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2인극은 의사소통의 최소단위인 단 두 명만이 무대에 올라 극을 끌어간다. 2인이라는 제한된 등장인물로 갈등 구조를 선명히 드러내야 한다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단 두 사람이 무대 위에서 만들어 내는 극적 긴장에 매력을 느끼며 호응하는 관객의 요구와 함께 2인극에 대한 창작자와 배우들의 선호 또한 커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 20년간 2인극 공연 활성화에 기여해 온 ‘월드 2인극 페스티벌’이 올해 20주년을 맞아 국제 퍼포밍 아트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한다. 지난 20년간 2인극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던 300여 편이 넘는 창작극 가운데 20편을 정선해 ≪창작 2인극 선집≫으로 선보인다.
선욱현의 <카모마일과 비빔면>
관우의 카페에 늦은 밤 유인이 손님으로 찾아온다. 밥을 달라는 유인에게 비빔면을 끓여 대접한 인연을 시작으로 몇 번의 단속적인 만남 이후 두 사람은 결혼까지 하게 된다. 관우는 유인과의 첫만남부터 결혼 이후 현재까지 사랑과 증오로 얽힌 애정사의 비하인드를 들려준다. 제12회 2인극 페스티벌 작품상 수상작이다.
김성환의 <오늘, 식민지로 살다>
해방 없이 현재까지 일제 강점이 계속되었다는 가정 속에 일본 황국신민으로 충실한 삶을 살아온 노다와 우연히 조선어와 조선의 역사에 대해 알게 된 경성제국대학교수 야스다가 설전을 벌인다. 고유의 언어와 역사, 문화를 빼앗긴 시대를 제시하며 노다와 야스다의 싸움이 현재 우리의 싸움이기도 함을 역설하고 있다. 제13회 월드 2인극 페스티벌 작품상 수상작이다.
차근호의 <Mr. 쉐프>
국내 최고의 이탈리안 요리사 ‘미스터 쉐프’는 보조 요리사로 전통 있는 이탈리아 요리학교 출신의 윤아를 채용한다. 정통을 고집하는 미스터 쉐프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요리를 시도하려는 윤아가 치열한 갈등을 그렸다. 한 치의 양보 없이 팽팽하게 이어지던 두 사람의 갈등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제13회 2인극 페스티벌 작품상 수상작이다.
이선희의 <헤드락>
프로 레슬러 춘설은 경기 도중 다리에 부상을 입근 채 고향 집을 찾는다. 아버지 중달은 따뜻한 밥상을 차려놓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서로에 대한 애정과 걱정이 마음 가득이지만 만나면 늘 티격태격인 아버지와 딸이다. 진정한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제14회 2인극 페스티벌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차현석의 <흑백다방>
주인이 심리 상담을 해 주는 것으로 유명한 ‘흑백다방’에 손님이 찾아온다. 손님의 부탁으로 상담이 진행되고 이를 계기로 흑백다방 주인은 잊고 지냈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다. 제14회 2인극 페스티벌 작품상, 희곡상 수상작으로 이후 수없이 재공연되어 올해 400회째 무대에 오른 작품이다.
200자평
‘월드 2인극 페스티벌’이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극적인 탐구’를 목적으로 한 2인극 페스티벌은 지난 성과를 바탕으로 2020년 세계인과 공연 예술로 소통하는 국제 퍼포밍 아트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한다. ‘월드 2인극 페스티벌’의 20주년을 기념해 지난 20년간 2인극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던 공모작 가운데 우수작 20편을 선별해 엮었다. 2인극만의 재미와 감동으로 초연 이후 꾸준히 재공연되고 있는 창작 2인극 작품들을 드디어 대본으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지은이
선욱현은 극작가이자 배우, (사)한국극작가협회 이사장, (재)춘천인형극제 예술감독이다. 1995년 ≪문화일보≫ 하계문예 희곡 <중독자들> 당선되며 등단했다. (사)서울연극협회 부회장 역임(2010∼2012), 극단 필통 창단 및 대표 역임(2007∼2013), (재)강원도립극단 예술감독 역임(2014∼2018)했다. 2018년 (사)한국극작가협회에서 수여하는 ‘제1회 대한민국 극작가상’ 수상, 2017년 원작 희곡 <돌아온다>가 제41회 몬트리올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금상 수상, 2016년 제4희곡집 ≪돌아온다≫ 세종도서 문학나눔 도서 선정, 2015년 제36회 서울연극제 <돌아온다>(극단 필통 제작) 우수작품상 수상, 2012년 제12회 2인극 페스티벌 <카모마일과 비빔면> 작품상 등을 수상했고, 그 외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대산창작기금 수혜자로 선정되었다. 주요 발표 희곡으로는 <돌아온다>, <의자는 잘못 없다>, <황야의 물고기>, <절대사절> 등 다수가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선욱현 희곡집 1 ≪피카소 돈년 두보≫(2003, 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 선욱현 희곡집 2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2008, 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 선욱현 희곡집 3 ≪해를 쏜 소년≫(2011, 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 선욱현 희곡집 4 ≪돌아온다≫(2015, 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 선욱현 희곡 ≪허난설헌≫(2016, 도서출판 평민사) 등이 있다.
