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일상툰을 발명한 고양이 작가 스노우캣
‘스노우캣’은 캐릭터 이름이자 그 캐릭터를 탄생시킨 작가 이름이기도 하다. 뾰족한 귀, 동그란 눈, x자로 표현된 고양이 캐릭터, 언뜻 보면 이렇게 단순한 그림으로 어떻게 다양한 표정을 그려낼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더군다나 이 고양이는 자폐적인 세계에 빠져 있고 매사 무기력하며 취향이 까다롭다. 그런데도 20년 넘게 많은 사람들의 소소하지만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초기 웹툰들의 주요한 특징이었던 일상툰은 스노우캣(본명 권윤주)의 발명품이다. 그는 1998년 2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웹툰 활동을 시작했다. 그때 자신의 페르소나로 택한 것이 ‘스노우캣’이었다. 그 이후 작가 권윤주는 ‘권윤주’로 불리기보다는 스노우캣으로 불리며, 스노우캣으로 살아왔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은 곧 작가의 삶이다.
문화평론가인 저자 송경원은 “스노우캣에 대한 분석은 작가가 그린 그림과 글뿐만 아니라 그녀의 삶에 대한 태도와 독자들의 반응까지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판단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1장은 스노우캣 현상이 왜 오늘날의 관점에서 전위적인가를 논했고, 2장에서는 스노우캣을 일상툰이 아니라 공감툰으로 불러야 하는 이유와 그에 대한 정치적 의미, 3장에서는 우울의 서사임에도 스노우캣이 선망 받는 이유를 살폈다. 4장에서는 그 우울함의 미학 안에 발견되는 긍정적인 주체에 대해 작품론으로 접근해 보았다. 5장에서는 도상학적 관점에서 스노우캣 그림체에 대한 분석을 시도했고, 6장에서는 스노우캣의 대표적인 유행어 귀차니즘의 의미에 대해 살펴보았다. 7장에서는 스노우캣이 물건과 맺는 특이한 관계 방식에 대해, 8장에서는 또 다른 유행어인 카페놀이의 의미에 대해 나름의 부연을 해 보았다. 9장은 스노우캣의 반려종 옹동스와 그를 응원하는 독자들에 대해 썼다. 10장은 작가와 페르소나가 일치하는 일의 의미와 문제점을 서술했다.
스노우캣은 2000년대 초 캐릭터 산업의 붐 이후 서사 없이 일관된 캐릭터성을 유지하며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거의 유일한 캐릭터다. 이 책을 통해 그 비결은 무엇이고, 캐릭터의 작가주의란 과연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볼 수 있다.
200자평
스노우캣은 다소 우울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튀지 않고 소소한 일상을 중계해 온 탓에 한국에서 가장 장수하며 사랑받는 캐릭터이자 웹툰이라는 사실이 종종 망각되는 작가다. 또한 작품과 작가의 구분이 큰 의미가 없는 일상툰/공감툰의 최초 발명가다. 귀차니즘, 혼자놀기, 카페놀이 등등을 유행시키기도 했다. 특정 플랫폼 안에서의 활동과 독자적인 블로그 운영을 병행하고 있으며, 여전히 자신의 미적 스타일과 독립성을 지켜내고 있는 작가다. 팬덤 역시 소소하면서도 길게 유지된다는 점에서 강력하다고 평가받는다.
지은이
오영진
한양대학교 에리카 한국언어문학과 겸임교수다. 한양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과를 전공했고, 한국 현대시를 전공해 석사를 받았다. 2014년 잡지 ≪쿨투라≫에 문화평론가로 데뷔했다. 이후 문학과 문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글을 써 왔다. 주요 논문으로는 “컴퓨터게임과 유희자본주의”(2016), “공감장치로서의 VR”(2017)가 있다. 『한국 테크노컬처 연대기』(공저, 2017), 『81년생 마리오』(공저, 2017), 『금지된 것들의 작은 역사』(공저, 2018) 등을 집필했다. 인문학협동조합의 3기 총괄이사와 총무이사를 역임했으며 2015년부터 한양대학교 에리카 교과목 ‘소프트웨어와 인문비평’을 개발하고 ‘기계비평’의 기획자로 활동해 왔다. 컴퓨터게임과 웹툰, 소셜 네트워크 등으로 대변되는 디지털 문화의 미학과 정치성을 연구하고 있다. 시리아 난민을 소재로 한 웹반응형 인터랙티브 스토리 <햇살 아래서>(2018)의 공동개발자이기도 하다.
차례
스노우캣과 사귄 지 벌써 20여 년째
01 문화적 전위로서 스노우캣
02 공감툰: 중계되는 작가의 삶
03 스노우캣, ‘우울의 리더십’
04 지우개론: 지워지지만 새로 태어나는 자아
05 상자의 미학
06 귀차니즘의 대가
07 상품과 취향의 세계
08 카페놀이의 의미
09 랜선고양이 나옹/은동과 함께 살아가기
10 작가가 자신의 페르소나로서 살아가는 법
책속으로
초기 웹툰들의 주요한 특징이었던 일상툰은 스노우캣의 발명품이다. 그녀는 ‘일상’을 단지 우스개 소재가 아닌, 무의미한 것들의 반란을 꾀하는 장소로 취급한다. 자신의 삶을 작품 안에 완전히 녹여 청명하게 독자에게 보여 주는 일을 통해 독자와 같은 타임라인을 공유하고 작가와 독자가 같은 장소에 있다는 느낌을 강화한다.
_ “스노우캣과 사귄 지 벌써 20여 년째” 중에서
김규항은 가장 무정치적인 스노우캣이야말로 급진적인 정치적 수사를 구사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혼자놀기는 자폐적인 행위가 아니라 기존의 관습에 대한 고의적인 무시이며 놀이의 형식을 띠기에 더욱 파괴력이 있다는 해석이다.
_ “01 문화적 전위로서 스노우캣” 중에서
우울의 공유라는 관점에서 보면 으뜸의 캐릭터가 스노우캣이다. 소소한 일상의 발견이나 귀차니즘으로 표현되는 게으름 부리기를 제외하면 스노우캣의 질문은 언제나 자기 자신에 대한 무력감, 대상을 알 수 없는 상실감 토로로 가득 차 있다.
_ “03 스노우캣, ‘우울의 리더십” 중에서
귀차니즘은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거부하는 선언이자, 하나의 주의 주장이다. 그것은 게으름에 대한 자기변호이기 이전에 근면함이라는 병에 맞서 안함을 하겠다는 선전포고와 같은 것이다.
_ “06 귀차니즘의 대가” 중에서
스노우캣은 2014년부터 옹동스라는 웹툰으로 독자들과 교신하기 시작했다. 옹동스는 나옹과 은동의 마지막 자구를 딴 제목이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것은 나옹과 은동의 티격태격하는 관계나 그들의 성격을 이해해 나가는 과정에도 있지만 옹동스에 의해 주인공인 스노우캣이 스스로 변화하는 과정에 있다.
_ “09 랜선고양이 나옹/은동과 함께 살아가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