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자평
판타지 웹툰은 초현실적인 상황과 현실의 경계에서 그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일상을 판타지로, 판타지가 일상인 시공간을 창조한다. 이 책은 스낵 컬처가 된 한국 판타지 웹툰 10여 편을 환상성 이론에 근거해서 탐구했다. 이 시대 한국 판타지 웹툰은 피폐한 삶의 탈출구이자 일탈을 통해 힘들고 고단한 현실에 맞서 대항하며 개인의 내밀한 욕망을 마주하거나, 아픔을 치유하는 역할을 한다. 결국 판타지란 인간 본연의 존재 가치를 깨닫게 함과 동시에 인간의 가장 훌륭한 능력을 발현시키는 판도라의 상자 속 마지막 남은 희망과도 같은, 신이 준 최고의 선물이다.
지은이
장은진
문화콘텐츠컴퍼니 Space G 대표이자 동명대학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경상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강사다. 한양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과 영상 콘텐츠를 전공했으며 고려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에서 “한국 TV드라마 신이(神異)캐릭터의 환상성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SBS, KBS, imbc에서 방송작가로 15년간 활동했으며 드라마, 영화, 웹툰 등의 영상 콘텐츠 스토리텔링 연구를 하고 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 애니메이션과 웹툰 서사의 환상성과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축제(공연) 콘텐츠 연구가 주 연구 분야다.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 사무국장을 거쳐 해양대학교, 동명대학교 겸임교수와 동서대학교 BK21 산학협력 전담교수를 역임했으며 부산문화재단 비상임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만화웹툰작가평론선)김수정』(2019), 『(만화웹툰작가평론선)신문수』(2018), 『부산, 스토리갈맷길』(2017), 『지금 스토리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2017)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는 “한·중 인어설화에 현대적 변용과 신화적 상상력-韓 <푸른 바다의 전설>과 中 <미인어>를 중심으로-”(2017), “한국 대중문화에 나타난 사후세계의 환상성-웹툰 <신과 함께: 저승편>을 중심으로-”(2016) 등이 있다.
차례
01 판타지 웹툰의 장르론
02 시공간 초월 판타지: <셜록 옴므>
03 사후세계의 환상성: <죽음에 관하여>
04 해원과 구원의 서사: <묘진전>
05 공포의 공간성: <심해수>
06 타자, 이물과의 소통: <좀비가 되어 버린 나의 딸>
07 비인간계 캐릭터: <계룡선녀전>
08 B급 유머, 전복의 판타지: <선천적 얼간이들>
09 웹툰에 재현된 지역성: , <윌유메리미>
10 포스트 아포칼립스 시대, 판타지 웹툰의 미래
책속으로
Z세대의 또 다른 소비재는 판타지다.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가 세상에 나온 2001년부터 마지막 편인 2011년까지 약 10년간 총 여덟 편의 해리포터를 섭렵한 Z세대는 해리포터뿐만 아니라 <반지의 제왕>(2001), <아바타>(2009), <호빗>(2012) 등 판타지 장르의 유행을 소비하고 경험한 세대다. 이들은 타임슬립과 영웅의 모험과 여정, 판타지 캐릭터, 게임 스토리텔링에 익숙하기 때문에 Z세대를 타깃으로 한 판타지 장르의 유행은 앞으로도 계속 지속될 전망이다.
-‘판타지 웹툰의 장르론 ’ 중에서
시공간 초월 판타지가 결국 말하고자 하는 것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거나 역행함으로써 바꾸고 싶은 과거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크고 작은 실수로 인해 생명을 잃기도 하고, 누군가를 해치게도 하며,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런 후회가 생기지 않도록 과거를 바꾸는 설정은 그로 인해 달라진 현재를 만든다. 그러나 그런 선택은 반드시 대가를 요구한다. 결국 인간은 과거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하거나 자신이 바꾼 과거로 인해 달라진 현재의 상황에 당황한다.
-‘시공간 초월 판타지: <셜록 옴므>’ 중에서
그동안 우리가 보아 온 저승차사의 역할이 죽은 망자를 인도해서 죽음 이후의 세계로 인도하고, 내세에 환생할 수 있도록 잘 이끄는 신적 존재로 묘사됐다면 <죽음에 관하여>에서는 죽음 이후 처음 만나는 절대자의 존재로 기존 관념을 전복시킨다. 일단 이 자의 외형을 보자. 콧수염을 기르고 자유분방한 옷차림을 한, 전형적인 신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이 존재는 스스로를 신, 혹은 절대자라 칭하며 죽은 자들을 맞이한다.
-‘사후세계의 환상성: <죽음에 관하여>’ 중에서
<좀비딸>에는 <트와일라잇(Twilight)>(2008)이나 <웜바디스(Warm Bodies)>(2013) 같은 꽃미남 좀비가 등장하지도, 극적인 장면도 별로 없다. 좀비 서사에 좀비가 없는 것이다. 대신 잔잔한 일상성의 판타지가 존재한다. 효자손을 사용한 무술에 가까운 신기(神技)를 보여 주는 밤순 할머니나 난리통에서도 배낭에 챙겨 데리고 온 고양이 애용이도 꽤 출연 비중이 높다.
-‘타자, 이물과의 소통: <좀비가 되어 버린 나의 딸>’ 중에서
초현실적인 상황과 현실의 경계에서 판타지를 꿈꾸는 대중은 그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판타지가 일상이 되는 시대를 만든다. 판타지 웹툰의 기능은 피폐한 삶과 건조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환상의 세계로 들어갔다 나옴으로써 일상의 중요성을 깨달음과 동시에 힘들고 고단한 현실을 이겨 낼 힘을 얻는 것이다. 판타지 웹툰이 가진 위로와 치유의 기능은 대중문화 속에서 당분간 독자적인 위치를 점유하며 대체물 없이 지속될 것이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시대, 판타지 웹툰의 미래 ’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