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인내는 쓰지만 그 열매는 달다”? 기계적 평등, 유예된 평등의 공간이 된 학교
학교는 평등한 곳인가? 그렇지 않다. 오늘날의 학교는 한 가지 능력을 기준으로 학생을 서열화하는 기계적 평등의 공간, 실체가 없는 미래의 열매를 위해 현재의 불평등을 인내하게 하는 유예된 평등의 공간이다. ‘인내는 쓰지만 그 열매는 달다’와 같은 급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학교 안에서 나타나는 비민주적이고 불평등한 일들은 더 좋은 미래를 위해 참고 견뎌야 하는 것이 된다.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선언은 이와 같은 반쪽짜리 평등 앞에서 무색해진다. 저자들은 학교가 학업성적에 따른 지위나 자원의 배분 기능에 집중한 나머지 일상에서 드러나는 차별과 혐오에 눈을 감고 있음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런 환경에서 “미래 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기르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묻는다.
학교가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방법: 능력주의, 환원주의, 자유지상주의
저자들은 학교가 평등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곳임을 보인다. 사회의 존속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 되어 가고 있는 불평등 문제를 학교라고 피해 갈 수는 없다. 그렇다면 학교는 어떻게 불평등을 정당화하는가? 어떤 메커니즘을 거쳐 현존하는 불평등이 ‘정당한 것’,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변모하는가? 학교 안으로 걸어 들어간 저자들은 교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능력주의, 환원주의, 자유지상주의와 같은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학교의 모습을 드러낸다. 학교 구성원들이 평등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학교에서 평등은 어떻게 실천되고 있는지 생생한 이야기를 담았다.
“개천에서 용 나기”를 넘어서는 새로운 평등, 새로운 교육 상상하기
학교와 교육이 불평등을 재생산한다는 오명을 벗기 위해, 평등을 다시 정의하고 새로운 학교의 모습을 상상해야 한다. 저자들은 세 가지 차원에서 새로운 평등 교육의 모습을 그려 낸다. 첫째, 근대적 인간 이해를 넘어 독립적 존재가 아닌 관계적 존재의 평등을 추구하는 교육이다. 둘째, 재화의 평등이 아닌 관계와 정치의 평등을 추구하는 교육이다. 셋째, 국경을 넘어선 전 지구의 평등을 추구하는 교육이다. 이 새로운 상상은 근거 없는 허상이 아니다. 동서양 학자들의 주장과 제안을 넘나드는 저자들의 촘촘한 논증을 만나 볼 수 있다.
200자평
학교는 평등한 곳인가? 그렇지 않다. 오늘날의 학교와 교육은 능력주의, 환원주의, 자유지상주의와 같은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불평등을 정당화한다. 이 책은 그 정당화의 메커니즘을 드러낸다. 나아가 기존의 평등교육 담론이 지닌 한계를 지적하고, 평등교육 개념과 학교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한다.
지은이
백병부
경기도교육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다. 중·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10여 년을 살았고, 교육학과 교육정책 연구자로 그보다 조금 더 긴 시간을 살고 있다. 원래 관심 분야는 교육 불평등이지만, 혁신학교 연구로 혁신교육과 인연을 맺은 다음부터는 혁신교육의 가치와 철학을 담은 교육정책을 마련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2020년부터는 코로나19 이후의 교육체제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 주요 연구로는 “초등학교 6학년의 학교생활과 사고체계 탐색: 거주배경의 차이를 중심으로”(공저, 2020), “코로나19와 교육: 교육체제 전환에 주는 시사점”(공저, 2020), “혁신학교 지속가능성 위협 요인: 혁신학교 확산기 경기도의 경험을 중심으로”(공저, 2019), “학교문법 재구성을 통한 학교혁신의 목표와 전략”(공저, 2019) 등이 있다.
권순정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교육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이다. 유엔평화대학(University for Peace)에서 석사학위, 영국 버밍엄대학교(University of Birmingham)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주 연구 분야는 학교교육과 돌봄, 대안교육, 학생인권, 학생의 배움과 성장 등이다. 평화교육, 세계시민교육, 학교폭력 및 학교 문화 등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권리기반정책 및 실천에 근더한 학생인권 정책 방향 모색”(공저, 2020), “변혁적 세계시민교육 가능성 모색”(공저, 2020) 등이 있고, 저서로는 『학교 민주시민교육의 세계적 동향과 과제』(공저, 2019)가 있다. 역서로는 『세계시민교육 정책 개발 가이드』(2017)가 있다.
심재휘
고려대학교 교육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강사로 재직 중이다. 계층 간 교육 불평등, 특히 거주지나 학교 유형에 따른 인지적·정의적 성취의 격차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의 효과를 분석하거나, 정책을 수용하는 교육 주체들의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심리학적 요인들을 확인하는 데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고등학생의 가정 및 학교 내 사회자본과 입시에서의 사회적 약자 우대에 대한 태도”(공저, 2020), “혁신학교 일반화에 따른 경기도 중학교의 학교효과성 변화 분석”(2018),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지정 확대가 고교유형 간 학업성취 격차에 끼친 영향”(공저, 2017) 등이 있다.