김성환은 극단 민예 상임연출이다.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연극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일반대학원 연극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꽃신‐구절초>, <템프파일>, <오늘, 식민지로 살다>, <페이크(Fake)>, <체크메이트>, <작은집(Casula)>, <유, 햄릿> 외 다수가 있다. 주요 수상 이력으로는 2019년 <꽃신‐구절초>(극작, 연출)로 제16회 고마나루 전국향토연극제 대상 수상, 2018년 <템프파일>(연출)로 제6회 서울 연극인대상 대상 수상, 2013년 <오늘, 식민지로 살다>(극작, 연출)로 제13회 2인극 페스티벌 작품상 수상, 2009년 <템프파일>(연출)로 (사)한국소극장협회 D-FESTA 금상 수상 등이 있다.
차근호는 1972년 경기도 의정부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 극작과와 공연창작학부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문학 석사를 받았다. 199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희곡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대표작으로는 <조선제왕신위>, <사랑의 기원>, <루시드 드림>, <세기의 사나이> 등이 있으며 희곡집 ≪조선제왕신위≫, ≪루시드 드림≫, ≪로맨티스트 죽이기≫를 출간했다.
이선희는 서울예대 극작과를 졸업했고 한국문화예술진흥원 공연예술아카데미 연기반을 수료했다. 2014년 제14회 2인극 페스티벌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고 2012년 아르코 공연예술인큐베이션 차세대예술가 인큐베이팅 희곡 작가 부문에 선정되었다. 주요 작품으로는 <행복>, <보고싶습니다>, <종일본가>, <달봉이(조달구계봉순철이)>, <옥이가 오면>, <퇴계연가… 꽃은 떨어져도 봄은 그대로 있다>, <필근이 온다>, <모두 잘 지냅니다> 외 다수가 있다.
차현석은 극단 후암 대표이며 영국극작가협회 회원(THE SOCIETY OF AUTHORS)이다. 주요 연극 작·연출 작품으로는 <흑백다방>, <자이니치>, <칸사이 주먹>, <코리아 특급>, <20세기 작가>, <미디어 콤플렉스> 외 다수가 있다. 주요 오페라 연출 작품으로는 <라 트라비아타>, <마술피리>, 창작 오페라 <카르마> 외 다수가 있다. 2013년 대한민국 연극대상 신인 연출상, 서울 연극인 대상 우수상, 2014년 월드 2인극 페스티벌 작품상, 희곡상, 2015년 동경 타이니 앨리스 페스티벌 특별상, 2016년 월드 2인극 페스티벌 베스트라이터상 등을 수상했다. 올해 400회 공연을 맞은 <흑백다방>은 2016년 뉴욕, 터키 초청 공연(한국어)을 시작으로 2017년 에든버러 공연(한국어), 2018년 도쿄 시모키타자와 교토, 마츠모토, 카나자와 초청 공연, 2018년 런던 및 에든버러 코리아 시즌 초청 공연(한국어, 영어), 2019년 교토대학 초청 공연(일어), 2019년 에든버러 코리아 시즌 초청 공연(영어) 등 해외에서도 수차례 공연되었다. 그 밖에도 <칸사이 주먹>이 2018년 도쿄 시모키타자와 교토, 마츠모토, 카나자와 초청 공연(일본어), <20세기 작가>가 2019년 교토대학 초청 공연(한국어)으로 일본에 소개되었다.
