한다.
– 3쪽
한 단어가 나타내는 의미의 범위는 그 단어와 함께 존재하는 다른 단어들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행복’에 대해서, 이 단어의 의미 적용 범위를 한정하는 ‘만족’, ‘기쁨’, ‘환희’ 같은 다른 대용어들을 알고 있을 때 이 단어를 적절히 사용하는 방법을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특정 의미 범위에 속하는 어휘 요소 목록 간에 매우 밀접한 연결 고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으로만 우리는 우리에게 필요한 단어를 선택하고 그렇지 않은 단어는 배제할 수 있다. 단순히 말하자면 단어는 하나의 섬이 아니다. 단어 ‘X’의 의미는 단어 ‘Y’ 및 단어 ‘Z’와의 관계에 의해 결정된다.
– 28쪽
책을 읽는 사람이 접하는 단어들은 지면에 기록으로 남아 있으며, 읽는 사람은 이해가 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와 달리 듣기에서는 이전의 정보로 돌아가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 음성 신호는 잠시 동안만 기억될 뿐이어서 듣는 사람은 발화를 들으면서 그때까지 머릿속에 정신적으로 구현한 내용에 의존한다.
☞ 떠오르는 질문: 우리는 듣기의 결과물을 어떠한 형식으로 저장할까? 입수된 텍스트 형태 그대로일까, 명제 내용일까? 듣기는 듣는 사람이 정보를 저장하는 능력의 정도, 즉 작업 기억의 용량에 얼마나 의존할까?
– 64쪽
자신의 글을 검토할 때 우리는 글자의 모양, 글자의 순서, 철자법 등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글쓰기 경험이 많은 사람에게 이러한 과정은 고도로 자동화되어 있다. 쓰기에 능숙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중요한 갈림길이 여기 놓여 있다. 만약 우리가 철자나 필기 같은 하위 단계의 쓰기 과정을 자동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면 계획하기, 생각의 구조화와 같은 상위 단계의 쓰기 과정에 더욱 집중할 것이다. 반면 쓰기를 배우고 있어서 판독 가능한 글을 쓸 수 있는가에 집중하는 학생들은 글쓰기의 표현력에 제약을 받을 것이다.
이를 제한된 작업 기억 용량 측면에서 생각해 보자. 만약 철자에 우리의 주의력을 많이 쏟는다면 계획하기, 모니터링, 퇴고 같은 상위 단계의 쓰기 활동에 쏟을 정신적 자원이 충분치 않을 것이다.
– 24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