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국내에서 북한에 대한 연구는 1970년대에 본격화되었으나, 북한 애니메이션의 소개와 연구는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양은 미미하여 일반인들은 물론 애니메이션 연구자들에게조차도 북한 애니메이션은 여전히 낯선 대상이다. 북한은 모든 문화예술 분야를 국가가 통제하며 선전 선동의 수단으로 이용해왔다. 이는 애니메이션도 예외가 아니다. 이 책은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초기 북한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열 개의 중요한 정치·문화적 사건들과 주요 작품들을 통해 소개한다. 이 책은 북한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이나 연구자들이 북한 애니메이션의 시작과 특징을 이해하는데 유용한 입문서가 될 것이다.
지은이
홍주옥
인하대학교 디자인융합학과 초빙교수다.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산업디자인과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며 애니메이션 작업을 경험했다. 졸업 후 중국 연변과학기술대학교에서 조교로 근무하며 북한의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프랑스 파리I대학 응용예술학과에서 인형애니메이션의 미학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 시기에 프랑스를 비롯한 서유럽 국가들과 북한이 많은 합작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 돌아와 애니메이션 작품 제작과 강의를 하다 북한 애니메이션을 제대로 연구하고자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에 진학하고 “1960∼1970년대 북한 애니메이션 연구”(2018)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8년 서울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에서 “시카프 토크-반갑습니다! 북한애니메이션”을 담당했고, 2019년 덴마크의 비보그 애니메이션페스티벌(Viborg Animation Festival)에서 북한애니메이션에 관한 강연을 했다. 논문으로 “북한 최초의 애니메이션 작품 연구”(2016)와 “북한 인형영화의 캐릭터 디자인: 1985년경 특징적 변화를 중심으로”(2010)가 있다.
차례
01 1955년, 만화영화 시험작 제작
02 1957년, 만화·인형영화제작단의 조직
03 1960년, 북한 최초의 애니메이션
04 1965년, 조선아동영화촬영소 설립
05 1967년, 유일사상체제 돌입
06 1969년, 김정일의 애니메이션 지도
07 1971년, 조선과학교육영화촬영소 설립
08 1974년, 주체사상과 아동영화
09 1977년, 혁명적 본보기 작품들
10 1980년, 다부작 만화영화
책속으로
사회주의국가를 세우고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김일성은 대중 매체를 선전선동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였다. 그중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역사적 사실이나 사건들을 짧고 생동감 있게 전달할 수 있는 영화를 가장 중시했다. 그래서 북한에 있던 영화시설들은 일찍이 국유화되었는데, 1947년에는 ‘국립영화촬영소’가 건립되었으며, 영화창작과 보급에 이르는 영화사업 전반을 당이 장악했고 영화 예술인들도 당의 지도와 관리를 받았다.
01-“1955년, 만화영화 시험작 제작” 중에서
1961년 2월 15일 자 ≪로동신문≫의 기사에서 장면사진과 함께 더 비중 있게 설명하고 있는 작품은 <신기한 복숭아>다. <신기한 복숭아>는 인형영화로 입체공간에서 인형을 스톱모션 기법으로 촬영하여 제작한 작품이다. 남한의 경우, 1967년에 비로소 인형영화가 제작되고 이후에도 명맥이 제대로 유지되지 못한 반면, 북한은 초기부터 인형영화를 중요시했다. 남한은 상대적으로 만화영화의 제작이 우세한 미국 문화의 영향을 받고 있었는 데 반해, 당시 북한은 인형영화가 활발히 제작되었던 체코를 비롯해 소련이나 다른 동유럽 국가들의 영향을 받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03-“1960년, 북한 최초의 애니메이션” 중에서
북한 애니메이션도 1967년 이전과 이후의 작품 변화가 두드러진다. 물론 1967년 이전에도 북한 애니메이션은 국가의 선전 도구로 인식되어 지원되고 제작되었지만, 이는 전설이나 우화를 사용하여 공산주의적 교훈을 전하는 내용이나 반미와 반제국주의에 대한 내용, 교통질서나 물자보호 등 구소련이나 중국 등의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볼 수 있는 프로파간다 애니메이션과 별반 다르지 않은 작품들이었다.
05-“1967년, 유일사상체제 돌입” 중에서
‘아동영화’라는 단어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듯이, 북한에서 애니메이션의 기본 대상은 아동이다. 여기서 아동은 유치원과 인민학교 어린이들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아동영화의 기본 사명은 어린이들을 김일성의 혁명사상으로 단단히 무장시키고 지덕체를 겸비한 공산주의건설의 후비대로 키우는 것이다. 그러나 1974년 2월 19일에 김일성주의와 주체사상이 공표된 이후에 아동영화의 사명에도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가 추가되었다.
08-“1974년, 주체사상과 아동영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