차례
카모마일과 비빔면 / 선욱현 지음
오늘, 식민지로 살다 / 김성환 지음
Mr. 쉐프 / 차근호 지음
헤드락 / 이선희 지음
흑백다방 / 차현석 지음
목록
창작 2인극 선집 1
창작 2인극 선집 2
창작 2인극 선집 3
창작 2인극 선집 4
책속으로
관우 : 상처. 우린 살아가며 누구나 크고 작은 상처를 입습니다. 몸에 또는 마음에. 피해 갈 수 없죠. 그중엔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도 있습니다. 몸에 상처 하나씩은 있죠? 안 지워지는 거요. 전 여기… (손가락에 상처 하나 보여 주며) 작게, 베인 자국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친구와 장난치다가 면도칼에 베인 자국인데 아직까지 사라지질 않고 있습니다. 이런 건 평생 갈 거 같죠? 사랑도 비슷한 거 같습니다. 내 몸에, 그리고 그 사람 몸에 새겨지는 상처. 전 지금 제 나이에서 사랑을 얘기하고 있는 겁니다. 여러분이 느끼는 사랑이란 단어와는 조금 차이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아니, 왜 오는 걸까요? 어디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서 우릴 마취시키고 최고의 행복감을 느끼게 해 주고, 그런 다음 우리에게 상처를 입히는 걸까요?
-5쪽, <카모마일과 비빔면> 중에서
야스다 : (결심하고) 조선의 문화와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조선의 말과 글 역시 되살려야 합니다.
노다 : 아녀자들이나 천민들이 사용하던 천박한 글을 왜 알아야 한다는 거요?
야스다 : 말과 문자를 알면 반도의 문화와 전통을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120쪽, <오늘, 식민지로 살다> 중에서
여자 : 조금 과장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제 마음은 진실합니다. 쉐프님하고 같이 일할 수 있다면 뭐든 할 준비가 되어 있어요.
쉐프 : 나랑 일한다고? 이윤아 씨가 그렇게 대단한 요리사인지 몰랐네.
여자 : 죄송합니다. 제 말뜻은 그게 아니라. 쉐프님을 믿고 따르고 배우겠다는 뜻이에요. 쉐프님께 헌신하는 보조가 되겠습니다.
쉐프 : 헌신?
여자 : 모든 걸 바쳐서요.
쉐프 : 증명해 봐.
여자 : 어떻게요?
쉐프 :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안 되지. 안 그래?-117쪽, <상선> 중에서
-172쪽, <Mr. 쉐프>
춘설 : 어? 아부지.
중달 : (눈을 못 뜬 채로) 음.
춘설 : 눈 좀 떠 보이소. 아부지.
중달 : 와. 씻기 주다 말고… 아이고, 눈 맵다.
춘설 : 아차차. (물로 헹궈 주며) 댔제? 떠 보이소, 아부지.
중달 : (눈을 보곤) 이기 뭐꼬?
춘설 : 눈이네, 눈. 우리 아부지 싫어하는 눈.
중달 : 내가 언제 눈이 싫다캤노! …. 빙판길이 싫다캤지.
춘설 : 치… 쌓일라는가…
중달 : (깁스 한 팔을 보며) 내는 또, 당분간 자체적으로다가 외출 금지다. 우리 집은 다 넘어져가 끗발이 안 좋았다.
-316쪽, <헤드락> 중에서
다방 주인 : 어떻게… 커피 맛은 괜찮습니까?
손님 : 아… 달콤… 쌉쌀? 향이 좋네요.
다방 주인 : 그렇죠? 그게 바로 블랙커피와 하얀 설탕의 조화 아니겠습니까?
손님 : 네…. (다방 주인의 찻잔을 가리키며) 선생님. 커피 잔 모양이 예쁘네요.
다방 주인 : 이거요? 제 죽은 아내가 즐겨 쓰던 잔이었습니다.
손님 : 참 예쁘네요. 진짜 예뻐요…
-336쪽, <흑백다방>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