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명확하고 간결한’ 여성주의 상담 이론과 실제
이 책은 미국심리학회(APA) 상담 이론 시리즈(Theories of psychotherapy series)의 일부로, 기획자에 따르면 여성주의 상담의 선구자인 저자 로라 브라운은 상담자로서 자신이 쌓은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여성주의 상담의 이론과 실제를 명확하고 간결하게 설명한다. 여성주의 상담이 어떻게 주류 심리 이론을 비판하는 아웃사이더로 시작해 독립적인 이론으로 정립되었는지 설명하며, 이 이론적 모델이 어떻게 광범위한 심리적 문제에 적용되고 현대사회의 사회적 정의와 관련된 이슈에 적절하게 반응하는지 보여 주는 것이다. 또한 현 정치적 맥락에서 여성주의 상담이 어떻게 소외 계층을 지지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지 언급한다. 다양한 사례들은 독자들에게 여성주의 상담이 실제로 어떻게 사용되는지 보여 주며 이를 통해 독자들은 여성주의 상담을 더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이 책은 중요한 이론이자 실천으로서 여성주의 상담이 계속 발전해 나가는 데 큰 공헌을 할 것이다.
여성주의 상담은 시스젠더 여성에 의한, 시스젠더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여성 내담자가 성차별, 성고정관념, 여성혐오를 경험하지 않는 상담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여성주의 상담은 이제 여성, 유색인종, 동성애자나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나 젠더퀴어, 빈곤층, 해고 노동자, 장애인, 이주민, 난민 등 주류 사회에서 ‘외부인’으로 인식되었던 이들의 목소리와 경험을 존중하는 통합적 상담 접근으로 발전했다. 또한 한때는 여성만 여성주의 상담자였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현대 여성주의 상담은 인간의 어려움을 이해하기 위해 젠더, 사회적 위치, 권력 등을 중요한 이슈로 다루는 포스트모더니즘적이고, 진보주의적인 이론이자 실천이다. 시스젠더 여성을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을 억압하는 가부장제의 영향을 이해하고, 그로 인한 고통을 완화하고 성장을 촉진하는 대안적인 전략인 것이다.
여성주의 상담은 당연하게 여겨졌던 모든 것들에 의문을 제기한다
여성주의 상담은 내담자의 성장과 권력을 억압하는 외부 및 내면화된 가부장적 현실을 바꾸기 위해 내담자와 상담자가 상담 전략을 함께 개발한다. 상담은 자칫하면 내담자를 억압하는 또 다른 사회 시스템이 될 수 있다. 기존의 상담은 젠더나 권력에 대한 분석 없이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억압의 구조와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가치를 반영한 주류 문화를 그대로 유지하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여성주의 상담은 사회적 억압에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여성주의 상담은 그동안 상담에서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 즉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 정신병리의 원인, 고통과 증상의 정의, 진단 방식, 상담료 등에 의문을 제기하고 비판하며 단지 비억압이 아니라 자유와 해방을 목표로 나아간다.
200자평
이론이자 실천으로서 여성주의 상담을 명확하고 간결하게 설명한다. 상담실 안팎의 권력 역동과 그 맥락에 관심을 두는 여성주의 상담을 통해 상담자는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와 경험을 중심에 놓고 사회 정의와 관련된 현대 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적절히 다룰 수 있다. 이 책은 여성주의 상담의 핵심을 이해하고 다양한 적용 가능성을 상상하는 데 도움을 준다.
지은이
로라 브라운(Laura S. Brown)
1977년 서던일리노이대학교(Southern Illinois University at Carbondale)에서 임상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79년부터 시애틀에서 임상심리학자이자 범죄심리학자로 활동하고 있다. 서던일리노이대학교, 워싱턴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 등에서 교수로 일했다. 임상심리학 인증 자격 취득자이자 미국심리학회 10개 분과 펠로(Fellow)다. 여성주의 상담 이론과 트라우마 치료에서 업적을 인정받아 여성심리학회 우수출판상(Distinguished Publications Award), 미국심리학회 공공서비스 기여상(Award for Distinguished Professional Contributions to Public Service), 국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연구 협회(International Society for Traumatic Stress Studies)에서 우수 임상학자에게 수여하는 세라 헤일리 기념상(Sarah Haley Memorial Award), 미국심리학회 여성심리분과의 캐럴린 우드 셔리프상(Carolyn Wood Sherif Award)상 등 수많은 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여성주의 상담의 전복적 대화』(2012), 『트라우마 치료에서 문화적 역량(Cultural competence in trauma therapy)』(2008), 『학대 기억의 회상(Recovered memories of abuse)』(1996, 공저) 등이 있다. 미국심리학회 상담 비디오 시리즈(APA Psychotherapy Video Series)의 트라우마 치료와 여성주의 상담 편, 슈퍼비전 비디오 시리즈(APA Supervision Video Series)의 여성주의 상담 편에도 출연했다. 여성주의상담협회 창립 멤버이며 미국심리학회 여성심리 분과, 트라우마 분과, 성적 지향과 젠더 다양성 분과, 워싱턴 주 심리학협회의 회장을 지냈다. 프리몬트 지역사회 상담 프로젝트(Fremont Community Therapy Project)라는 단체를 설립해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심리학과 박사과정 및 박사 후 과정 학생들에게 상담 서비스와 교육을 낮은 비용으로 제공했다. 은퇴를 앞두고 시애틀에서 아내와 함께 살면서 임상심리학과 범죄심리학 실무를 계속 하고 있으며, 평화의 무술인 합기도를 꾸준히 해 2016년에 검은 띠를 받았다.