윤선인
인천대학교 영어교육과 조교수다. 영국 런던대학교(University College London)에서 교육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실존주의, 현상학과 해석학에 기반을 둔 교육 개념 연구를 바탕으로 박물관 교육, 학교교육의 다양한 문제를 탐구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나를 만지지 마라’: 박물관과 만짐의 교육철학”(2021), “박물관 교육에서 의미구성과정의 실존적 경험 탐구”(2020), “세계시민교육의 실천방향에 대한 철학적 성찰: 카신의 언어 논의를 중심으로”(2019), “스콜라스틱 경계의 사유: 영화 『이매진(Imagine)』에 나타난 통합교육의 교육적 함의”(2019) 등이 있고 국외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 역서로는 『스콜라스틱 교육: 학교를 변론하다』(2020) 등이 있다.
이혜정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이다. 서울대학교 교육학과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주 연구 분야는 학교의 성정치학과 청소년의 섹슈얼리티 문화 및 실천, 학교 안 차별과 혐오, 재난 시기 학교 역할의 변화 등이다. 또한 소수자 정체성을 가진 청소년(학생)의 경험과 배움, 교차적 현상으로서의 억압과 교육 주체, 페미니즘 교육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여성 교사 연구에 대한 젠더 분석”(공저, 2020), “교육 공정성에 관한 미디어 담론 분석”(2019), “빈곤, ‘공부’ 그리고 학교”(공저, 2017) 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혐오, 교실에 들어오다』(공저, 2019)가 있다.
차례
01 왜 지금 새로운 평등을 이야기하는가
능력주의에 입각한 평등교육 담론의 한계
위기 대응에 집중된 미래교육 담론
현존하는 사회 문제 극복을 위한 대안 교육 패러다임
더 좋은 미래를 위한 평등교육 재개념화
평등과 평등교육 재개념화를 위한 세 가지 고려 사항
02 불평등은 어떻게 정당화되는가
능력주의 이데올로기
환원주의 이데올로기
자유지상주의
요약
03 학교는 평등한 곳인가
학교에서 평등은 어떻게 인식되는가
학교는 평등이 실천되는 공간인가
평등한 학교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요약
04 평등교육 재개념화를 위한 인간관의 전환: 독립적 존재에서 관계적 존재로
근대적 인간 이해와 교육
근대적 인간관의 전환을 위한 철학적 시도
새로운 인간관에서 본 교육과 평등의 관계 재정립
05 평등교육 재개념화를 위한 분배 대상의 전환: 재화에서 관계와 정치로
평등과 정의의 관계
재화 분배적 관점에서의 정의
관계와 정치적 관점에서의 정의
교육에 주는 시사점
06 평등교육 재개념화를 위한 적용 범위의 전환: 국경을 넘어 지구 전체로
불평등의 원인과 범위의 확장
일상과 문화로 스며든 불평등
학교교육을 통한 시민 양성의 필요성
세계시민교육을 통한 평등교육 실현
07 평등과 평등교육의 재개념화와 실천 과제
평등과 평등교육의 재개념화
제도적 과제
학교의 과제
참고문헌
책속으로
이들은 숙련된 노동자를 양성해 숙련 정도에 따라 사회적 지위를 배분하는 데 집중했던 기존의 교육이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기술 발전과 노동의 변화, 자본주의의 이행 국면에서 새로운 교육의 방향은 교육을 받는 동안을 견뎌서 값비싼 노동자가 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학생들 각자의 다양한 능력과 개성을 인정하고, 학생들이 의미로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학교가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 15~16쪽
현존하는 불평등을 능력이나 공정한 경쟁의 결과로 인식하게 해 정당화하거나 다차원적으로 존재하는 불평등을 하나의 차원으로 환원하는 것, 다른 집단과의 비교로 지금의 불평등을 감내할 만한 수준의 것으로 인식하게 하는 것 또한 이데올로기로 볼 수 있다.
– 34쪽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교 안에서 사회적 약자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하는 것의 필요성을 구성원 모두가 인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약자를 배려하는 것이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학교구성원들은 약자에 대한 배려를 내가 받아야 할 몫이 줄어드는 것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 69페이지
“영어실이 특별실인데 되게 예쁘게 잘 꾸며진 곳이라서 애들을 맨발로 들어오게 했었는데 저는 실내화를 신고 들어갔거든요. 그런데 어떤 아이가 저한테 질문을 하더라고요. 선생님은 왜 실내화를 신고 있냐고요. 그 질문을 받고 뜨끔거리고 얼굴이 빨개졌지만 제가 안 고쳤거든요. 그런데 제가 고치게 됐어요. 어떻게 했냐면, 다모임에서 그 아이가 그 안건을 얘기했어요.”
– 100페이지
기존의 평등에 대한 논의가 인간을 절대적 주체로 전제하고 개인 간의 경쟁이나 능력주의에 바탕을 둔 평등 논의를 정당화했다면, 앞으로의 논의는 인간을 타자를 통해 자기 존재를 완성할 수밖에 없는 취약한 존재로 규정하고 일상적 삶의 모든 국면에서 존엄의 등가성을 구현하기 위한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중략) 그 대상을 인정이나 돌봄과 같은 관계적 측면과 대표와 같은 정치적 측면으로 확장하기 위한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중략) 앞으로의 논의는 지구적 차원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앞에서 정리한 것처럼 초연결사회에서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불평등의 문제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상상력과 실천을 필요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195쪽