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문학이 로망입니다
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안녕하세요. 북레터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영국의 더 타임스에서 영어권의 현역 작가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작품 10편을 꼽으라 한 적이 있어요. 4위 안에 러시아 문학이 3편 들어가 있었습니다. 러시아 문학의 매력이 뭘까요?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푸시킨, 체호프, 레르몬토프를 넘어 솔제니친과 도블라토프까지, 수많은 문호를 배출한 러시아 문학은 누군가에겐 인생의 필독 버킷리스트고, 누군가에겐 문학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용소에 얽힌 짧은 이야기 열네 편을 ‘편집장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실로 꿰었어요. 러시아에서는 수용소를 예술적이고 독특하게 형상화한 ‘수용소 문학’이 발달했습니다. 솔제니친이나 샬라모프 외에도 우리가 잘 아는 도스토옙스키의 ≪죽음의 집의 기록≫도 수용소 문학에서 언급됩니다. 도블라토프의 ≪수용소≫는 이 장르의 계보를 잇는 20세기 작품입니다.
기존의 수용소 문학과 도블라토프 작품의 가장 큰 차이는 그가 ‘수용소’를 삶과 동떨어진 특수 공간으로, 그 속에서 생활하는 죄수들을 특이한 사람들로 취급하기를 거부한다는 것입니다. 단지 일상과 격리되어 있는 공간인 수용소에서,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전제 위에서 이야기가 진행될 뿐입니다. 도블라토프는 이렇게 말합니다. “제 생각에 지옥은 우리 자신들인데 말이죠. (…)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제 관심은 삶이지 감옥이 아닙니다. 그리고 사람이지, 괴물이 아니고요.”
《수용소: 교도관의 수기》 세르게이 도블라토프 지음, 김현정 옮김
장편 소설 《닥터 지바고》로 유명한 러시아 작가 파스테르나크는 원래 시인입니다. 그가 시인으로 인정받은 중요한 작품이 바로 《삶은 나의 누이》예요. 50편의 시가 수록된 시집인데 49편의 시가 10개의 연작시이고, ‘자연’이 모티프입니다. 소설과 서정시 두 장르가 혼합된 시집인데 소설과 같은 스토리라인이 있어요. 작가는 이 시집을 27세에 결투로 요절한 천재 작가 레르몬토프에게 헌정했습니다.
작품들은 은유, 환유 등의 비유법의 사용이 두드러지며 작가 특유의 이미지화, 연상화 기법으로 난해한 것이 특징입니다. 비논리적인 연상, 신조어와 방언을 사용했고 비문법적으로 쓰기도 했어요. 이런 난해성 때문에 러시아에선 각 시별로 ‘포럼’이 구성되어 웹에서 운영될 정도라고 합니다. 이런 책을 한국어로 읽을 수 있다니, 번역자께 새삼 감사하는 마음이 샘솟습니다.
《삶은 나의 누이》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지음, 임혜영 옮김
막심 고리키의 문우이며 신과 혁명에 회의적이었던 염세주의자 레오니트 안드레예프의 중편 소설입니다. 안드레예프는 은화 30냥에 예수를 팔아넘긴 배신자 가룟 유다를 새롭게 해석합니다. 예수의 제자 중 가장 헌신적으로 예수를 사랑했던 사람이라고요. 《가룟 유다》는 유다에 초점을 맞춥니다.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나 예수의 사상과 등장인물들의 심리는 거의 드러나지 않아요. 3인칭 시점을 유지하면서 유다의 생각과 모습, 의도를 드러냄으로써 유다의 배신이라는 행위를 객관화하고 있습니다. 1905년 피의 일요일 이후 배신과 밀고의 문제가 사회에 만연했을 당시 이 작품이 발표되었고, 상반된 평가를 받으며 대중적으로도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성서의 내용과 달리 유다의 모습을 지나치게 부각했다는 비판과, 한층 발전된 작가의 재능이 드러난 작품이라는 상찬을 동시에 받았어요.
《가룟 유다》 레오니트 안드레예프 지음, 이수경 옮김
러시아의 민족시인 알렉산드르 블로크의 대표 시 73편을 선별하여 소개한 시집입니다. 그는 20세기 초 고난에 처한 변혁기의 조국에 대한 연민을 거부하고 러시아는 “사라지지도 몰락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시에 담아냈습니다. 같은 시기 러시아를 대표하는 시인 안나 아흐마토바는 “블로크는 20세기 첫 사분기의 위대한 시인일 뿐 아니라 시대적 인간이고 가장 선명한 시대의 대변자다”라고 평하기도 했어요. 알렉산드르 블로크는 현대 러시아인의 운명을 결정한 변혁의 폭풍우와 혼란스러운 삶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극도의 진정성과 깊이로 표현했습니다.
《블로크 시선》 알렉산드르 블로크 지음, 최종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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