옮긴이
정애경
경인교육대학교 교육학과 부교수다. 서울대학교 교육학과에서 학사, 석사 학위를 받고 미국 미주리컬럼비아주립대학교(University of MissouriᐨColumbia)에서 상담심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주 연구 분야는 사회 계층을 포함한 사회문화적 맥락이 일 경험과 진로에 미치는 영향, 성소수자 차별, 비임금 노동과 다양한 여성 진로다. 또한 교사교육과 학교 진로교육에서 진로 및 일에 대한 논의를 시민의식과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확장하는 연구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한국 이성애자의 동성애 및 동성애자에 대한 태도: 탐색적 질적 연구”(공저, 2020), “비임금노동이 여성의 삶에 미치는 심오한 영향력: 개관 및 전망(The profound influence of unpaid work on women’s lives: An overview and future directions)”(공저, 2019), “배우자의 비임금노동 참여가 기혼직장여성의 결혼만족도와 일만족도에 미치는 영향”(공저, 2018) 등이 있다.
김은하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다. 성균관대학교 아동학과에서 학사 학위를,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석사 학위를, 오하이오주립대학교(Ohio State University)에서 상담심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다문화 심리 영역에서 문화와 심리장애, 문화 적응, 이민자, 화병 등을 주로 연구해 왔다. 현재 주 연구 분야는 심리적 관점으로 성차별, 성별 갈등, 성소수자 차별, 불공정성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분석하는 것이다. 또한 심리학 연구 주제를 미디어학, 의학, 사회학 등의 분야와 융합하여 연구하는 것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한국 미혼여성을 대상으로 한 결혼에 대한 양가태도 척도 개발 및 타당화”(2019), “일상속 성차별 경험 척도 개발 및 타당화”(2018) 등이 있다.
윤은희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Florida State University) 교육심리 및 학습체계학과 학교상담 및 상담자교육 전공 조교수다. 이화여자대학교 교육학과에서 학사 학위, 서울대학교 교육학과에서 상담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서 상담직으로 일했다. 플로리다대학교(University of Florida)에서 상담 및 상담자교육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2016년 시애틀퍼시픽대학교(Seattle Pacific University)의 학교상담 전공 조교수로 임용되어 3년 동안 재직했으며, 2019년부터 플로리다주립대학교에서 일하고 있다. 주로 성소수자 상담 연구와 사회적 소수자 관련 연구를 하고 있으며, 학교상담, 상담자교육, 다문화상담, 사회정의상담 영역에 관심을 두고 있다. 논문으로는 “초등학교 학교상담자들이 저소득층 아프리카계 여학생들의 수학 및 과학 학습을 어떻게 방해하는가(Exploring how elementary school counselors position low-income, African-American school girls as mathematics and science learners: outcomes of a longitudinal study)”(공저, 2020), “적극적 옹호 상담을 통한 성소수자 청소년의 건강한 정체성 촉진(Promoting identity wellness in LGBTGEQIAP+ adolescents through affirmative counseling)”(공저, 2020), “한국 이성애자의 동성애 및 동성애자에 대한 태도: 탐색적 질적 연구”(공저, 2020), “한국 상담자의 LGBT 내담자 상담역량 척도 개발 및 타당화”(공저, 2020), “성소수자 내담자 대상 상담에서 상담자가 인식하는 어려움과 도움 요인”(공저, 2020) 등이 있다.
이지연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심리 전공 교수다. 미국 퍼듀대학교(Purdue University)에서 상담심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뉴욕 주에서 임상심리학자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주 연구 분야는 인간의 심리 이해에서 개인의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며, 특히 문화적 맥락과 애착 관계의 상호 작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에는 소셜미디어를 가상의 상호 작용을 촉진하는 독특한 맥락으로 간주하여 여성 문제에 중점을 두고 웹 기반 상호 작용으로 연구 관심을 확대했다.
