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2인극은 의사소통의 최소단위인 단 두 명만이 무대에 올라 극을 끌어간다. 2인이라는 제한된 등장인물로 갈등 구조를 선명히 드러내야 한다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단 두 사람이 무대 위에서 만들어 내는 극적 긴장에 매력을 느끼며 호응하는 관객의 요구와 함께 2인극에 대한 창작자와 배우들의 선호 또한 커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 20년간 2인극 공연 활성화에 기여해 온 ‘월드 2인극 페스티벌’이 올해 20주년을 맞아 국제 퍼포밍 아트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한다. 지난 20년간 2인극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던 300여 편이 넘는 창작극 가운데 20편을 정선해 ≪창작 2인극 선집≫으로 선보인다.
한민규의 <진홍빛 소녀>
대학교수 이혁은 피아니스트 아내가 연주회 때문에 집을 비운 사이 과거 고아원에서 만난 은진과 재회한다. 17년 전 방화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어 무기수로 수감 중이던 은진의 갑작스런 방문은 평화롭던 이혁의 삶에 파문을 일으키고, 17년 전 사건의 진실이 서서히 드러난다. 제15회 2인극 페스티벌 작품상을 수상했다.
김민정의 <고사>
굳게 닫힌 건물 안, 주진우와 김팀장은 강렬한 폭발음이 있었던 어느 날 이후 직장 건물에 갇혀 하염없이 구조를 기다린다. 창밖에는 마른 나뭇잎만 보일 뿐이다. 기다림에 지쳐 갈 때쯤, 건물 바깥에서 인기척이 들려온다. 제15회 2인극 페스티벌 희곡상 수상작이다.
신은수의 <영웅의 역사>
1979년 10월, 일본의 변호사 하야토는 과거 김구가 일본인 상인을 명성황후 시해범으로 착각해 살해한 일을 두고 그 잘못에 책임을 묻기 위해 서울을 방문한다. 정부는 하야토를 저지하기 위해 중앙정보부 소속 조남택에게 일을 맡긴다. 영웅이란 성역을 역사적 진실이란 창으로 뚫을 수 있을지 묻는다. 제15회 2인극 페스피벌 작품상을 수상했다.
이시원의 <시계가 머물던 자리>
낡은 시계방에서 소현은 홀로 치매를 앓는 아버지를 모시고 있다. 아버지를 요양원에 모시기 위해 8년 만에 동생 은수가 찾아오고, 두 사람은 시계방을 정리하면서 아버지 때문에 힘들었던 유년기의 추억들도 하나둘 정리해 간다. 제16회 2인극 페스티벌 공식 초청작으로 무대에 올랐다.
임정은의 <그렇게 산을 넘는다>
아빠와 아들이 산행을 한다. 산행은 둘의 오랜 약속이었다. 가파른 절벽을 오르며 둘은 서로를 찾아 헤매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장난도 치면서 둘만의 시간을 보낸다. 세월호 참사 이후 여전히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제16회 2인극 페스티벌 대상 수상작이다.
200자평
‘월드 2인극 페스티벌’이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극적인 탐구’를 목적으로 한 2인극 페스티벌은 지난 성과를 바탕으로 2020년 세계인과 공연 예술로 소통하는 국제 퍼포밍 아트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한다. ‘월드 2인극 페스티벌’의 20주년을 기념해 지난 20년간 2인극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던 공모작 가운데 우수작 20편을 선별해 엮었다. 2인극만의 재미와 감동으로 초연 이후 꾸준히 재공연되고 있는 창작 2인극 작품들을 드디어 대본으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지은이
한민규는 극단 혈우(현재극단 M.Factory) 대표다. 주요 수상 및 선정 경력으로는 2020년 제주신화 콘텐츠 스토리 공모전 대상 수상(<용의 아이>), 2019년 강원도립극단 창작희곡공모 당선(<월화>), 2019년 제4회 청소년을 위한 공연예술축제 대상 수상(<기적의 소년>), 2017년 대전창작희곡공모 우수상 수상(<최후의 전사>), 2017년 한국문인협회 월간문학 희곡부문 신인작품상 수상(<마지막 수업>), 201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연극 부문 올해의 신작 최종 당선(<혈우>),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AYAF 문학-희곡 부문 차세대예술인력육성사업 차세대예술가 선정(<누가 그들을 만들었는가>), 2015년 제15회 2인극 페스티벌 작품상 수상(<진홍빛 소녀>), 2014년 제14회 2인극페스티벌 희곡상 수상 (<잠수괴물>) 등이 있다. 주요 공연 작품으로는 <월화, 신극 달빛에 물들다>, <혈우>, <진홍빛 소녀>, <최후의 전사>, <잠수괴물> 외 다수와(이상 작가 대표작), <보들레르>, <기적의 소년>, <마지막 수업>, <누가 그들을 만들었는가> 외 다수가(이상 작·연출 대표작) 있다.
