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모바일게임의 스토리텔링을 살펴보는 것은 디지털 게임이 마주한 변화들을 어떻게 수용하는지를 살펴보는 방법 중 하나다. 디지털 게임에서 모바일게임으로 이어지는 변화는 플랫폼과 플레이어, 게임 텍스트를 통합적으로 조망할 때 온전히 의미를 드러낸다. 몰입의 양상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플레이어를 발견하는 모바일게임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게임의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이 책은 모바일 역할수행 게임과 위치기반 게임을 중심으로 모바일게임의 플랫폼과 플레이어에 나타난 존재론적 변화를 살피고, 구체적인 변화의 양상과 작동 원리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디지털 게임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이어지는 변화의 진원지를 진단한다.
지은이
이진
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조교수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이화여자대학교 디지털 미디어학부에서 “온라인 게임 스토리의 업데이트 양상 연구: 리니지2를 중심으로”(2009)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6년간 케이블 방송 편성PD와 게임기획자, 퍼블리싱PM으로 활동하고, 이화여자대학교 융합콘텐츠학과에서 “디지털 게임의 모빌리티 연구”(2018)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게임사전』(공저, 2016),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이해』(공저, 2015)가 있다. 논문은 “모바일게임 플랫폼에서의 플레이 경험 연구: 발터 베냐민의 산책자 개념을 중심으로”(2018), “포스트휴먼 관점에서 본 위치기반 게임 연구: <인그레스>를 중심으로”(2017), “한국 웹드라마의 스토리텔링 양상”(2015) 등이 있다. 웹 콘텐츠와 트랜스미디어를 키워드로 연구 분야를 넓히고 있다.
차례
모바일게임의 인문학적 지형
01 게임 스토리텔링과 플랫폼
02 지금여기의 세계, 모바일게임
03 모바일게임 스토리텔링의 두 가지 방향
04 산책자로서의 플레이어
05 모바일 역할수행 게임의 스토리텔링
06 위치기반 게임의 스토리텔링
07 수집과 생성의 공간 스토리텔링
08 모바일게임의 크로노토프
09 게임의 일상화, 일상의 게임화
10 모빌리티 패러다임과 게임 스토리텔링
책속으로
플레이어와 체화(embodied)된 관계를 가지는 모바일게임 플랫폼은 게임 플레이가 일어나는 플레이어의 현실 상황과 맥락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존재 기반 플랫폼이다. 이동 중에, 업무를 보며, 친구와 대화를 나누며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은 모바일게임 플랫폼이 플레이어와 체화된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존재 기반 플랫폼에서 플레이어는 완전하고 깊은 몰입이 아닌 일상의 현실과 게임의 가상을 넘나드는 순간적이고 느슨한 몰입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한다.
서문-“모바일게임의 인문학적 지형 ” 중에서
이동하는 플레이어는 이동 중 거주의 양식에 기반한 존재다. 플레이어는 모바일 미디어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가상 세계에 접속한다. 눈 떠서 눈 감기까지 현대인이 좀처럼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스마트폰은 이미 신체에 이식된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플레이어는 모바일 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존재론적 변화를 겪는다. 이동하는 플레이어는 물리 공간과 네트워크 공간의 경계를 배회하면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자신이 원하는 가상 세계에 접속할 수 있다. 이동하는 주체이자 대상인 플레이어는 ‘언젠가ᐨ저기’에 존재하는 게임 플랫폼에 접속하는 사용자가 아니라 ‘지금ᐨ여기’에 존재하는 플랫폼이자 매개가 된다.
02-“지금여기의 세계, 모바일게임” 중에서
산책자가 경험하는 스펙터클이란 전투와 같이 성장을 위한 과정에 해당하는 미시적 상호작용을 배제하고 성장의 결과만을 보여 주는 모바일 역할수행 게임의 플레이어가 경험하는 스펙터클과 유사하다. 구경꾼으로서 모바일 역할수행 게임의 플레이어는 일상과 게임 세계를 오가며 완전한 몰입이 아닌 반(半)몰입의 상태에서 거리감을 유지한다. 언제든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으며 반대로 언제든 게임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04-“산책자로서의 플레이어” 중에서
모바일 역할수행 게임의 공간은 플레이어가 허구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장소가 아닌, 수집과 강화를 위한 계약 관계의 공간이다. 실패와 도전을 오가는 반복 플레이를 통해 획득한 역사적 경험들이 생략되고, 자동 전투를 통해 보상을 즉각적으로 획득하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특정 맵(스테이지) 선택ᐨ보상 획득’의 이원적 루프가 주로 작동하게 된다. 이때 모바일 역할수행 게임의 공간은 결과에만 가치를 두는 현재성의 공간이며, 물질적으로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비장소화의 양상을 드러낸다.
07-“수집과 생성의 공간 스토리텔링” 중에서
이와 같은 현재성을 가지는 모바일게임의 경험은 빌렘 플루서(Villém Flusser)의 기술적 상상이 가정하는 시공간 체험과 인접성을 가진다. 코드화된 세계를 바탕으로 하는 기술적 상상은 끊임없이 현재로 수렴하는 탈역사적 의식이다. 시간은 상대적으로 현재와 관련되어 있으며 현재는 ‘나(내)’가 있는 곳이다. 세계가 나의 여기와 지금 있음으로 인지되고, 나의 관심이 사라지면 그곳은 제한을 받는다. 플레이어를 플랫폼으로 하는 모바일게임은 지금ᐨ여기라는 현재의 공간에서 생성되며 플레이 경험은 끊임없이 현재로 수렴한다.
10-“모빌리티 패러다임과 게임 스토리텔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