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광처럼 빛나던 그녀
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안녕하세요. 북레터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압축된 언어라 그런지 시를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쉽게 가슴을 치는 인생 구절을 만날 수 있는 장르가 시죠. 잠시 시간을 내어 내 인생에 북극성이 되어 줄 시 한 구절을 찾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디킨슨(사진)은 ‘은둔여왕’이었습니다. 36세였던 1866년 이후 완전한 칩거에 들어 188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생전에 7편의 시가 소개되었을 뿐이죠. 서신을 통해 당대 최첨단의 지식인들과 교류했지만 우리가 아는 대부분은 사후 출판된 것들로 시만 1775편에 달합니다. 그녀는 시에 제목을 붙이지 않고 쏟아두었어요. 출판할 때 구분을 위해 번호를 붙이고 첫 구절을 제목으로 삼았습니다.
윤명옥이 골라 옮긴 ≪디킨슨 시선≫에서 우리는 놀라운 그녀의 재능을 만나게 됩니다. 디킨슨 시의 주제는 사랑, 자연, 죽음과 불멸 등입니다. 성공과 실패에 정의를 내리는 시, 수수께끼 시 등도 있는데, 이런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짧은 서정시를 지었습니다. 디킨슨의 시는 짧아서 단순해 보이지만 시적 언어가 압축되어 있어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고 정교하며, 풍요롭고 치밀합니다. 이런 압축성 때문에 그녀의 시는 경구와 같지만, 애매모호하고 난해하기도 합니다. 그녀는 ‘북극광처럼 빛나는’ 사람이었어요. 그녀의 시 안에서 그녀가 내뿜었던 빛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예이츠(사진 왼쪽)의 작품은 아스라한 그리움이 주된 정서입니다. 아름다운 여성이든 자연의 풍광이든 대상 너머 어떤 것에 대한 아련한 동경이나 애틋한 그리움 또는 떨쳐낼 수 없는 정서의 잔영을 소중한 보물을 다루듯 한 행 한 행에 풀어냈습니다. 시에서 다루는 아름다움과 열정은 모두 모드 곤(사진 오른쪽)이라는 여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20대에 만난 그녀를 예이츠는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았어요.
192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예이츠는 우리에게 이니스프리 호수 섬에서 콩밭 갈고 꿀벌 치는 아일랜드 전원 시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이 예이츠의 영향을 받았는데, 소월의 스승이었던 김억이 예이츠의 작품을 번역해서 소개했거든요. 그래서 일찍부터 우리 서정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시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엔 예이츠의 초기 낭만적 작품들만 알려져 있는데, 이 책에는 노년에 쓴 모더니즘 계열의 작품들도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 “내 영혼이 닿을 수 있는 깊이와 넓이와 높이까지 나는 그대를 사랑해요.”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사진 왼쪽)은 당대에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는 여류 시인으로 에밀리 디킨슨을 비롯한 수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친 시인입니다. 영문학사 최고의 러브스토리로도 유명한데, 가족도 부도 명예도 버리고 여섯 살 연하의 무명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사진 오른쪽)과 이탈리아로 도망가서 결혼했거든요. 저자는 시한부를 선고받았기에 계속 로버트 브라우닝의 구애를 거절했고, 아버지의 반대도 심했지만 흘러넘치는 사랑을 이길 수 없었어요.
소개하는 시집은 그녀가 남편에 대한 사랑의 단계를 묘사하며 자신의 체험을 고백한 ≪포르투갈어에서 옮긴 소네트≫와 ‘초기 시’를 국내 최초로 엮은 시집입니다. 결국 그녀는 사랑의 힘으로 15년을 더 살았고 아들까지 낳았습니다. 윌리엄 블레이크(왼쪽 그림)는 영국 낭만주의 시인이자 화가입니다. 그의 작품은 현대 대중문화계에서도 특히 인기가 있어 많이 인용되었는데, 매클루언의 ≪구텐베르크 은하계≫에서 그의 시가 인용되거나 팝이나 록 음악의 가사로 사용되었고, 그림은 수많은 뮤지션들의 앨범 커버로 사용되었어요. 상징적이고 신화적인 스타일이 명확해서 당대엔 천재거나 미친 사람으로 평가받았습니다. 그림의 소재도 신비로웠는데 ‘벼룩인간’(오른쪽 그림)이나 ‘붉은 용’, ‘요정왕’ 혹은 ‘창세기’를 주제로 그림을 그렸지요.
이 책에는 초기 작품인 1793년까지의 시 중 짧은 시 전체와 장시 세 편이 실려 있습니다. 이 시기 영국은 산업혁명과 자본주의 발전으로 빈부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었는데, 블레이크는 시를 통해 당시의 왜곡된 사회 현실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신성한 세계의 건설에 동참하지 않는 지배자들에게 예언적 심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신과 인간과 자연을 대하는 사람들의 그릇된 태도 때문에 현실의 모순이 생긴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시를 통해 사람들의 왜곡된 가치 체계를 바꾸고 싶어했습니다.
월트 휘트먼(사진)은 미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시인, 가장 미국적인 시인으로 추앙받습니다. 그의 신념과 비전을 담은 시가 미국 시에 끼친 영향은 혁명적입니다. 휘트먼은 미국 시에 자유시를 최초로 도입하여 미국 시를 전통적인 시의 모든 격식으로부터 해방시켰습니다. 시의 흐름은 운율의 패턴에 지배를 받을 것이 아니라 시인의 생각이나 느낌에서 나와야 한다고 믿었고, 모든 종류의 언어를 시어의 영역으로 끌어들였습니다.
이 책은 휘트먼의 최고 걸작 시집입니다. 52편이고 인간과 자연 만물 모두가 본질적으로 자연스럽고 신성하며 존귀하다고 예찬합니다. 인간, 동물, 식물 그리고 우주까지. 저자가 노래하는 시는 그야말로 자연의 모든 것입니다. 휘트먼의 신념과 광활한 자유 의지를 시 속에서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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