차례
서문
이 책을 미국심리학회 영상 자료와 함께 사용하는 방법
1. 서론
여성주의 상담은 시스젠더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2. 역사
여성주의 상담의 기원
여성주의 상담의 발전에 대한 임상적 기여
여성주의 상담의 발전 단계
여성주의와 여성주의 상담의 부상
3. 이론
여성주의 상담의 목표
힘의 다양한 면모들
가부장제와 무력화: 스트레스의 원인
여성주의 상담의 핵심 개념
해방과 변혁으로의 초대
우리의 힘을 인정하고 책임지기
젠더와 사회적 위치에 대한 분석
젠더에 따른 사회적 위치
고통, 역기능, 저항: 여성주의적 진단
고통과 역기능의 병인
고통의 여성주의적 구성
저항으로서 ‘증상’
규준적 패러다임으로서 교차적 정체성
요약
4. 상담 과정
신체적 개입
심리사회적 개입
신체, 개인 내 · 정신, 대인관계 · 사회 맥락과 의미 영역의 통합: 하이디 사례
여성주의 상담 적용의 어려움
5. 평가
근거 기반 여성주의 상담
독자적 모형으로서 여성주의 상담
경험적으로 증명되는 관계 패러다임으로서 여성주의 상담
여성주의 상담은 어디서, 누구에 의해 이루어지는가?
어려운, 아마도 파괴적일 수도 있는 대화: 내담자와 내담자가 속한 맥락에서 발생하는 어려움
다양성과 여성주의 상담
우머니스트, 무헤리스타 모델
6. 여성주의 상담의 미래
조직 그리고 자격 증명 문제
통합적 상담 모델로서 여성주의 상담
사회정치적 맥락 변화가 미치는 영향
여성주의 상담의 다음 세대
자기 대상화 이론: 내재화된 혐오적 억압에 관한 모델
여성주의 실천에 남성이 미치는 영향
포스트 여성주의가 아닌, 포스트모던
계속되는 질문: 상담은 정말 여성주의가 될 수 있는가?
7. 요약
핵심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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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찾아보기
책속으로
여성주의 상담의 시각에서 가부장제는 대부분의 인간 삶에 영향을 미치며, 비의도적인 동시에 의도적이고 체계적이며 구조적인 방식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을 무력화하므로 가부장제 패러다임에서 ‘힘 있는 사람’은 전적으로 이상적이며 현실화되기 어렵다. 그러나 여성주의 상담 이론은 가부장적 현실의 제약 속에서도 그러한 무력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성주의 상담 이론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스스로 권력을 되찾을 수 없으며 그저 체념하고 21세기판 ‘빵과 서커스’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문화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이 가부장제의 무력화 전략 중 하나라고 본다. 위계의 불가피성, 실질적인 사회 변화의 불가능성, 젠더 등 사회적으로 구성된 역할이나 관계의 불변성을 강조해 개인의 힘을 앗아 가는 이 거대한 메시지는 가부장제를 통해 전달되며, 사회적으로 무기력한 체념 상태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여성주의 상담은 상담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더 많은 힘과 더 해방적인 삶을 모색할 수 있는지 알아차리도록 함으로써 무기력한 체념 상태를 해석하고 전복한다.
– 64∼65쪽
한 사람이 느끼는 고통은 정신병리가 아니라 더 힘 있는 개인으로 나아가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아야 하고, 그 사람 안에 이미 존재하고 활동하는 잠재 능력의 증거로 이해해야 한다. 권력 강화의 첫 번째 단계는 ‘고통’을 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구의 신호로, 단순히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신호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 70쪽
자신의 특권에 대한 알아차림은 상담을 포함한 사회적 관계 안에서 힘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모든 사람은 상호 교차되는 다양한 정체성을 갖기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은 특권과 특권의 부재가 혼합된 경험을 한다.
– 77쪽
상담 과정에서 개인은 해로운 정서적, 심리사회적, 영적 환경에 노출되어 발생한 여러 문제들을 다루지만 여성주의 상담자는 언제나 내담자 문제의 궁극적인 외부 근원으로서 가부장제 맥락과 그 힘에 대해 설명하고 그것을 다룬다. 외부의 압력을 자신의 문제로 전환해 고통받던 개인은 문제와의 관계를 변화시킬 힘이 자신에게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힘을 되찾는다. 내담자가 가진 문제의 근원을 외부화하는 작업은 고통을 겪는 이들의 어깨에서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강력한 사회적 힘으로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해로운 사회적 힘의 영향을 자신의 약함과 무능함 혹은 수치스러운 개인적 특성으로 내면화해 왔던 것을 무너뜨린다. 그 결과, 여성주의 상담은 내담자에게 권력을 부여하고 내담자를 해방시킨다.
– 123쪽
여성혐오자들의 인터넷 선동과 성차별,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위협적인 소셜미디어 포스팅, 지난 수십 년 동안 얻어 낸 권리의 급속한 상실이라는 맥락 속에서 여성주의 실천은 여성주의 상담자들에게 사람의 고통을 이해하기 위한 정치적 분석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상기할 뿐이다.
– 22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