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철학자의 어깨 위에서 보다
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안녕하세요. 북레터 인텔리겐치아입니다.
금융위기, 코로나 사태는 현대 문명이 초래한 재앙입니다. 기술은 우리 시대를 이해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기술을 둘러싼 문제는 이 시대의 중심 문제가 되었죠. 그래서 현대 기술철학자들의 사유는 시대의 기준과 방향성을 살필 수 있는 중요한 나침반입니다. 현대 사상가들의 어깨 위에서 세상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폴 비릴리오는 기술과 속도에 대한 비판적 사유로 유명한 사상가입니다. 그는 현대 세계를 분석하기 위해 속도의 개념과 정치, 기술, 전쟁 등의 관계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현대 문명은 ‘속도’로 이전의 문명들과 확실히 구분될 수 있고, 속도가 권력의 근본적인 요소가 되었다고 주장해요.
그는 기술과학의 진리가 기술과학이 실현한 진보보다 그것이 야기한 ‘사고’에 있다고도 말합니다. 그래서 현대는 ‘사고의 시대’라고 말해요. 특히, 예전의 사고는 ‘타이타닉호의 침몰’ 처럼 북대서양이라는 공간에 한정되었지만, 현대는 상호작용, 네트워크, 세계화로 인해 사고의 효과가 공간을 특정할 수 없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다고 말합니다. 금융위기와 코로나19처럼요. 그의 철학을 통해 우리는 현실과 깊이 연결된 수많은 통찰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폴 비릴리오》 배영달 지음
저자는 우리 나라가 전형적인 ‘모빌리티’ 사회이며 우리 사회와 공간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모빌리티 이론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세월호 사고나 메르스 사태도 모빌리티와 연관돼 있으며, ‘모빌리티’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런 사고를 예측하고 예방할 수 없다는 거죠.
이 책은 어리의 대표 저서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그의 주요 개념과 사상을 설명합니다. 존 어리는 사회과학의 새로운 방향인 이동성, 물질성, 수행성, 혼종성, 공간성 담론을 이끈 세계적 석학입니다. 오늘날 사회와 공간은 고정적 고체에서 유동적 액체로 변하고 있으며, 최근에 우리나라와 세계에서 발생한 사건들 대부분은 그러한 변화와 관련된다고 말합니다. 이 책은 현대의 모빌리티 사회와 공간을 이해하는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존 어리, 모빌리티》 이희상 지음
기술철학이 철학의 한 분과로 독자적 지위를 차지하게 된 것은 핵폭탄의 공포에 떨게 된 20세기 중반이었습니다. 핵폭탄이 터진 후, 인간의 삶과 사유는 이전과 같을 수 없었죠. 기술철학은 철학의 막내 분야답게 탐구의 성격과 지향점에 대한 여러 가지 논란을 거치고 있는 중입니다.
랭던 위너는 20세기 전반에 기술철학이 제기한 근본 물음에 천착하면서, 과거와 현재의 여러 기술철학 이론과 관련 담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학자입니다. 기술은 인간됨을 만들어가는 삶의 형식이며, 기술이 정치적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기술의 정치학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죠. 그의 행보는 ‘기술철학의 제자리 찾기’라 말할 수 있어요. 위너에게 기술은 인간의 문제입니다. 기술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조건이 되어야 하니까요.
《랭던 위너》 손화철 지음
과학기술 연구자이자 페미니스트인 로지 브라이도티의 사상을 10가지 키워드로 정리했습니다. 브라이도티는 21세기에 들어선 지금의 세계를 ‘포스트휴먼 조건’ 혹은 ‘포스트휴먼 곤경’으로 진단합니다. 지금까지 세계를 지배한 인간에 대한 두 가지 개념이 파열되고 있다는 건데요. 하나는 유럽 백인 남성이 이상적 모델이라는 개념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이 종으로 우월하다는 개념입니다. 현대 과학과 기술의 진보, 전 지구적 경제 문제는 이 두 개념을 질적으로 전환시키고 있습니다.
이 책이 다루는 ‘포스트휴먼적인 것’에는 인간이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논의와 전 지구적 자본주의와 생명공학이 결합하여 만들어낸 포스트휴먼적 양상에 대한 비판이 같이 들어 있습니다. 포스트휴먼 조건이 제시하는 곤경과 가능성은 무엇인지, 지금 우리 인간에게 필요한 주체성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수동성을 넘어 연대와 책임의 공동체를 생성할 수 있을지.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기 위한 브라이도티의 치열한 사유를 정리했습니다.
《로지 브라이도티, 포스트휴먼》 이경란 지음
돈 아이디는 미국에서 최초의 기술철학서를 출간한 현대 기술철학의 개척자입니다. 그는 기술이 선용, 악용과 무관하게 그 자체로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므로 비중립적이라고 말해요. 이 책은 돈 아이디의 주저인 《기술과 실천: 하나의 기술철학》에서 10개의 주요 키워드를 뽑아 사상의 핵심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목을 보고 알 수 있듯이 ‘실천’을 중시한 철학자고요. 최초로 책을 출간한 사람인만큼 기술철학을 시작하기 위한 용어나 기본 개념을 차근차근 다루고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됩니다.
《돈 아이디》 김성동 지음
컴북스이론총서 시리즈 보기 현대 사상가의 이론을 100여 쪽의 글로 정제했습니다. 사상가의 이론을 가장 폭넓게 살필 수 있는 키워드, 그의 주저를 가장 정밀하게 독해할 수 있는 키워드를 열 개씩 선정해 해설했어요. 인간과 역사, 정치와 경제, 문화와 테크놀로지에 대한 질문과 대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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