김민정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전문사 극작전공을 졸업했다. 주요 수상 경력으로는 2007년 한국연극베스트7(<해무>), 2014년 서울연극인 대상 극작상(<가족왈츠>), 2014년 창작산실 대본공모 우수작 당선(<하나코>), 2015년 제15회 2인극 페스티벌 희곡상 수상(<고사>), 창작산실 오페라 시범공모 우수작 제작 지원 선정(<붉은 자화상>) 등이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해무>, <가족왈츠>, <십년 후>, <나, 여기 있어>, <너의 왼손>, <일물>, <이혈>, <고사>, <하나코>,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 <시간을 칠하는 사람> 외 다수가 있다.
신은수는 200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당선되었다. 그 외 주요 경력으로는 2008년 거창국제연극제 세계초연희곡공모 대상 수상, 2009년 옥랑희곡상 수상, 2011년 명동예술극장 창작팩토리 연극대본 공모 선정, 2014년 명동예술극장 공연예술창작산실 연극대본 공모 선정, 2016년 전국창작희곡공모전 대상 수상, 2017년 통영연극예술축제 창작희곡공모 희곡상 수상, 202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연극대본 공모 선정 등이 있다.
이시원은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녹차정원>, <천국에서의 마지막 계절>, <좋은 하루!>, <8월의 축제>, <내 심장의 전성기>,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 <이 세상 마지막 데이트>, <시계가 머물던 자리>, <엑소더스> 등이 있다. 희곡집 ≪녹차정원≫(2012, 평민사), ≪엑소더스≫(2019, 평민사)를 출간했다. 주요 수상 및 선정 경력으로는 2005년 제7회 옥랑희곡상 수상(<녹차정원>), 2009년 제8회 극단 작은신화 우리연극만들기 선정(<천국에서의 마지막 계절>),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변신>), 2016년 ‘카나가와 카모메 국제단막연극제’ 대상 및 희곡상 수상(<이 세상 마지막 데이트>), 2016년 월드 2인극 페스티벌 희곡상, 최우수상 수상(<시계가 머물던 자리>), 2020년 공연예술 창작산실 대본 공모 선정(<나쁘지 않은 날>) 등이 있다.
임정은은 <35년의 울림>, <블루 사이공>,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 <몽연>, <세기의 사나이>, <블루하츠> 등에 출연했다. 그 외 희곡 <그렇게 산을 넘는다>와 <엄마를 찾습니다>를 썼다.
차례
진홍빛 소녀 / 한민규 지음
고사(枯思) / 김민정 지음
영웅의 역사 / 신은수 지음
시계가 머물던 자리 / 이시원 지음
그렇게 산을 넘는다 / 임정은 지음
목록
창작 2인극 선집 1
창작 2인극 선집 2
창작 2인극 선집 3
창작 2인극 선집 4
책속으로
은진 : 오랜만이야.
이혁 : (놀라며) 은… 은진이?
은진 : (고개 끄덕이며) …응. 알아보겠어?
이혁 : 어… 어. (사이) 근데… 네가 여기 왜 있어?
은진 : 왜긴, 계속 연락했었잖아. 편지로도 수도 없이 오늘 귀휴 나온다고 했는데…
이혁 : 귀휴?
은진 : 응. 읽어 보지 않았어?
이혁 : 아니… 좀 당황스러워서. 설마 진짜 올 줄은…
-13쪽, <진홍빛 소녀> 중에서
주진우 : 김팀장님! … 김팀장님!
김팀장 : 아 왜? 웬 호들갑이야?
주진우 : 저기 좀 보십시오. 저기!
김팀장 : 저기?
주진우 : 저기, 저 창밖으로 지금 사람이 지나간 거 같습니다.
김팀장 : 무슨 헛소리야?
주진우 : 정말입니다. 방금 전 제가 지나가는 사람을 본 것 같다니까요.
김팀장 : 잘못 본 거겠지.
주진우 : 아닙니다. 분명히… 조금 멀긴 하지만 분명히 사람 같은 형체가 지나갔습니다.
-130쪽, <오늘, 식민지로 살다> 중에서
이종규 : 내 신세가, 옛날 김구 선생이 죽인 쓰치다랑 똑같네?
하야토 : 결국엔 이념이나 사상 같은 것이… 이런 아이러니의 원흉일 겁니다.
이종규 : 나도 잘나갔는데… 어떻게 하루아침에… 사람 일은 정말 알 수가 없는 거야.
하야토 : 죽은 대통령은 영웅으로 칭송받던 사람입니까. 반정부 시위댄 독재자니 물러나라 외치던데… 영웅인 겁니까, 독재자인 겁니까.
-250쪽, <영웅의 역사> 중에서
동생 : …조용하다. 시계도 다 멈추고. …이상해. 아버지가 여길 떠난다는 게.
누나 : 이제 떠날 때도 됐어. 충분해. 만땅. 꽉. 이빠이.
동생 : 아버지… 그리고 해금당. 여기가 사라지는구나…. 누난, 아무렇지도 않아?
누나 : 뭐가?
동생 : (웃으며) 밝아 보여서.
-265쪽, <시계가 머물던 자리> 중에서
아빠 : 됐어?
아들 : 아니.
아빠 : 자, 잡아.
아들 : 아빤 안전해?
아빠 : 아빠 믿어.
아들 : 믿으라구? 왜 돌길로 와. 편한 길 놔두고.
아빠 : 알았어. 미안해. 욕심 부렸어.
-305쪽, <그렇게 산을 넘는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