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안녕하세요. 북레터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인공지능 판사가 법원에 도입될 거라는 소식 들어 본 적 있으시죠? 아직은 ‘형량 판단기’ 정도라고 하는데요, 전 법이 이렇게 빨리 알고리즘으로 변환될 수 있는 영역이었나 싶어 놀라웠습니다. 오늘은 법이 철학, 역사, 문화, 경제 등 모든 영역이 종합된 인간 정신의 유산임을 증명하는 책들을 소개합니다.
이 변화는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가?
미국 헌법은 건국 선조들이 제정한 신성한 문서라는 것이 미국 헌법에 대한 전통적인 해석입니다. 1935년에 출간된 이 책에서 찰스 비어드는 전통적인 해석을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동산 소유자와 채권자 이익집단, 그리고 소농민과 채무자 이익집단 간 대립의 결과, 동산 소유자와 채권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제적 문서가 미국 헌법이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추정이 아닌 수많은 관련 인물의 경제적 배경을 세밀하게 추적하여 결론을 끌어냈고, 이를 통해 새로운 연구방법과 서술기법을 역사학도들에게 제시했습니다. 이 책은 출간 이후 미국사와 미국 법조계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으며, 끊임없이 논쟁의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영국은 자국의 정치 체제와 헌정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데 공식 헌법전이 없습니다. 그래서 헌법 해설가가 유별난 권위를 지니지요. 이 책은 그중에서도 최고로 인정받는 유명한 분석서인데, 월터 배젓은 ‘가장 위대한 빅토리아인’으로 칭송받을 정도로 당대의 영국에 대단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는 빅토리아 여왕을 ‘은둔 중인 미망인’ 왕세자를 ‘무직인 젊은이’라고 칭했고, 국왕의 역할이 감성적 측면에 한정되며 실제 권력은 미미하다고 결론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의 저술이 단순한 법 해설서가 아님을 아시겠죠? 대통령제와 내각제의 대비, 의회 작동에서 관건이 되는 요소들, 여론과 언론의 기능, 국민의 정치의식과 정치제도의 관계 등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사항들을 날카롭게 논의하고 있는데, 저자의 필력이 더해져 재미있기까지 합니다.
법가 사상을 집대성한 고전 중의 고전입니다. 진시황은 이 책을 통치의 근간으로 삼아 중국 최초의 통일 왕조를 건설했고, 한비를 얻기 위해 한나라를 침략한 바 있지요. 삼국시대의 유비는 임종 전 제갈량에게 남긴 글에서 반드시 이 책을 아들에게 읽히라고 당부했습니다. 《한비자》는 중국 역사에서 군권을 옹호하고 신민을 통치하는 데 사상적, 철학적 이론을 제공해 왔어요. 법·통치술·권세를 유기적으로 결합한다는 그의 사상은 훗날 중국의 통치자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고, 지금도 통치와 리더십의 고전으로 널리 읽히고 있습니다.
헤겔의 실천적 문제의식을 체계적이고 총체적으로 보여 주는 저술로 평가받습니다. 나폴레옹이 몰락한 이후 독일이 보수와 진보 어느 쪽의 태도를 취할지 갈등했던 배경에서 집필되었고요. 헤겔은 이런 상황에서 독일이 어떤 헌법을 가져야 하고 어떻게 법을 성문화해야 하는지 정리했습니다. 특히 고대의 실체적 세계관과 근대의 주체적 세계관을 변증법적으로 매개해서 철학사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얻게 되었어요. 이 책은 플라톤의 《국가》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칸트의 《실천이성비판》과 더불어 정치철학과 도덕철학의 고전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